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한 감사·언론·수사기관 내부고발자 생존 위협
외부 전문가와 협력해야 생존 후 제2의 인생
미국 37대 대통령 리처드 닉슨(Richard Milhous Nixon,1813.1.9.~1994.4.22)을 낙마시킨 워싱턴포스트(WP)의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제보를 했던 ‘딥 스로트(Deep Throatㆍ은밀한 제보자)'인 마크 펠트(William Mark Felt, 1913. 8.17. - 2008.12.18)전 FBI 부국장이 33만에 신분이 밝혀졌다. 제보를 받았던 워싱턴포스트와 밥 우드워드 기자가 온갖 위협에도 비밀을 철통같이 지켰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내부고발자 보호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IT통신산업의 발달로 스마트기기가 일상화되면서 한국의 언론과 기자들에 취재 관행도 문제가 되고 있다. 내부고발자를 보호는커녕 신상 털기에 골몰한다. 내부고발자의 입장에서 신원이 밝혀지면 이해관계자로부터 협박을 받을 수 있다. 역대 내부고발자 대부분이 고통 받는 삶을 살고 있다.
최초 공익제보자인 이문옥 감사관은 1990년 5월 재벌 기업의 땅 투기와 관련해 한계레신문에 제보한다. 보도 후 신분이 드러나면서 구속된다. 6년 후인 1996년 4월, 한준희 감사원 주사는 경기도 남양주시 효산콘도 허가 과정 특혜 의혹을 폭로한다. 감사원은 명예를 손상시키고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외부 누절했다며 파면한다. 이문욱, 현준희에 이어 윤석양 국군보안사령부(현 기무사)이병이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을 폭로한다. 1992년 육군 9사단 이지문 중위는 군 부정투표를 고발한다. 2009년 10월 김영수 해군 소령은 특정업체와의 수의계약 비리를 폭로한다.
민간에서도 내부고발이 이어진다. 2007년 삼성법무팀 출신의 김용철 변호사는 비자금 관리와 내부 내역을 폭로한다. 2011년 KT노조위원장 이모는 뉴세븐워더스 재단이 주관한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전 전화투표 비리를 폭로한다. 2012년 9월 포스코 계열사에 다니는 정모 씨는 "포스코와 계열사가 동반성장 우수기업에 선정된 것은 허위자료를 제출했기 때문"이라고 제보한다.
이들 제보자들에 삶을 녹녹치 않았다. 현준희 감사원 주사는 1996년 감사원에서 파면된 뒤 "고발은 짧고 고통은 길었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까지 내부고발자의 말로(末路)를 대변한다.
한국 사회는 조직을 위해 희생을 강요 당하고, 동료의 잘못을 덮어 주고, 행여 피해를 받더라도 함구하는 것이 불문율이다. 그런 풍토 안에서 폭로는 배신이라고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
내부고발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기득권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는 사회현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내부고발자에게도 생존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내부고발자의 운명은 신원이 드러나는지 혹은 제보 내용의 파급력 등에 따라 달라진다. 사회 부적응자를 넘어 조직의 배신자로 낙인이 찍히기도 하며 정의의 사도로 영웅 대접을 받기도 한다.
내부고발자 3가지 운명
마크 펠트의 내부고발은 세계 1위 권력자인 미국 대통령이 사임하도록 만들었다.
김용철 변호사의 내부고발은 국내 1위 삼성그룹의 오너인 이건희·이재용 부자의 동반 퇴진을 유도했다. 이지문 중위와 윤석양 이병은 내부고발로 당사자가 사법처벌을 받는 고통을 겪었다. 내부고발자의 운명은 어떻게 귀결되는지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내부고발자가 조직에 현재 근무하고 있는 직원이라면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조직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 이문옥 감사관, 이지문 중위, 윤석영 이병은 모두 강제로 조직에서 퇴출됐다. 이문옥 감사관은 6년 동안 법정 투쟁을 벌여 복직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감사원 내부의 냉대로 그만뒀다.
내부고발자를 정의로운 사람으로 옹호하는 미국에조차 불이익을 두려워해 퇴직 이후에 내부고발자가 되는 사례가 많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와 국가안보국(NSA)에서 퇴직한 에드워드 스노든은 2013년 NSA의 무차별 개인정보 수집에 관련된 비밀문서를 폭로했다. 스노든은 미국의 적대국인 러시아로 망명한 후 올해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시민권을 부여받았다.
