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중심 경영 외치지만 임직원 급여·성과급 논란 초래
소비자 소통을 넘어 지역사회와 상생하려는 노력 필요

창업주 구인회
창업주 구인회

":서로 아끼고 화합한다." 인화(人和)는 LG의 창업정신이다. 창업주 고(故) 구인회 회장의 가풍에서 비롯됐다. 1947년 기업의 모태인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를 창업했을 당시 회사는 가족 및 사돈인 허씨 일가가 참여하는 형태였다. 다양한 인적구성을 이끌기 위한 방안이 인화단결이었다.

LG의 경영권은 구인회→구자경→구본무→구광모로 이어졌다. 2018년 만 40세의 구광모 회장이 총수에 오르자 LG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보수적 기업문화를 지웠다. 스마트폰 등 미래를 찾지 못하는 사업은 접고 부품, 로봇 등 신사업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지난 5~8일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3년간 코로나19로 축소됐던 ‘소비자가전쇼(CES) 2023’이 성대하게 개최됐다. CES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로 미래 산업의 발전 방향을 보여주기 때문에 관련업계 종사자는 대부분 방문한다. 최근 트렌드는 가전보다 모빌리티(이동수단)에 초점이 집중되고 있다.

LG그룹은 그동안 주력 사업이었던 TV·냉장고 등 가전보다 배터리·전장부품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전기자동차가 이끄는 미래 산업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LG이노텍은 자율주행에 필요한 핵심부품, LG전자는 인포테인먼트(infortainment·정보+오락 합성어)에 명운을 걸었다.

LG그룹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현황을 진단하기 위해 홈페이지, 국가정보전략연구소(국정연) 데이터베이스(DB), 국정감사·감사원·사법기관 자료, 각종 제보 등을 참조했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며 개발된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 모델을 적용해 LG그룹의 ESG 경영 현황 중 사회를 진단해 봤다

구광모 회장
구광모 회장

 

창업자의 인화경영을 해치는 갈등 해소 필요

삼성그룹·SK그룹·현대자동차그룹과 마찬가지로 LG그룹 역시 성과급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지난해 SK하이닉스에서 시작된 성과급 논란은 삼성전자·현대차 등 대기업으로 확산됐다. 2021년 2월 LG전자 사람 중심 사무직 노동조합 설립을 주도해온 노동조합 결성 준비위원회(준비위원회)는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에 노조 설립을 신고했다.

LG전자는 2020년 기준 9년차 과장급의 연봉이 5400만 원에 불과하다. 매출은 국내 3위를 기록했지만 연봉은 매출 상위 13개 기업 중 최하위로 조사됐다. 연봉은 △LG화학 6100만 원 △LG CNS 6000만 원보다 낮아 성과급·연봉·연봉 인상률·성과급 지급 기준 등에 대한 논란이 증폭됐다. 

2021년 2월 LG화학에서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은 LG화학이 300~400%의 성과급을 지급하는데 반해 LG에너지솔루션은 기본급의 245%만 준다고 잠정 결론이 나자 반발했다. 2020년 최대 실적에 걸 맞는 합당한 보상을 해달라는 것이 이유다. 

이러한 논란으로 2021년 LG전자는 기존 사업본부별 성과급 지급, 회사 전체 매출, 영업이익 달성도 등을 고려한 새로운 성과급 지급 기준을 확정했다. LG화학이 2021년 9월 발표한 새로운 성과급 제도는 성과급 상한 확대, 재무적 성과, 비재무적 지표인 환경·안전 등 ESG 관련 지표 달성 여부, 신규 투자 수요 등 시장 요인을 반영했다. 

LG유플러스 협력사들은 2014년 폐기해야 될 고객의 개인정보를 보관했을 뿐만 아니라 영업에 불법적으로 활용해 논란이 초래됐다. 이후 LG유플러스는 △고객의 사생활 보호·고객정보 보호 △협력사의 공정 거래 추구·상생 관계 지향·협력사 인권경영 확대 기여 △임직원 차별 금지·공정 기회 제공·안전 근무환경 제공 등을 위해 인권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2019년 LG디스플레이는 150여개 협력사 보안팀장 및 담당자가 모여 6회 LG디스플레이·협력사 보안역량 동반성장 워크숍을 개최했다. 워크숍은 △보안 관련 최신 법률 및 기술 트렌드 △효과적인 임직원 보안 인식 제고 △개정된 영업비밀보호법 대응 방안 △기술유출방지를 위한 해킹 보안 △인간 중심의 보안관리 등에 관한 특강으로 구성됐다.

