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의 ESG 경영 의지를 전 계열사로 확산 필요… 삼성전자가 리더십 발휘해야 그룹 내 정착 가능 

지난달 22일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대회 폐막식에서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됐다. 3연임으로 사실상 종신집권의 기반을 구축한 시 주석은 2027년까지 대만을 통일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중국의 대만 침공이 가시화되면서 세계 1위 반도체 회사인 대만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 Ltd·台灣積體電路製造股份有限公司)의 주가가 휘청거리고 있다.

TSMC는 올해 3분기 매출액이 6131억 대만달러(역 27조1700억 원)로 삼성전자의 23조200억 원을 넘어 처음으로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으로 등극했다. 1987년 설립 후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슬로건으로 35년간 파운드리 시장을 개척한 결과다.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의 70% 이상이 반도체에서 나오기 때문에 반도체 시장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생존과 직결된다.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 비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성과는 아직 미진하다. 

삼성그룹의 ESG 경영 현황을 진단하기 위해 홈페이지, 국가정보전략연구소(국정연) 데이터베이스(DB), 국정감사·감사원·사법기관 자료, 각종 제보 등을 참조했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며 개발된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 모델을 적용해 삼성의 ESG 경영 현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삼성그룹의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 모델-종합평가 평가
삼성그룹의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 모델-종합평가 평가

독단·독선경영  오너리스크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위험  

국정연이 개발한 8기생태계 모델은 가장 먼저 거버넌스·사회·환경 영역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위험을 평가한다. ESG 경영을 추진함에 있어 제기되는 위험을 방치할 경우에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지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거버넌스 영역을 보면 오너 경영의 폐해를 해소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한국 대기업이 급성장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했지만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점으로 지목되는 것은 오너의 독단·독선경영이다. 이병철·이건희 회장을 넘어 이재용으로 이어진 독단 경영은 글로벌 기업 삼성을 자주 위험에 빠뜨렸다.

최근 삼성전자 회장에 취임한 이재용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불러온 이른바 ‘최순실 국정 농단’의 중심에 있었다. 알려지지 않은 소수가 밀실에서 결정한 주요 결정이 오너리스크로 작용했다. 이 회장은 더 이상 경영 대물림이 없다고 천명했지만 본인의 경영 리스크를 해결할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이 회장의 역량과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무시하기 어려운 위험이다. 삼성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주가가 추락한 이후 회복되지 않는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에너지 가격 급등과 같은 외부요인보다 내부 혁신 잠재력 및 리더십 같은 내부요인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 

사회에서 안전보건체계·임직원 복지·공급망 직원 복지·사회공헌프로그램 등을 평가하는 가치존중도 용인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삼성전자·삼성SDI 등 주요 계열사에서 백혈병·혈액암 등 각종 희귀질환자가 다수 발생했지만 근절하기 위한 납득할 만한 조치는 없다. 

임직원 복지에도 소홀하지만 공급망 직원의 복지는 경영계획에 포함시키지도 않은 것처럼 보인다. 납품단가 후려치기는 협력업체의 경영난을 초래해 복지를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성장을 촉진사면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는 이른바 낙수효과도 국내 대기업과 협력업체 관계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직원을 기계보다 못한 소모품으로 생각하는 기업은 산업안전 설비 투자에 인색하다. 산업안전은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도 관리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산업재해를 판정하는 근로복지공단도 근로자보다는 기업에 유리한 판정을 내리는 편이다.  

삼성은 협력업체와 분쟁이 많은 대기업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가 중소벤처기업의 휴대폰 기술을 도용하다가 적발됐으며 삼성SDI도 하도급업체의 기술 자료를 중국 협력업체로 넘겼다가 처벌을 받았다. 납품단가를 후려치거나 공급물량 제공을 미끼로 협력업체의 기술을 빼앗는 사례가 적지 않다.

