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과 스승, 부모는 한 몸이다.

君師父一體·군사부일체

춘추전국시대 시집 추구(推句)

임금과 스승을 어버이와 똑 같이 섬겨라는 게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의 뜻이다.  춘추전국시대의 시집 <추구(推句)>에 나온다.  스승의 권위가 군주와 부모와 비견되는 의미이다.  스승에 대한 존경과 경외함을 '그림자도 밟지 말라'는 의미로도 표현된다.

天地人三才(천지인삼재)  君師父一體(군사부일체) 天地爲父母(천지위부모)日月似兄弟(일월사형제). 

하늘·땅·사람은 삼재이고, 임금과 스승, 부모는 한 몸이다. 하늘과 땅은 부모가 되고, 해와 달은 형제와 같다.

추구는 조선 시대의에 문장 연습용 교재로 쓰였다. 다섯 글자로 된 아름다운 오언(五言) 시(詩)로 구성된 모음집이다. 이백(李白·701~762)) 도연명(陶淵明·365~427)등 유명시인의 시 5언 4구씩 총 60개의 문장이 실려 있다.  천지자연, 일상 생활을 비롯해 학문을 권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뽑을 추(抽)를 사용하여 추구(抽句)라고도 한다. 

국가의 백년대계(百年大計)인 교육(敎育)이 무너졌다. 교권(敎權)이 무너졌다.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에 시달리던 서울 서초구의 서이초등학교에서 교사가 극단 선택했다. 서울 양천구 한 초등학교에서는 교사가 학생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비슷한 상황이 교육 현장에서 연출되고 있다. 부모와 학생, 교사 간 신뢰와 존중이 앞서야 할 교육 현장이 폭력과 교권 침해로 만신창이가 됐다.

근본 원인이 뭘까.  어른들의 잘못에서 기인하고 있다. 군사부일체는 옛말. 존경받을 만한 인물이 없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이 있다. 군주에서부터 스승, 부모까지 자녀들에게 존경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대한민국 24시는 범죄로 얼룩져 있다. 사회는 부정이 판치고 범죄가 넘쳐난다. 지독한 사회 양극화를 겪고 있다. 정치권은 민생과 정치적 쟁점은 뒷전이다. 범죄에 대한 논쟁만 가득하다. 법정에서 해야 할 법리 논쟁을 국회에서 하고 있다. 사회지도층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온데간데 없이 이익에만 혈안이 됐다.

가상화폐, 부동산 투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부(富)를 축적하는 범죄로 얼룩졌다. 천정부지로 치솟한 주거비용에 청년들은 결혼을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 투기가 결국 미래세대에 꿈과 희망을 삼키는 범죄가 되고 있다. 내로남불이 판친다.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이 만연하다.

교육이 바로서야 국가의 백년대계를 기약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업가 중에 유대인이 많다. 유대인의 밥상머리 교육은 인성·예절·재테크 등의 교육을 진행한다. 유대인의 정체성, 가치와 윤리, 종교, 역사문화, 돈 교육을 진행한다. 자녀를 가르치는 것 보다 의견을 묻고 자녀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고 공감한다. 이를 밥상머리 교육이라고 한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는 들에 가도 샌다는 말이 있다. 집에서 제대로 된 가정교육을 받지 못한 아이가 학교에 가서도 마찬가지. 그 아이가 보는 세상도 불법 천지이다. 법을 지켜면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아이의 뇌리에 깊게 박힌다. 청소년 범죄에 대부분이 부모와 사회의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 됐음을 알수 있다. 

교육과 사회 시스템의 변화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서양에도 교육에 대한 명언(名言)이 있다.

"영국이 1915년 워터루의 전쟁에서 프랑스의 나폴레옹을 물리친 승리의 원천은 이튼 학교(Eton College·英國 명문 중등학교)의 교정에서 이루어졌다"(英國 Horatio Nelson·1975.8.29~1805.10.21). 

