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실정 어두운 美국방조달본부 기만 죄질 최악
한미 안보협력 위협 매국 행위 발본색원 가중처벌
담합(談合, Cartel, 짬짜미)은 시장경제의 적(敵)이다. 과점 시장에서 발생하는 경제 현상으로, 이윤을 올리기 위해 판매자 간에 재화 또는 서비스의 가격, 생산수량, 거래조건 등을 제한하는 것을 말한다. 한미 안보를 위협하고 국가 브랜드를 위협하는 매국 행위가 발생했다. 딤합을 통해 국가를 경제와 한미 안보를 위협한 기업은 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지어신코리아·한진 등 정유 6사이다. 이들 기업은 2005년 4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주한미군이 사용하는 유류를 공급하면서 담합 사례가 내부고발로 밝혀졌다. 낙찰 예정자와 투찰 가격을 사전에 합의하는 방식이 동원됐다. 주한미군에 유류를 공급하는 입찰에서 국내 4대 정유사가 담합한 사건을 분석해 보자.
10년간 담합 1000억 원 이익 실현
국내 대형 정유사인 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S-OIL 등 4개 정유사와 한진·지어신코리아 등 2개 물류사가 주한미군에 공급하는 유류 가격과 물량 등을 10여년간 담합 했다가 2020년 12월 17일에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았다. 이미 미국 경쟁당국이 2300억 원의 배상금과 형사벌금 1700억 원을 부과한 사안이다.
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S-OIL·한진·지어신코리아의 담합 범죄는 내부고발자의 고발에 의해 밝혀졌다.
공정위 조사·심의 결과 6개 업체는 2005년 4월~2016년 7월 주한미군에 군용차량 및 부대 난방용 유류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물량과 납지(전국 주한미군 주둔지 내 유류 납품지역)를 배분한다. 업체별 내수시장 점유율 등을 감안해 대체로 비슷한 규모로 배분이 이뤄졌다.
주한미군은 2005년 유류공급 입찰에서 납품 지역 유류탱크의 잔고를 40% 이상 유지·관리해야 하는 의무(충전자동조항)을 도입한다.
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S-OIL 등 정유 4사는 부대가 위치한 지역마다 유류 탱크의 잔고를 수시로 확인하고 충전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계약기간 동안 소요되는 유지관리비가 증가한다. 업체마다 입찰 시점에 유지관리비를 산정하고 비용을 절감을 골머리를 아파한다. 이들은 모여 공급가격과 계약이행 방안을 논의하면서 담합이 시작된다.
담합이 오랜 기간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시스템의 문제.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조달본부가 입찰을 진행하기 때문에 국내 사정에 어두었다. 이 점도 담합이 오랜 기간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가 된다.
미국 국방조달본부는 3차례 정기입찰과 추가 입찰을 실시한다. 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S-OIL 등 정유 4사는 약속한 대로 담합을 실행한다. 정기입찰은 2005·2008·2013년 3회, 추가입찰은 2006·2011년 2회가 진행된다. 입찰 과정에서 공급물량과 납품지역은 내수시장 점유율 등을 고려해 균등하게 배분한다.
업체들은 사전에 합의한 내용대로 입찰에 참여해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 계약기간은 3~4년으로 길어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는다.
◆미국 법무부 한국 기업 연료공급 담합 적발
미국 법무부는 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S-OIL·한진·지어신코리아 담합행위로 주한미군이 10여 년 동안 1억 달러 이상의 비용을 추가 지급했다고 주장한다.
내부고발은 2014년에 촉발된다. 한국 국적의 내부고발자의 제보를 토대로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이 수사를 진행한다. FBI는 미국 정부와 거래하는 전 세계 모든 기업과 개인을 대상으로 부정행위를 조사한다. 주한미군 유류 입찰 담합 사건도 담당한다.