2013년 LG전자는 하청직원 직접 채용 및 업무지시, 징계 등 불법파견 의혹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5년이 경과한 2018년 LG유플러스도 수탁사 불법파견 정황이 드러나 고용노동부로부터 전수조사를 받았다. LG전자의 시정조치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한 것이 주요인이다.  

2020년 1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LG디스플레이 협력업체 직원에 대한 ‘갑’질 해고 근절 청원 글이 올라왔다. LG디스플레이에 파견됐던 협력업체 직원이 부당하게 해고되는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LG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LG전자는 성희롱 사건이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2012년 LG전자 해외법인, 2013년 LG전자 간부의 여직원 성희롱 발언, 2014년 여직원 상대 상습 성추행 등이 일어났다. 이에 LG유플러스·LG이노텍 등 계열사들은 성희롱,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담당자 및 경력자를 채용해 방지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그룹사 차원에서 폭행조사 하라, 회사에서 폭행사건을 몇 번 본적 있으나 맞은 사람도 때린 사람도 그냥 묵인하고 넘어 간다’라는 글이 게시됐다. LG생활건강 임원의 막말 논란, LG화학 팀장의 폭행 사건 등 폭행·막말 논란은 창업주 구인회 회장이 강조해온 인화(人和)의 기업문화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020년 2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 참석해 이재용 당시 삼성 부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뉴시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020년 2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 참석해 이재용 당시 삼성 부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뉴시스

산재 발생과 더불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 추진 

LG그룹은 2021년 3월 국내외 사업장의 안전·환경 정책수립, 관리 등 총괄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는 최고안전환경책임자(CSEO) 직급을 신설했다. 4대 안전관리 혁신 대책은 △전 사업장 정밀 안전진단 △주요 위험작업의 내재화 △안전·환경 전문인력 육성 및 협력사 지원 강화 △안전조직 권한과 역량 강화 등이다. 

LG디스플레이는 통합안전관리시스템(ISM)을 구축해 산업안전보건법 등 안전·보건 분야의 법적 업무 누락 방지, 안전보건 활동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LG전자는 안전(Safety)·보건(Health)·환경(Environment)·에너지(Energy) 관리를 위한 SHEE 통합 경영체계를 구축하고 친환경 경영과 안전·보건 원칙을 실천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Healthy·Beautiful·Refreshing’ 3개 영역에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했다. LG화학은 2017년부터 환경안전조직을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통합한 후 지난해 CEO 정책 선언문, 절대 준수 환경안전 수칙을 선포해 환경안전 의식을 제고하고 있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는 2015년 1월 발생한 파주사업장 질소가스 누출 사고로 작업자 3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당하는 사고를 경험했다. ‘2020-2021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수산화나트륨 누출 등으로 2020년 부상 3명, 2021년 1월 사망 1명·부상 5명 등 산재사고가 발생했다.

LG유플러스 ‘2021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의하면 산업재해 재해자가 2021년 15명으로 △2018년 8명 △2019년 7명 △2020년 8명 대비 급격히 증가했다. 

산업재해는 LG화학에서도 발생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된 2017~2022년 8월까지 근로복지공단의 승인 및 불승인 산재 처리 내역에 따르면 LG화학은 직업성 암·희귀질환 질병 발생 3건, 뇌출혈·뇌경색·심근경색 등 질병재해 11건이 각각 발생했다. LG전자의 작업장에서 발생한 뇌출혈·뇌경색·심근경색 등 질병재해는 10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LG전자는 협력회사와 함께 하는 미래, 지속성장을 향한 힘찬 도전이라는 목표를 갖고 경쟁력 강화·자금 지원·프로세스 혁신·차세대 기술 지원·인력육성 지원이라는 상생협력 5대 추진 과제를 설정했다. 2015년 상생결제시스템을 도입했고 2020년 상생결제 방식으로 7조1484억 원을 지급했다. 2015~2020년 상생결제금액으로 지급한 돈은 39조2877억 원에 달했다. 상생결제시스템은 협력사가 결제일에 현금 지급을 보장 받아 조기에 저금리로 현금화할 수 있는 제도다.

LG그룹은 이웃을 사랑하고 나눔을 실천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사회공헌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 활동은 △LG 의인상 △LG와 함께 하는 사랑의 다문화학교 △저신장아동 성장호르몬제 지원 △에티오피아 LG Hope Community 등이다.

사회적 경제 기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다양한데 대표적으로 △LG전자·LG화학의 LG소셜캠퍼스 플랫폼 △LG희망스크린 △LG화학의 화학캠프 △LG디스플레이의 눈 건강 사회공헌 활동 △LG유플러스 우리집 인공지능(AI)·홈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보급 △LG생활건강의 양치습관 등 구강건강교육 △LG이노텍의 방과 후 아카데미 지원 등이 있다.

