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만드는 국회의원ㆍ법 집행 법조인 안지키고 힘없는 백성만 법 집행
"성추행범 무죄만든다"전관예우는 법조비리와 반칙사회 만든다는 지적

영화'공자 춘추전국시대'이미지
영화'공자 춘추전국시대'이미지

Abolish justice, and what are kingdoms but great robberies? 

정의가 없다면 국가란 도둑들의 소굴에 불과하다.

-성 아우구스티누스 Sanctus Aurelius Augustinus Hipponensis, 354~ 430-

정의(正義, Justice)는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기 위해 사회구성원들이 공정하고 올바른 상태를 추구하는 가치이다. 법에 포함된 이념이다.

법이 통치수단이나 도구가 되긴 한다. 인간의 선악과 공직의 청탁을 가늠하거나 결정하는 근본적인 도구가 될 수 없다.

춘추시대(BC700~403) ()은 가혹하고 치밀한 법망을 가지고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멸망했다. 법에 걸린 관리들과 법망에서 빠져나가려는 백성들과의 혼란이 나라를 망치는 원인이 됐다. 사마천(司馬遷 BC145-86)은 말한다.

법령이란 백성을 선도하기 위함이고, 형벌이란 간교한 자를 처단하기 위함이다. 법과 집행이 잘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착한 백성들은 두려워한다.”.

법을 집행하는 공직자가 사사로운 욕심에 물들지 않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법을 집행하면 법이 근본적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다. 법을 집행하는 자가 법을 지킬 의지가 없다면 법조문이 아무리 많고 지독해도 소용없다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법과 정의가 있는가. 나라를 이끄는 공직자들의 행태들이 가관이다. 자녀 입시 비리에서부터 채용 비리, 뇌물 비리까지 각가지이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과 법을 집행하는 법조인들조차 법을 지키지 않는다. 성추행도 무죄를 만든다는 전관예우(前官禮遇) 관행에 뿌리가 깊다. 검찰이나 법원 고위직을 지내고 변호사가 된 이들에게 현직 후배들이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특혜를 주는 것을 의미한다. 검찰의 전관예우는 수사권-기소권의 자의적 행사, 정치적 판단에 따른 업무 처리, 제 식구 감싸기 등으로 국민에게 불신을 받고 있다.

매 정권마다 레임덕 현상이 발생했다. 친인척이나 측근 비리로 수사를 받았다. 지지율은 땅끝 추락했다. 대통령까지 수사를 받는 상황이 연출됐다. 심지어 탄핵을 당하거나, 감옥에 구속되기도 했다. 모든 권력에 시간이 있다. 그런데도 권력만 쥐면 불나방처럼 비리 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오죽하면 20대 국회에서는 고위공직자를 수사하는 공수처를 신설했다. 7월 출범 예정이다. 권력자에게만 관대한 법을 제대로 지키자는 취지이다.  공ㅅ수처법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와 기소, 공수유지권을 갖는다. 수사대상은 대통령에서부터 국회의원, 장차관, 판검사, 경무관 이상 7000여명에 이른다. 공직자 반부패 사범을 한층 엄하게 다스릴 법적 장치가 마련됐다. 특히 무소불위 검찰의 권력 원천인 기소독점권이 일부나마 깨지며 견제의 대상이 된 것도 의미있는 변화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문제는 공수처가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권력기관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본연의 취지에게 벗어나 또 다른 권력기관이 될 가능성에 대한 염려다. 권력의 입맛에 따라 사건을 부풀릴수도,  뭉겔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김영란법에 이어 공수처법까지 신설됐어도 법과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은 더이상 가망이 없다. 정의가 사라진 정치는 호환마마(虎患媽媽)보다 무섭다(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는 말이 있다. 유가(儒家)의 경전인 오경(五慶)’의 예기 단궁편(檀弓篇)에 나오는 공자(孔子, BC551-479)의 일화에서 비롯된 말이다. 

공자가 살던 춘추시대(BC700~403)는 주()가 낙읍(洛邑)으로 동천(東遷)하고 나서 진()이 중국을 통일할 때까지 제후들이 대립 항쟁하는 시대를 말한다.

(·BC1046-254)25대 제후 소공(昭公·BC560-510) 재위 기간 정치가 바로 서지 않으니 탐관오리가 판을 쳤다. 법과 원칙도 사라졌다. 제후보다 더 힘센 권력을 쥔 계손자(季孫子)가 세금 등을 가혹하게 징수했다. 백성들의 삶은 궁핍하고 피폐해진다.

