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사회적 책임 강조...현장은 요지부동
ESG 경영교육 강화해야 임직원 태도 변화 가능

고 최종건 창업주, 고 최종현 명예회장, 최태원 회장
고 최종건 창업주, 고 최종현 명예회장, 최태원 회장

SK그룹은 올해 3분기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와 환경 관련 업체를 인수하며 계열사를 11개나 늘렸다. (공정거래위원회 11월 8일 발표) 4월 기준 SK 계열사는 196개로 국내 1위 대기업인 삼성그룹의 60개와 비교해 3배나 많다. 삼성과 비교하면 우려스럽다. 

인수한 기업도 제조업뿐 아니라 부동산·인력공급업·운송업·토목시설건설업·대리기사 중개 솔루션업체 등으로 다양하다. 신사업 발굴과 지속 가능성장을 위해 인수합병(M&A)을 시도했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영위해야 하는 업종까지 진출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문어발 사업 확장을 통한 대마불사 경영이 단군 이후 최악 경제참사인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촉발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SK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현황을 진단하기 위해 홈페이지, 국가정보전략연구소(국정연) 데이터베이스(DB), 국정감사·감사원·사법기관 자료, 각종 제보 등을 참조했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며 개발된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 모델을 적용해 SK의 ESG 경영 현황 중 사회를 진단해 봤다

 SK그룹의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 모델-사회 평가
 SK그룹의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 모델-사회 평가

성과급 지급 기준 공개 요구 & 내부거래 논란 

지난해 초 SK하이닉스 입사 4년차 직원이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모든 직원에게 성과급 지급 기준에 대한 투명한 공개를 요구하면서 공정성 논란이 촉발됐다. 이후 SK텔레콤을 포함한 SK그룹 계열사로 불평불만이 확산됐다. 성과급을 지급하는 기준인 경제적부가가치(EVA) 지수의 산출 방식과 계산법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거세졌다. 

그룹 차원에서 1년 이상 성과급 지급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5월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 노조는 경영진에게 인재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1~5월까지 기술사무직 퇴직자가 301명으로 △2019년 1~9월 307명 △2020년 1~9월 313명 대비 급증했기 때문이다. 퇴사자 대부분은 실무 담당자로 근무 환경이 악화됐다. 

2015년 SK건설에서 물적 분할한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구축 전문업체인 SKTNS는 2020년 협력업체 직원 차량에 GPS를 강제로 설치하고 스마트폰으로 감시해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2019년 SK브로드밴드는 협력업체 직원에게 메신저·단체 대화방·이메일 등을 활용해 업무지시를 내리고 업무 진행 현황을 보고받아 불법파견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초 SK에너지 울산공장 앞에서 공사 대금 미지급 관련 시위가 벌어졌다. SK에너지 협력사로부터 울산공장 탱크 개방정비 도장공사를 도급 받아 작업한 하청업체가 공사 대금을 지급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양사는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 등으로 맞서고 있으나 SK에너지도 관리감독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SKC&C 매출액의 76.5%가 SK(주)와 내부거래에서 발생해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확산됐다. 같은 해 SK케미칼은 백신사업을 SK바이오사이언스로 물적 분할해 주주의 가치를 훼손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SK스퀘어 자회사인 11번가는 8월1일 징계위원회를 개최해 성추행 논란 당사자에게 정직 1개월, 회식자리에 참석한 임원에게는 견책이라는 징계를 내렸다. 일부 여직원은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직원으로부터 2014·2015·2019년에도 성희롱 및 성추행을 당했다고 SK그룹 윤리경영 제보 채널로 신고해 파장이 확산됐다.

윤리경영 위반 징계 증가 대책 마련 시급

보안업체인 SK쉴더스는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에 안전 관리비를 하청업체에 전가하는 방식의 무인경비시스템 설치공사 연간도급계약서를 작성해 논란이 됐다. 에스원이나 케이티텔레캅이 안전 관리비를 공사대금에 계상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지난달 15일 카카오 서비스가 먹통이 된 사태는 SKC&C 판교 데이터센터의 화재가 원인이다. 화재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데이터센터에 설치된 무정전 전원장치(UPS)용 리튬이온배터리가 SK온 제품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책임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SK케미칼(현 SK케미칼과 SK디스커버리로 분할)에 과징금 3500만원을 부과하고 전 대표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헌법재판소는 9월29일 공정위가 2018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 재조사 때 인터넷 기사는 광고가 아니라고 보고 심사 대상에서 제외한 부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라 공정위는 관련 사건을 재조사했다. 