LG전자는 2015년 이마트·롯데하이마트·LG전자 직영점인 LG베스트샵 등에서 TV제품 사양을 실제보다 높게 표시한 눈속임으로 판매해 소비자 기만 논란이 일었다. 2018년 12월 한국제품안전관리원은 LG베스트샵이 안전인증을 받지 않은 LG전자의 트롬 건조기를 이미 받은 것처럼 유사인증번호를 부착 및 판매해 전기생활용품안전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LG생활건강의 어린이용 물티슈를 판매 중지·회수·폐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피부 접촉 시 염증·알레르기 등을 일으킬 수 있는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포함된 살균제 성분은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CMIT)·메칠이소치아졸리논(MIT) 혼합물이다.

독일 뮌헨지방법원은 2020년 6월 LG전자가 2019년 9월 베코(Beko)·그룬디히(Grundig)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금지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내렸다. 양문형 냉장고의 도어(Door) 제빙에 관한 기술로 LG전자는 400여 건의 글로벌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튀르키예 아르첼릭(Arcelik)은 LG전자가 자사 세탁기 기술인 디렉트 드라이브(Direct Drive)를 6 모션(motion)이란 이름으로 사용했다고 2020년 2월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동년 11월 양사는 비밀 합의서에 서명하며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윤 대통령,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장, 추경호 경제부총리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윤 대통령,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장, 추경호 경제부총리 @대통령실

ESG 경영 교재는 부족하지만 온라인 교육 추진

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LG화학·LG에너지솔루션·LG생활건강·LG유플러스·LGCNS 등 주요 계열사의 홈페이지 및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조사해 본 결과 ESG 경영 교육과 관련한 전문 교재는 찾을 수 없다. 

다만 LG전자 등 일부 계열사는 ESG 경영 카테고리에 ESG 팩트북을 게시했다. ESG 팩트북의 내용은 △탄소중립 △자원순환 △제품 전 과정 책임 △공급망 관리 △안전·환경 △고객 △구성원 △사회공헌 △정도경영 △준법경영 △정보보호 등으로 다양하다.

2021년 5~6월 LG유플러스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ESG 기본 개념, 인권·환경·공급망 이슈 등을 포함한 ESG 정기 교육을 실시했다. 관련 교육은 사내 학습시스템을 통해 100%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지난해 11월 LG전자는 글로벌 임직원을 대상으로 ESG 경영 교육을 실시했다. 교육 내용은 △ESG 개념과 중요성 △LG전자의 중장기 ESG 비전 △ESG 관련 전략 과제 등을 포함하며 50분간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LG전자는 2017년 이후 매년 협력사의 사업장 안전관리를 위해 안전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LG화학은 2021년 기아대책·국가환경교육센터와 그린 클래스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환경교육을 지원했다. LG디스플레이는 협력사와 동반성장을 위해 △바람직한 계약체결 △협력사 공정한 선정(등록) △내부심의위원회 운용 △바람직한 서면발급 및 보존 등 상생협력 4대 실천사항을 제정했다.

LG전자는 2021년 임직원이 겪는 소통의 어려움, 보고를 위한 보고, 느린 실행력 등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온라인으로 임직원과 새로운 조직문화의 방향성 및 실천 방안에 대해 실시간 소통하는 리인벤트 데이(REINVENT Day)를 개최했다.

LG전자는 2020년 고객이 직접 체험하거나 참여할 수 있는 마케팅정책을 도입했다. 추억·향수를 자극할 수 있는 뉴트로(뉴+레트로) 마케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참여형 마케팅, 체험존 마케팅 등으로 소비자와 소통에 적극적이다.

LG전자는 2020년 엘뷰어스(LG전자+리뷰어) 운영을 시작해 제품 출시 전 개발 단계에서 다양한 고객 목소리를 청취해 제품에 반영한다. 지난해 12월 세 번째로 제품품질평가단 엘뷰어스의 우수 활동자 5명에 대한 시상식도 개최했다. 이들은 LG전자가 마련한 오프라인 공간이나 집에서 제품을 체험 및 사용해 본 후 느낌 점과 개선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정부·기업·기관·단체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평가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과 협력해 개발한 모델이다. 팔기는 주역의 기본 8괘를 상징하는 깃발, 생태계는 기업이 살아 숨 쉬는 환경을 의미한다. 주역은 자연의 이치로 화합된 우주의 삼라만상을 해석하므로 기업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데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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