공자는  춘추시대의 혼란 상태에 환멸을 느끼고 제자들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태산(太山, 산둥성 소재)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때 세 개의 무덤 앞에서 아이를 등에 업고 통곡하는 한 여인을 발견한다. 제자 자로(子路, 기원전 540-480)를 보내 무슨 연유인지 알아보도록 했다.

무슨 걱정이 있어 이리도 슬피 우십니까?”

여인이 대답한다.

몇 해 전에 탐관오리의 수탈을 참지 못하고 이곳(태산)으로 거처를 옮겼으니 시아버님이 호환을 당해 세상을 떠나셨는데, 지난해에는 남편마저 호랑이에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번에는 열세 살 난 아들이 나무를 하러 나서다 호환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나도 언제 호랑이에 물려 죽을지 모르는 위험한 산입니다

자로는 여인이 산을 떠나지 않는 연유를 물었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곳을 떠나지 않으십니까?”

이에 여인은 울음을 그치고 대답했다.

마을에 가서 살아야 마땅합니다. 마을에 내려가면 가렴주구(苛斂誅求, 가혹한 세금을 마구 뜯어가고 백성의 재물을 억지로 빼앗는 정치)가 있는데, 이곳에는 없습니다. 그래서 떠나지 않는 것입니다.”

자로는 돌아와 스승에게 이 내용을 전했다. 이 말을 들은 공자가 제자들에게 말한다.

가정맹어호(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를 알려주는 말이다.”

유래가 유래인 만큼 가정맹어호는 가렴주구(苛斂誅求)와 함께 기득권층의 부정부패를 비판할 때에 쓰는 한자성어다.

당시의 정치 상황이나 현재의 정치적 상황이 다르지 않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촛불민심에 힘을 얻은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했다. 코로나19사태로 국가적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경제 상황은 심각하다. 소상공인들이 망해 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치는 엉망이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4.15총선은 대한민국 정치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정치와 국회불신을 해소한다면서 선거법을 개정해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했다. 거대 여야 정당은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창당 꼼수를 보였다.  이념ㆍ군소정당에 유리한 구조를 만들어 지역과 조직에 기반한 거대 양당 독식구조를 깬 다는 취지가 무색했다. 민생과 정책은 사라지고  막말과 비방이 난무한다.   곧 21대 국회가 출범한다. 기대반 불안감 반이다. 정치의 불신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정치는 3류라고 부른다.

대한민국의 개혁이 필요하다. 법과 원칙이 선 나라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헬조선(Hell朝鮮)이라고 부른다. 한국이 지옥에 가깝고 희망이 없는 사회라는 의미이다. 부정부패ㆍ사회양극화ㆍ청년실업ㆍ노동착취ㆍ갑질 등 사회적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사회지도층의 비리는 심각하다. '무전유죄, 유전무죄' '무권유죄, 유권무죄'현상이 심각하다. 권력과 가진자들만의 세상이라는 의미이다. 이들은 죄를 지어도 벌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이들 화이트칼라의 범죄는  호환마마나 다름없다. 부패는 공공기관과 공동체에 대한 신뢰를 흔들고 있다. 구성원 간의 불신과 혐오를 팽배하게 만들고 있다. 성착취 동영상을 올린 박사방이나 다름없이 사회 근간을 헤치고 있다.

더 이상 사회지도층의 범죄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권력형 부패의 방지는 한국 사회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과제이다. 공수처의 입법 취지는 분명하다. 우리 사회에 뿌리 박힌 사회지도층의 비리는 척결해야 한다. 무엇보다 법과 원칙이 서는 나라,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조성구 (영화감독/제작/기획)

감독: 깡패수업2,3, 하몽하몽서울, 배꼽위의 여자, 서울 통화중, 이웃집남자, 오색의전방 외

대학시절 연극배우로 활동하다가 최현민 감독의 <남녀공학>으로 영화계 입문했다. 그 후 1989년 <이웃집남자>로 감독 데뷔했다.

그 이후 자신의 영화세계를 대표할 만한 <오색의전방(五色醫典房>을 연출했다. 현대의학을 고전적인 해학의 방식으로 풀어낸 사극 코미디이다.

그 이후 <서울 통화중>(1989), <배꼽위의 남자>(1993), <하몽하몽 서울>(1997) 등 성애영화를 주로 연출했다. <깡패수업2>(1999)와 <깡패수업3>(2000)을 연출하면서 멜로와 액션 등 다양한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영화 제작과 기획을 하면서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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