지난해 SK텔레콤은 휴대폰 개통 시 우주 패스 상품에 가입하지 않으면 개통이 불가능하게 해 ‘끼워팔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우주 패스는 국내에 진출한 아마존과 연계한 11번가 구독상품으로 SK텔레콤은 이전에도 플로·웨이브 등을 강매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윤리경영 위반 징계 현황은 △2019년 성희롱 3건·기타 15건 △2020년 성희롱 2건·기타 29건 △2021년 성희롱 1건·기타 32건으로 성희롱 사건은 점차 줄어들었으나 기타 징계 현황은 오히려 증가했다.

SK(주)는 지난해까지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사회문제 해결에 대한 명확한 목적과 역량을 지닌 소셜벤처룰 발굴하고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96억 원을 투자했다. 향후 2025년까지 총 누계 500억으로 투자금을 확대할 계획이다. 협력사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금융(자금)지원 △기술지원·보호 △교육·훈련지원 △사업지원 △프로그램 지속 개발 △공정거래·윤리경영 △복리후생 공유 등 동반 성장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43째 회장이 직접 신입사원과 소통 시간 

SK(주)·SK텔레콤·SK하이닉스·SK이노베이션·SK케미칼·SK바이오사이언스·SK바이오팜 등 주요 계열사의 홈페이지를 조사해본 결과 ESG 경영을 교육하기 위한 교재는 없다. 그룹 차원에서 운영하는 사내 교육 플랫폼 써니(mySUNI)에 ESG 등 핵심 경영 전략을 반영한 학습 과정은 개설했다. 

2020년 ESG 이해 등 30여 콘텐츠를 공개했으며 지난해 ESG 글로벌 트렌드, 평가방법론 등을 추가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이사회사무국 주체로 사외이사 전원에 대해 탄소중립 및 ESG 시대의 기업전략, 탄소 넷 제로 대응 방안 검토 등을 주제로 ESG 워크샵을 개최했다. 

SK이노베이션은 윤리교육을 강화하고 있는데 △2019년 3947시간 △2020년 4037 시간 △2021년 5458시간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SK케미칼은 지난해 1인당 연평균 47.3시간의 윤리교육을 시행해 2019년 23.2시간 대비 늘어났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1인당 연평균 교육 시간은 지난해 6시간으로 2019년 30시간·2020년 10시간 대비 대폭 축소됐다. 

SKE&S는 지난해 재생에너지 및 도시가스 사업 담당 15개 협력사에 ESG 실사, 협력사 구성원 125명을 대상으로 ESG 교육을 각각 실시했다. 올해에는 ESG 실사 건수가 누적 35건, 협력사 ESG 교육 이수자를 200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SK(주)는 협력사 ESG 개선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해 모든 협력사 및 고위험 협력사를 대상으로 교육·가이드·컨설팅 등을 제공하고 있다. 모든 협력사 경영층은 강의와 토의 형식의 ESG 세미나를 수강하고 실무진은 ESG 기본·심화과정, 대상자 모두 환경·인권·윤리·정보보호 등 ESG 실천 교육을 받아야 한다.

SK하이닉스는 협력사와 동반성장 도모 및 상호 협력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한 소통활동으로 VOC(고객의 소리) 활동 및 협의회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2월 SK이노베이션은 화상 미팅 플랫폼 웨벡스(Webex)를 통해 아이콘(iCON)의 비대면 발대식을 개최한 후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iCON은 2015년 도입했으며 경영진·리더 직급·구성원 사이에 소통을 주도한다. 

SK 최태원 회장은 올해 1월 그룹 신입사원과 포스트 코로나, ESG, 공정과 정의, 행복 디자인 등의 주제로 소통을 시간을 가졌다. 2대 최종현 회장 때부터 43년째 지켜온 전통으로 SK는 다른 그룹과 달리 소통을 중시하는 편이다.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정부·기업·기관·단체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평가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과 협력해 개발한 모델이다. 팔기는 주역의 기본 8괘를 상징하는 깃발, 생태계는 기업이 살아 숨 쉬는 환경을 의미한다. 주역은 자연의 이치로 화합된 우주의 삼라만상을 해석하므로 기업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데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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