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에서는 자본금 7억의 휴면 회사를 넘겨주면서 신문사로 이름을 바꾸고 출발하라고 했다. 새롭게 일간 신문사를 만드는데 7억 원의 자본으로는 어림없는 일이었다. 나는 창간 경비를 최소로 줄이고 처음으로 부분적인 외주를 시작했다. 공간과 사무집기 등을 국민일보에서 빌리는 방식을 썼다.
가장 어려운 것이 사람을 스카우트하는 것이었다. 이미 3개의 언론 기관을 거쳐 오는 동안 인맥이 형성되어 능력 있는 인재를 많이 흡수할 수 있었다.
제호를 ‘스포츠 투데이’로 정하고 조희준 회장의 의견에 홍콩의 세계적 디자이너인 알란 찬에게 제호 디자인을 의뢰했다. 그는 영자‘SPORTS TODAY’와 한글 ‘스포츠 투데이’ 2가지의 디자인을 보내주었다. 영자 제호를 쓰기로 하고 창간 작업에 착수했다. 1998년 11월에 시작해서 4개월만인 1999년 3월에 창간호를 발행하는 강행군을 시작했다.
회장 조희준, 발행인 겸 대표이사 이상우로 판권을 결정했다.
그런데 창간호가 나가기 1주일 전 갑자기 조희준 회장이 제호를 한글 버전으로 바꾸자고 했다. 조 회장은 언어 감각이 뛰어나고 발상의 전환과 순발력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이를 두고 사원들은 변덕이 심하다는 불평을 했다.
“왜 한글로 바꾸려고 합니까?”
이미 디자인되어 있는 제호가 2가지 다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미 런칭 작업이 시작되어 영문 디자인이 상당히 홍보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게 좋을 것 같아요.”
그는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뒤에 그 이유를 알고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여기서 굳이 밝힐 것은 없을 것 같다.
신문이 창간된 직후 조용기 목사의 초대를 받아 골프를 나갔다.
당시의 국무총리와 다른 교회 원로 목사 등 4명이 한조로 골프를 쳤다. 그런데 그늘집에서 목을 축이면서 조용기 목사가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이 사장을 국민일보로 모시고 오려고 내가 힘을 좀 썼지요.”
“예? 무슨 말씀이신지요?”
안면이 전혀 없는 조희준 회장이 나를 끌어들인 연유를 물어 본 일이 있었다. 그때 조희준 회장은 국민일보 편집국 간부들이 추천했고, 특히 두산 그룹 박용오 회장이 적극 추천을 해서 결심을 했다고 말해 와서 그것을 사실로 믿고 있었다. 두산 그룹의 박 회장에게서도 확인을 했었다.
"S일보의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정부 측으로부터 취임 준비를 하라는 연락까지 받았다.
청와대에서 국민일보 사장이던 C씨를 사장으로 임명했다.
조용기 목사의 추천에 C사장이 S일보 대표로 내정된 것.
당시 나는 대표이사에 밀려난 것에 대해 궁금했던 차에
골프모임에서 조 목사로부터 그 이야기를 듣고서야 이유를 알게 됐다.
그 이유를
"이 사장을 국민일보로 모시고 오려고 내가 힘을 썼다"고
조 목사는 설명했다.
사람의 운명, 아니 인연이라는 것이 참으로 묘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조용기 목사가 나를 불러들였다는 것은 처음 듣는 말이었다.
“실은 대통령 취임 후 첫 국가를 위한 기도회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조 목사가 말을 이었다.
“대통령에게 S신문 사장으로 모씨를 추천했는데 대통령께서 그 자리는 이미 정해졌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내가 추천하는 사람의 능력을 설명하고 재고를 해달라고 간곡히 말했더니 대통령께서 생각을 바꾸고 내가 추천한 사람을 S신문 사장으로 임명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S신문 사장으로 내정 되었던 사람이 이사장입니다. 만약 내가 그때 그런 부탁을 하지 않았다면 이 사장은 오늘 우리 신문사로 오지 않았을 것 아닙니까? 하하하. 그러니 그게 내 덕택이지요.”
나는 내심 놀라고 원망스럽기도 했다.
실은 그 무렵 나는 S일보의 대표이사로 내정되어 정부 측으로부터 취임 준비를 하라는 연락까지 받고 있었는데 갑자기 청와대서 국민일보 사장이던 C씨를 사장으로 임명하는 일이 있었다. 갑자기 내가 밀려난 일을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던 차에 그 이야기를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의 운명, 아니 인연이라는 것이 참으로 묘하다고 생각했다. 그 일이 조 목사님 말대로 잘 된 것인지 잘못 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이렇게 답변했다.
“그게 목사님 덕분이 아니고요, 모두 하느님의 뜻입니다.”
세계 최대의 교회를 이룩한 거목 조용기 목사님은 지난 9월 타계하셨다.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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