영국 버크셔주에 위치한 이튼학교는 1940년 헨리 6세에 의해 설립된 중등 교육기관이다. 역사와 전통을 강조하는 이튼학교의 교훈은 Floreat Etona(Let Eton Flourish: 이튼을 번창하게 하라.)이다. 이튼 졸업생을 뜻하는 이트니언(Etonian)이라는 단어가 어학사전에 등록돼 있을 정도로 이튼 졸업장은 영국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앤서니 이든, 해럴드 맥밀런, 데이비드 캐머런, 보리스 존슨 등 역대 영국 총리 중 20명을 배출했다. 정치인을 비롯해 각계 각층의 많은 유명 인사들이 이튼 출신이다. 

이튼은 노블레스 오블리주(가진 자의 도덕적 의무)에 뿌리를 둔 교육을 한다. 귀족사회에 근간을 둔 유럽 사회 상류층의 의식과 행동을 지탱해 온 정신적 지주다. 이런 이튼의 교육철학을 엿볼 수 있는 상징물이 있다. 학교 정문을 통과하면 정면에 마주치는 학교 본부의 벽이다.

벽 전체에는 1·2차 세계대전에서 숨진 이튼 출신 전사자 2000여 명의 이름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다. 각각의 전사자 이름 앞에는 ‘1919년 9월 15일 사망, 전장에서 숨져간 존을 기리며’와 같은 문구가 붙어 있다. 본부 건물을 지나칠 때마다 이 벽을 보면서 과감히 기득권을 버리고 사회에 봉사한 선배를 떠올리도록 한다. 왕실에 대한 충성과 존중을 강조하고 있다.

교사의 대부분은 옥스브리지 출신. 교사들이 열정적이다. 일요일까지 반납하며 학생 공부를 돕는다. 상위권이든 하위권이든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과 기회가 동일하게 주어진다. 수준별 수업은 교과서까지 다르다. 교사는 학생 수준에 맞게 교과서를 직접 집필하거나, 기존 교재에 다양한 자료를 첨부해 가면서 교과서를 업그레이드한다.  학업지도 뿐만 아니라 학교생활, 대학진학상담까지 학생 관리를 담당하는 튜터 교사를 학생이 선택할 수 있다.

선·후배간의 규율이 엄격하다. 25개 기숙사가 있는데 선배가 후배를 책임지고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교칙을 어기거나 교사·선배한테 무례하게 굴면  하우스마스터(기숙사 책임자)에게 좋은 추천서를 받을 수 없다. 

이튼의 정신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철저한 규칙이다. 건강한 신체와 정신이 교육의 기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영국사회를 이끌고 있는 창의적 인재와 사회 공동체 지도자는 이튼의 교육 철학에서 바탕을 두고 있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도덕성 회복이 중요하다. 법과 원칙, 그리고 기본이 중시되야 한다.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길러줘야 한다. 더 이상 아빠찬스가 통용되지 않는 편법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누구나 공평하고 공정하게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존경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런 토대 속에 세상에 꺼릴 것 없는 크고 넓은 도덕적 용기를 심어줘야 한다.  새로운 도전을 통해 자신감과 융통성을 겸비한 시민이자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는 기본을 다져줘야 한다.  

기본의 특징은 대충해선 안 된다. 시작하긴 쉬울지 몰라도 항상 잘하기는 어렵다. 강건한 체력과 올곧은 마음을 유지하는 생활 습관이 필수이다. 공부도 마찬가지이다.  지독히 철저한 기본기 훈련을 통해 미래를 꿈꿀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대한민국이 일류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어른들이 바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편법과 반칙을 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학생들이 무얼 배울 것인가. 반성해야 한다. 어른들의 반성을 토대로 공정하고 공평한 꿈을 꿀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길 기대해 본다. 교육현장에서도 시험을 위;한 교육이 아닌 “건전한 정신은 건강한 신체에 있다”는 것을 가르치는 호연지기(浩然之氣) 교육이 되길 기대해 본다. 건강한 군사부일체가 아이들에 교육 지침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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