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책임은 구호가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 가능
이해관계자와 소통해야 삼성  불신 해소 가능성 높아져 

2020년 2월 출범한 삼성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는 7개 주요 계열사의 준법경영을 감시하기 위한 독립조직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동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 내부 준법 감시제도를 마련하라고 주문하면서 급조된 조직이다. 

하지만 지난해 1월 법원은 준법위가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이재용 부회장을 법정 구속했다. 재판 초기부터 ‘재발방지’를 강조하며 준법위가 삼성 경영진의 위법행위를 예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준법위 기능을 이사회 권한으로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준법위의 앞날이 험난하다고 판단한 이유다.

삼성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현황을 진단하기 위해 홈페이지, 국가정보전략연구소(국정연) 데이터베이스(DB), 국정감사·감사원·사법기관 자료, 각종 제보 등을 참조했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며 개발된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 모델을 적용해 삼성의 ESG 경영 현황 중 사회를 진단해 봤다

성과급 지급 & 임금 협상에서 불공정 논란 

지난해 삼성SDS 사내 익명게시판에 2020년 지급한 성과급과 2021년 성과급 지급에 대한 요구조건을 게시해 공정임금·성과급 지급 논란이 초래됐다. 2013년 삼성물산의 FC 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설립한 삼성웰스토리는 1월 사내 공지를 통해 성과인센티브를 지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계열사 사내급식 사업을 ‘일감 몰아주기’로 판단해 과징금을 960억원 부과했기 때문이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 홈페이지
@삼성준법감시위원회 홈페이지

8월 삼성전자는 노동조합 공동교섭단과 사측이 제안한 평균 임금인상률 9%(기본인상률 5%, 성과 인상률 평균 4% 등)에 합의했다. 공동교섭단은 삼성전자사무직노조·삼성전자노조동행·전국삼성전자노조·삼성전자구미지부노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삼성그룹 내 삼성웰스토리노조·삼성SDI울산노조·삼성엔지니어링 노조 등은 노사협의회 결정사항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라고 반발하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로 진정했다.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삼성그룹 12개 계열사)는 △기본급 임금 10% 인상 △세전이익 10%의 성과급 지급 △임금피크제 폐지 △정년 65세 연장 △목표달성장려금과 초과이익 성과금 평균 임금 산입 △포괄임금제 폐지·고정시간외 수당 기본급 전환·각종 수당 통상임금 산입·복리후생 개선 등을 요구했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성과급 논란 이후 성과급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17년 1분기 삼성전자 사업보고서 분석에서 기간제 근로자가 685명으로 2016년 동기 1368명 대비 50% 감소했다. 당시 문재인정부가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표방하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2020년 말 기준 삼성전자의 기간제 근로자는 610명으로 2017년 1분기 대비 75명 줄어들었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갑’질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협력업체의 고소·고발은 사실 여부를 떠나 글로벌 삼성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 2020년 베트남 삼성전자 공사 협력업체가 2차·3차 하청업체를 대상으로 공사대금 제때 미지급, 임금 체불, 리베이트 등의 ‘갑’질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2020년 삼성전자 평택2라인 공사에 참여한 중소업체는 시공을 맡은 삼성엔지니어링으로부터 공사 대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2월 삼성물산 건설 본부 협력업체가 2014년부터 8년간 직원으로부터 ‘갑’질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뇌물 제공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7년 2월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뇌물 제공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7년 2월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최첨단 공장의 유해물질 논란은 해결할 과제

2013년 9월8일 기준 삼성SDI 울산공장에서 백혈병 등 각종 암과 뇌질환 등으로 총 사망자 23명, 치료 중 11명, 완치자 8명으로 집계됐다. 2014년 삼성SDI 울산공장은 병에 걸린 직원이 죽기 전에 사직서를 받아 비난을 받았다.

2016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삼성반도체·LCD 생산 공장 관련 산재 소송 10건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는 삼성은 법원으로부터 자료 제출 및 답변 요청을 받은 77건 중 13건인 17%만 응하고 83%는 불응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서울행정법원은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TV부품 생산라인에 근무한 여성 근로자가 근로복지공단 상대한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지난해 3월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2020년 8월부터 실시한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현장조사에서 9월에만 3차례에 걸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적발했다. 같은 해 10월과 12월 각각 2000만원, 2억8000만원 등 총 부과 받은 과태료는 3억7790만원에 달했다. 

런던올림픽 후원기업 삼성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는 캠페인 이미지. 백혈병과 희귀암에 걸려 사망한 56명의 삼성 노동자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자료사진
런던올림픽 후원기업 삼성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는 캠페인 이미지. 백혈병과 희귀암에 걸려 사망한 56명의 삼성 노동자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자료사진

지난해 6월 삼성전자 광주공장 조합원 7명이 근로복지공단에 근골격계질환 집단 산재신청서를 접수했다. 2010년부터 삼성 LCD공정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2014년 뇌종양 진단을 받고 수술·치료했지만 2019년 재발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상을 신청했지만 역학조사 기간 중 사망해 논란이 초래됐다.