FBI수사과정에 내부고발자가 GS칼텍스 직원인 사실이 밝혀진다. GS칼텍스는 내부고발 사실을 파악해 담합 증거를 은폐하려 시도한다. 제보자가 미국 검찰에 증언하지 못하도록 협박한다. 돈으로 회유하려 시도한다.
내부고발자의 제보를 기반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모두 사실로 밝혀진다. 담당자의 모임 일시 및 장소, 참석자, 토의 내용 등 내부자가 아니면 파악하기 어려운 사실이 포함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법무부가 처음 조사결과를 발표했을 때 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S-OIL·한진·지어신코리아 등은 담합 사실이 없다고 발뺌한다. 하지만 발뺌하기 어려운 증거들이 밝혀지면서 시인한다.
이익금 4배 이상 손실 발생
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S-OIL·한진·지어신코리아 담합 행위는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시켰고 한미 안보를 위협했다.
담합 행위가 발표됐던 2018년 11월은 미국 정부와 우리나라 정부가 주한미군 주둔비용에 대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던 시기였다. 당시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하며 분담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한미군 유류 담합 사건의 내부고발이 주는 사회적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은 한국과 달리 담합에 대해 엄격하게 처벌한다는 점이다. 담합에 참여한 6개 업체가 10년간 올린 매출액은 약 7500억 원인데 벌금과 민사합의금으로 4000억 원 이상 냈다. 미국은 담합한 회사가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면 처벌을 합의해주는 플리바게닝 제도를 운영하지만 벌금은 담합해 올린 매출액의 20%를 넘는다.
반면에 2018년 당시 한국은 공정거래법에서 담합 과징금의 한도를 관련 매출의 10%로 정해 최대 750억 원 정도만 내면 해결할 수 있다. 담합에 따른 피해 범위, 부당이득의 규모, 담합에 이르게 된 사유 등을 고려하지만 10%보다 낮은 3~5% 정도로 결정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2021년 담합 과징금은 매출액의 20%로 상향 조정됐다.
둘째, 미국 정부와 합의한 형사 벌금은 1700억 원인데 민사배상금은 2300억 원으로 더 많아 담합으로 얻은 이익금을 전부 토해내도 충당이 불가능하다. 법무부가 형사소송을 시작하면 피해자도 민사소송으로 피해복구를 위한 노력을 진행한다.
미국은 기업의 반독점 행위를 제재하기 위해 1890년 셔먼법(Sherman Act)와 1914년 클레이튼법(Clayton Act)을 제정했다. 클레이튼법에 따르면 반독점 행위로 입은 피해의 손해배상 한도가 3배에 달한다. 민사배상금이 이익보다 2배 이상 많았던 이유다. 한국은 민사배상금도 미국에 비하면 쥐꼬리 수준에 불과하다.
셋째, 미국은 법무부가 직접 기소를 결정하고 벌금도 부과하지만 한국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행정적 제재인 과징금을 산정한다. 미국의 법무부는 기업의 담합 사건을 직접 수사해 기소한다. 유류 담합 사건에서 피해자가 미국 정부였기 때문에 법무부가 민사와 형사소송을 모두 담당했다.
1980년 제정된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담합을 적발했다고 하더라도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이른바 전속고발권인데 2018년 사회적 비난이 큰 가격담합입찰담합 등 부당한 공동행위(경성담합)에 한해 폐지할 계획이었지만 무산됐다.
미국이 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S-OIL·한진·지어신코리아 담합행위를 적발한 뒤에, 공정위가 조사에 나서면서 뒷북 조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국내에서 발생한 사건을 해외에서 먼저 찾아내서 조사하고 처벌을 내린 뒤에야 조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조사 능력은 해외 기관들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암묵적으로 행해진 담합까지 밝혀내지 못하면서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담합은 형사 처벌보다 수익에 대한 징벌적 처벌로 과징금을 높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공정위가 정권의 눈치를 보고 재벌의 비위나 맞추며 처벌 수위를 낮춘다면 담합과 같은 불공정행위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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