작년 가을 샌프란시스코를 여행 할 때였다. 호텔에서 나와 커피숍을 찾아 번화가를 걷다가 낯 선 풍경을 만났다. 길 가의 조그만 상자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어서 드려다 보았더니 로봇이 커피를 팔고 있었다. 팔기만 할 뿐 아니라 손님 취향대로 아주 까다로운 주문도 받고 카드 결제도 해주었다.

나는 우리나라에 저런 것이 들어오면 알바들이 일자리 많이 잃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 그런데 이 광경을 보고 재빨리 영업장에 도입한 사장님도 있었다. 며칠 전 어느 신문에 치킨 로봇이 등장한 가게를 소개한 기사를 보았다. 닭튀김이라는 것이 뜨거운 주방에서 유증기(기름 수증기)에 묻혀 땀과 눈물이 범벅되어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 고역을 대신하는 로봇을 발명해서 성업 중이라고 한다. 미국의 로봇 바리스타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로봇이 인간을 대신해서 하는 일 중에도 단순 작업을 장시간 해서 피로를 더 느끼게 하는 일이라든지, 위험한 환경을 감내해야하는 일이 많다. 특히 요즘 같은 무서운 전염 질환이 유행 할 때는 이를 진찰, 치료하는 의사 역할을 로봇이 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그 단계까지 가지  않더라도 의사가 직접 환자를 대면 진찰해야하는 위험만이라도 덜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코로나19는 기세는 전국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그 중에도 병원 내에서 감염을 일으키는 사태가 가장 걱정스럽다. 경북 청도의 어느 병원에서는 16명의 확진 환자가 발생했는데 그 중 다섯 명이 간호사 등 의료인이었다고 하니 더욱 걱정스럽다.

의사가 환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고 진찰이나 처방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원격진료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러한 의료행위가 불법이다. 원격진료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19대가 끝나가는 지금도 감감 무소식이다.

정부는 상황이 급박해 지니까 병원 내 감염을 막고, 일손을 돕기 위해 이번만 의사의 원격 진찰을 허용하겠다고 했다. 의사가 원격진료로 팩스 등을 통해 발급해 준 처방전을 가지고 약방에서 약을 타가는 방식이다. 물론 불법이기 때문에 한시적으로 실시한다고 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강력하게 반대했다. 의협은 성명을 내고 ‘유선을 이용한 상담과 처방은 의사와 환자 사이 대면 진료 원칙을 훼손 할 뿐 아니라, 검사가 필요한 환자의 진단을 지연하거가, 적절한 초기치료 기회를 놓치게 할 위험성이 있다.’ 또한 ‘복지부에서 나서서 의료법 위반을 부추기고 있다’고도 했다.

미국,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IT를 활용한 원격치료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서는 ‘할로닥’(Halodoc)이 일상화되어 2백만 명이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IT 강국이라는 우리나라에서 지금같이 위급한 사항에 그런 제도가 있었다면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까. 원격 진료보다 한 걸음 더 나간 것이 로봇 진료다. 샌프란시스코의 로봇 바리스타나, 대구의 로봇 닭튀김처럼 로봇 닥터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로봇은 전염병에 감염될 염려도 없고 엄청난 데이터를 순식간에 응용해서 처방전을 내 놓을 것이다. 의사는 안전한 음압실에 앉아 이를 지켜보면 될 것이다. 로봇이 주역이고 인간이 감시자나 관찰자, 혹은 조언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로봇은 훈련 여하에 따라 인간보다 훨씬 많은 사례나 처방 방법을 알 고 잇을 수도 있다. 일본의 IT 재벌 손정의 사장은 로봇이 인간의 두뇌를 넘어서는 변곡점(Singularity)이 2030년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10년 남은 셈이다. 이 때가 오면 인간은 노예가 되고 로봇이 주인이 될 수도 있다.

로봇 닥터가 인간을 훈련시켜 위험한 환자 대면 치료를 시킬 수도 있을지 모른다. 10년 앞을 걱정 할 것이 아니라 세계 최고의 의료 기술을 가진 IT 강국 한국이 당장 해야 할 일은 원격진료라도 해서 코로나의 확산을 막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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