2020년 삼성전자는 중소벤처기업의 휴대폰 기술 도용을 시도해 논란이 초래되자 합의했다. 올해 삼성SDI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국내 하도급업체의 기술 자료를 중국 협력업체로 넘겨 기술유출 혐의로 2억7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협력업체와 소비자를 보호해 주주와 투자자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삼성전자가 ‘갑’질과 기술 유출, 기술 도용과 같은 일련의 사태로 기업 브렌드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어 안타깝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지난 8년간 197개 협력업체의 안전보건 경영시스템(ISO 45001) 인증획득을 지원했다. 올해 100여개 회사를 지원하고 2026년까지 850여개 회사의 인증 취득도 도울 방침이다. 삼성전자가 2015년부터 시작한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사업은 중소·중견기업의 제조 환경을 개선하는 것으로 협력회사의 경쟁력 제고와 동반 성장을 위한 목적이다. 2021년까지 2800여개 기업을 지원했다.

이건희 회장이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라’ 신경영을 선언한지 29년이 흘렀다. 글로벌 초일류 기업을 성장하기 위해 품질경영을 주창했지만 최근 들어 품질 논란에 휩싸였다. 비스포크 그랑데 인공지능(AI) 세탁기 외부 장식 강화유리 파손, 비스포크 냉장고 유리 선반 폭발,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 S22의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성능 저하 논란 등으로 삼성 제품의 신뢰도가 떨어졌다.

직원·협력업체·지역사회와 소통 노력 강화 필요

2013년 상생협력아카데미 교육센터를 설립해 협력회사의 인적 역량 강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함께하는 ESG’ 과정을 통해 친환경·공정거래·상생 등을 교육하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는 해외 협력사 840개를 대상으로 제품 화학물질 관리 교육을 실시했다. 

삼성반도체 홈페이지에 지속 가능경영을 위해 환경, 노동과 인권, 사회공헌 등으로 구분해 관련 자료 및 추진 이력 등을 공개하고 있다. ESG 경영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수십 가지의 핵심 요소들이 있기 때문에 정확히 이해하도록 가르칠 교재나 교육이 중요하다.  

삼성물산의 지속 가능경영 보고서를 분석해 본 결과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장비안전교육 등 안전 관련 교육, 노동·인권교육, 다양성 존중 및 차별 금지 등 인식제고 관련 다양한 교육을 실시한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실적은 공개하지 않았다. 

제일기획은 2021년 지속 가능경영보고서에서 지난해부터 ESG 경영을 구체화하고 환경, 인권경영, 근로자의 다양성, 안전·보건, 윤리·준법, 감사 등과 관련된 교육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ESG 경영 관련 요소별 교육 과정은 잘 진행되고 있으나 ESG 전략 등 전체적인 전략에 대한 교육은 부족해 보인다. 반면 호텔신라의 홈페이지를 분석해 본 결과 ESG 경영 도입, 교재 개발, 교육을 진행한 이력은 없었다. 

2018년 옴부즈만위원회는 조직 소통 능력에 대한 조사 결과 삼성이 꼴찌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0년 삼성은 정보 유출을 막고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사내 커뮤니티를 만들었으나 익명의 소통 앱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의 작성자를 색출하는 작업을 벌였다. 

올해 삼성전자 이재용부회장은 MZ세대와 소통을 위한 자리에서 △관심사·고민·삼성의 이미지 △아이디어 △애로사항 △혁신적 조직문화 확산 △경력 개발 등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같은 목적으로 삼성전자는 삼성전자·평택 소통협의회를 출범시켰다. 

이재용 부회장이 MZ세대들과의 소통을 늘리며 이미지 메이킹 전략을 선보이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MZ세대들과의 소통을 늘리며 이미지 메이킹 전략을 선보이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올해 삼성생명은 대학생·사회초년생을 중심으로 MZ고객패널을 구성해 고객과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소통창구인 고객패널을 통해 해피콜 스크립트 체험, 보험약관 이해도 평가 등 80여개 아이디어를 제안 받았다. 삼성화재 역시 2030과의 소통을 위해 MZ 고객패널 제도를 도입했으며 삼성카드는 페이스북, 캐릭터 활용, 유튜브 활동 등으로 MZ세대와 소통을 확대하고 있다.

Tip>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정부·기업·기관·단체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평가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과 협력해 개발한 모델이다. 팔기는 주역의 기본 8괘를 상징하는 깃발, 생태계는 기업이 살아 숨 쉬는 환경을 의미한다. 주역은 자연의 이치로 화합된 우주의 삼라만상을 해석하므로 기업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데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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