'탄소저감 인증'을 획득한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5종  ©삼성전]
'탄소저감 인증'을 획득한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5종 ©삼성전]

이해관계자와 의사소통 미흡은 관리 가능한 위험

거버넌스 중 리더십은 일부 문제가 있음에도 관리 가능한 위험에 속한다. 경영진의 의지는 오너리스크를 최소화하는데 도움이 되며 개선 여지는 충분하다. 2000년대 이후 삼성이 국내 1위 대기업으로 도약한 것은 전문경영인보다 오너인 이건희 회장의 노력이 크게 작용했다. 

반도체·휴대폰·생활가전·액정표시장치(LCD)·발광다이오드(LED) 등 첨단 제품을 앞세워 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는 대내외 우호적인 환경 덕분에 좋은 성과를 냈다. 특히 반도체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해 월급쟁이 경영진이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임직원의 의지와 노력도 최고 의사결정자의 성과 도출에 도움이 됐다. 

경영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상장기업의 당연한 의무이지만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다른 영역에 속한다. 삼성은 편법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며 경영정보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건희 회장은 이재용·이부진·이서현 등 자녀에게 부를 물려주기 위해 삼성SDS·삼성물산·에버랜드 등 주력 기업을 동원했다. 전환사채 발행과 배분, 합병 비율 결정 등에 관한 의사결정은 이해관계자의 반발을 초래했다.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무리하게 경영권 승계를 추진하지 않았더라면 이건희 회장의 말년도 초라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건희 회장 사망 이후 삼성이 비정상적인 경영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업 외부의 소비자뿐만 아니라 임직원에게도 의사결정 과정을 여과 없이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경영진은 소비자는 왕이라고 부르지만 직원은 머슴으로 보는 편이다. 월급만 충분하게 주면 어떤 일이든지 마음대로 시켜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직원을 가장 중요한 고객으로 인식하는 글로벌 기업과 대조적이다. 

환경오염에 대한 논란도 경영진의 의지만으로 충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위험에 속한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신환경경영전략에 7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삼성디스플레이도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하기 위핸 환경전략을 수립했다. 

삼성물산이 화력발전소 건설을 강행하고 금융 계열사가 환경을 파괴하는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함에 있어서 사회적 책임을 우선하는 것이 지속 가능성장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삼성전자를 넘어 그룹 차원에서 환경경영 방침을 정해 계열사에 배포해야 하는 이유다.

'탄소발자국 인증'을 받은 삼성전자 LED 패키지 제품 4종 = ©삼성전자
'탄소발자국 인증'을 받은 삼성전자 LED 패키지 제품 4종 = ©삼성전자

ESG 경영 교육은 잘 실천해 무시할 수 있는 수준

삼성은 다른 국내 대기업에 비해 선진경영 기법을 도입하는데 적극적인 편이다. ESG 경영도 마찬가지인데 삼성전자·삼성물산은 ESG 경영을 추진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조직체계도 이미 갖췄다.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계열사 중에서 호텔신라만 ESG 경영에 관한 계획이 없다. 

이건희 회장 재임 때부터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의 성공 요인을 연구해 다양한 경영 노하우를 축적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쉬운 점은 발렌베리 가문이 실천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다르게 해석한다는 것이다. 발렌베리는 지주회사인 인베스터AB를 중심으로 ESG 경영을 가장 잘 실천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삼성전자는 2013년 상생협력아카데미 교육센터를 설립했을 정도로 각종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다른 계열사들도 교육 인프라를 잘 구축해 ESG 경영에 필요한 교육을 추진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교육의 전문성도 높으며 임직원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삼성이 소비자·협력업체·지역사회와 소통하는 것을 서툴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협력업체와 갈등을 빚는 사례가 많아 우려스럽다. 이 회장이 취임한 후 첫 공식행사로 협력업체를 방문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만 요식적인 겉치레가 아니며 상생하겠다는 진심이 전달돼야 의도한 성과가 나타난다는 점을 잊지 않길 바란다.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정부·기업·기관·단체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평가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과 협력해 개발한 모델이다. 팔기는 주역의 기본 8괘를 상징하는 깃발, 생태계는 기업이 살아 숨 쉬는 환경을 의미한다. 주역은 자연의 이치로 화합된 우주의 삼라만상을 해석하므로 기업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데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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