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필법은 대의명분을 쫓아 객관적 사실에 입각해 기록한 공자가 기록한 논법
조선시대 태종-세종 등 역대 임금들도 사관이 기록한 "역사를 두려워 했다"

지안의 통구(통거우)사신총에 그려진 글을 쓰는 선인. 당시 이들을 사(史)라고 했다@국립중앙박물관
지안의 통구(통거우)사신총에 그려진 글을 쓰는 선인. 당시 이들을 사(史)라고 했다@국립중앙박물관

“우리가 진실로 두려워 해야 하는 것은 위대한 인물들의 부도덕함이 아니라,

인간이 자주 부도덕함을 통해 거대한 존재로 부상한다는 사실이다”.

-프랑스 역사학자 알렉시스 드 토크빌 Alexis de Tocqueville(1805-1859) 명언 中-

역사(歷史,History)는 인류사회의 변천과 흥망을 담은 승자(勝子)의 기록( 記錄)이다. 한반도는 기원전 2333년에 성립된 고조선에서부터  고구려ㆍ백제ㆍ신라의 삼국 시대를 거쳐 통일 신라ㆍ고려ㆍ조선으로 이어져 왔다. 1910년에 일제의 침략으로 강제 합병 되었으나, 1945년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나면서 독립했다. 1948년 남한 만이 총선을 실시해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했다. 굴곡( 屈曲)진 현대사(現代史)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6.25전쟁(1950)→4.19혁명(1960)→5.16군사정변(1961)→통화개혁(1962)→6.3한일협상반대운동(1964)→10월 유신(1972)→10.26사태 (박정희대통령시해사건· 1979)→5.18광주민주화운동(1980)→6월 항쟁(1987)→전두환·노태우 前 대통령 구속(1995)→노무현 前 대통령 자살(2009)→박근혜 현직 대통령 탄핵·구속 (2017) 등으로 이어진다,

대한민국은 1945년 해방이후 75년 동안 전쟁, 쿠데타, 전직 대통령 구속, 자살, 탄핵 등에 이르기까지 세계가 겪어보지 못한 일들을 한꺼번에 겪었다. 또한 전직 대통령과 측근이 레임덕 앞에서 무너지는 것을 지켜봤다. 그 만큼 민주주의가 발전한다.

문제는 굴곡( 屈曲)에 역사가 끝나지 않고 있다. 토크빌의 말처럼 위대한 인물의 부도덕함이 아니라, 부도덕함을 통해 거대한 존재가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정부패로 전직 대통령과 측근이 감옥에 가고 추락하는 과정을 보면서도 되풀이 되고 있다. 오히려 부도덕한 자들이 거대한 존재가 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문 정부는 2017년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분노한 촛불 민심에 의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탄생했다. 당시 청년의 분노는 공정과 정의라는 시대 정신이 됐다. 이는 집권의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최근 공정할 것이라고 믿었던 문 정부에 대한 믿음이 깨지고 있다.

조국(입시)·추미애(병역) 전·현 법무부 장관이 자녀를 둘러싼 특혜와 특권을 두고 분노하고 있다. 교육과 병역은 민심의 역린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자녀 교육과 병역 문제에 대해서는 민감하다.

자녀의 교육과 병역 문제로 곤혹을 치른 정치인이 한둘이 아니다.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자녀 입시를 위해 교육부와 사립대학을 동원한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이회창 전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는 자녀의 병역 의혹을 불거져 대선에서 실패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도 재선과 3선에 도전했던 선거에서 아들 병역면제 논란이 따라다녔다.

문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曺秋 문제가 악재가 되고 있다. 통령의 임기는 2017년 5월 10일부터 2022년 5월 9일까지이다. 1년 6개월여 남아있다. 대통령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판단은 역사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자가 제자를 시켜 길을 묻고 있는 장면을 그린 그림. 공자의 일생의 역작이라는 를 지은 뒤 "훗날 나를 칭찬하는 것도, 나를 비난하는 것도 춘추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춘추의 핵심은 포폄`이다. 즉 사건의 선악과 시비를 따져 평가한 법률적 성격의 역사서이다. 
공자가 제자를 시켜 길을 묻고 있는 장면을 그린 그림. 공자의 일생의 역작이라는 를 지은 뒤 "훗날 나를 칭찬하는 것도, 나를 비난하는 것도 춘추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춘추의 핵심은 포폄`이다. 즉 사건의 선악과 시비를 따져 평가한 법률적 성격의 역사서이다. 

춘추필법

春秋筆法

대의명분을 쫓아 객관적인 사실에 입각하여 기록하는 논법

만약 공자(孔子)가 살아있다면 문재인 대통령을 어떻게 기록할까. 공자는 <춘추필법(春秋筆法)>을 저술했다. 춘추시대 노(魯)나라 은공(隱公) 초년(BC 722)부터 애공(哀公) 14년(BC 481)에 이르기까지 12대 242년간의 연대기이다.

춘추시대는 하극상과 약육강식이 만연했다. 공자는 혼란상을 보면서 저마다 자기 직분을 잃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공자는 각자의 직분을 지켜야 함을 강조했다. 과거를 거울 삼아 기강이 무너진 천하를 바로잡아야겠다는 취지였다. 사건을 기록하는 기사(記事), 직분을 바로잡는 정명(正名), 칭찬과 비난을 엄격히 하는 포폄(褒貶)의 원칙을 세웠다. 여기에 어긋나는 것은 철저히 배격했다. 오직 객관적인 사실에 입각하여 자신의 판단에 따라 집필했다. 대의명분을 좇아 객관적인 사실에 입각하여 준엄하게 기록하는 논법을 '춘추필법'이라 부른다. 이와 유사한 의미로 동호직필(董狐直筆)'이라는 말이 있다.

조선시대 역대 임금들도 사관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조선을 반석 위에 올린 태종ㆍ세종도 예외가 아니었다. 걸핏하면 춘추필벌이 어떻고, 표폄이 어떻고 하면서 국왕을 괴롭히며 직필(直筆)을 해대니 괴로울 수 밖에 없었다.

1941년(태종1년) 태종은 편전에서 정사를 펼폈다. 사관 민인생이 들어왔다. 태종은 말한다.

"이곳은 내가 편안히 쉬는 곳이니 앞으로 들어오지 말라"

"편전은 대신들이 정사를 아뢰고, 강론을 펼치는 곳입니다. 그런 곳에 사관이 들어오지 못하면 어떻게 기록한단 말입니까?"

민인생은 임금의 말에 굴하지 않고 칼 같은 한마디 한다. 태종은 다시 말한다. 그러자 민인생의 한마디가 폐부를 찌른다.

"신이 만일 곧게 기록하지 않는다면, 신의 위에 하늘이 있습니다."

사관 위에는 하늘이 보고 있으니, 곧게 쓸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태종은 1,2차 왕자의 난을 통해 왕위에 올랐다. 왕권 강화를 위해서라면 어떤 신화라도 처단해 버린 무시무시한 임금이었다. 사관들은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는 임금 앞에서도 곧대로 역사를 기록했다. 희대의 폭군 연순군 역시 '역사'를 무서워 했다.

역사 서술의 원칙은 "난신적자들을 두렵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공자의 춘추필법이 바로 그것이다. 정권이 바뀌고 시대가 바뀌어도 멋대로 포럼의 칼을 휘둘러서는 안된다고 경고한다.

"역사가는 의심 나는 것은 공백으로 남긴다"(<논어>위령공편).

헛된 칼날을 휘두르려면 차리리 공백을 남겨두라는 것이 공자의 말이다. 그렇다면 현재 문재인 정부를 역사는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그것이 궁금할 뿐이다.

문재인 정부는 공정과 정의를 내세운 정권이다. 법과 원칙을 지킨다거나 기회를 공평하게 하는 것을 가치로 삼았다. 하지만, 편향적 내로남불과 극단적 불공정으로 무너져 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자가 살아 돌아온다면 문재인 정부에 대해 “공정을 아무리 강조해도 결과가 공평하지 못하면 공정사회라고 할 수 없다”고 평가했을 것이다. 문 대통령에게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 공정과 정의를 살리면 된다. 이를 위해선 자신들부터 공정하고 정의로와야 한다. 내로남불이 되서는 안된다. 공정과 정의 앞에서 누구나 평등해야 한다. 공정과 정의로운 사회를 만든다는 문대통령에 대한 역사의 평가는 달라질 것이다.

조성구 CHO SUNG GU (영화감독/제작/기획)

조성구 영화감독
조성구 영화감독

감독: 깡패 수업 2, 3, 하몽하몽서울, 배꼽위의 여자, 서울 통화중, 이웃집남자, 오색의전방 외
대학시절 연극배우로 활동하다가 최현민 감독의 <남녀공학>으로 영화계 입문했다. 그 후 1989년 <이웃집남자>로 감독 데뷔했다.
그 이후 자신의 영화세계를 대표할 만한 <오색의전방(五色醫典房>을 연출했다. 현대의학을 고전적인 해학의 방식으로 풀어낸 사극 코미디이다.
그 이후 <서울 통화중>(1989), <배꼽위의 남자>(1993), <하몽하몽 서울>(1997) 등 성애영화를 주로 연출했다. <깡패수업2>(1999)와 <깡패수업3>(2000)을 연출하면서 멜로와 액션 등 다양한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영화 제작과 기획을 하면서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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