다음으로 신분이 밝혀지지 않은 내부고발자는 은퇴 후 평온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몰고 온 마크 펠트는 자신이 스스로 신분을 드러내기 전까지 평범한 생활을 즐겼다. 아마도 이웃 사람들은 그가 FBI의 부국장임과 동시에 대통령를 사임시킨 장본인이라고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다.
2006년 현대자동차의 비리를 폭로한 내부고발자는 공개적으로 신원이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과 보상금 지급 문제로 갈등을 빚는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 위험에 처했었다. 현대차가 적발하지 못했어도 본인 스스로 위험을 느껴 다양한 이유를 제시하며 퇴사했을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내부고발자가 신분이 드러난 후 시민운동가나 정치인으로 변신해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내부고발로 큰 정치적 파장이 형성되면 대외활동이 쉬워진다.
1992년 군 부재자 투표 부정행위를 고발한 이지문 중위는 1995년 서울특별시의원으로 3년간 활동한 후 반부패시민사회운동가로 인생을 살고 있다.
전직 판사로 21대 국회의원인 이탄희는 2017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재판을 진행한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법원을 떠났다.
이탄희는 이른바 사법농단을 고발한 이후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삼성의 내부고발자인 김용철 변호사도 다양한 시민활동을 벌이고 있다.
생존 가능성 따라 위험 관리전략 달라져야 안전
2006년 위키리크스를 창업한 줄리언 어산지는 세계 각국의 국가비밀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아직도 도망자의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영국으로 피신한 어산지를 미국으로 송환해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고수하고 있다. 내부고발자가 생존하기 위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조건은 비밀성·합법성·공공성이다.
첫째, 비밀성은 자신의 신분을 노출하지 않고 내부고발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조직계통상에서 내부고발을 전개하는 범위를 넘어 내·외부 감사실로 향할 경우에도 신분을 최대한 숨기는 것이 유리하다. 감사가 대표이사 등 경영진과 담합해 내부고발자의 신상정보를 알려주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감사는 독립적인 기구임에도 한국에서 대표이사의 부하라는 인식이 강하다. 감사에 대한 신뢰도가 낮기 때문에 내부통제시스템 1~2단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부패한 수사기관의 관계자가 직·간접적인 뇌물을 받고 내부고발자의 신원을 피고발인에 넘겨주기도 한다.
둘째, 합법성은 제보내용이 조직의 비밀에 포함되지 않아야 하며 제보행위도 법률을 준수해야 한다는 말이다. 군 부재자 투표의 비리를 폭로한 이지문 중위는 근무지 이탈 혐의로 체포됐다. 2016년 현대자동차의 세타2 엔진에 결함이 있다고 밝힌 김광호 전 부장은 영업비밀을 유출했다는 이유도 해임됐다.
내부고발을 위해 관련 문서나 파일을 임의로 복사하거나 회사 밖으로 유출하는 것도 사내 보안 규정 위반에 포함될 수 있다.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3자의 대화를 무단으로 녹음하거나 CCTV를 몰래 설치하는 행위도 처벌의 대상이다.
셋째, 공공성은 내부고발의 목적이 사익이 아니라 공익을 보호하기 위한다는 것이 명백하게 입증돼야 한다는 요건이다. 승진에 누락됐기 때문에 홧김에 회사의 부정행위를 폭로하거나 상사·동료와 감정 갈등이 증폭돼 내부고발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외부채용이 전무한 공무원 사회는 내부 경쟁자만 제거하면 승진은 따 놓은 당상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인사철만 되면 음해성 투서가 난무해진다. 이러한 유형의 내부고발은 공공성이 결여됐기 때문에 큰 주목을 받지 못한다. 공공성은 공무원뿐 아니라 일반 기업 직원에게도 해당된다.
결론적으로 내부고발자의 생존 가능성을 평가하려면 비밀성 유지 여부, 합법서 준수 정도, 공공성 확보 노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생존 가능성은 위험 없음, 보통 수준의 위험, 높은 수준의 위험, 심각한 수준의 위험 등 4단계로 구분해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험 수준에 따라 관리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1972년 닉슨 대통령을 사임으로 몰고 간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워싱턴포스트 1972.6.9.자 보도)의 `딥 스로트(Deep Throat)'가 마크 펠트(William Mark Felt, 1913. 8. 17. - 2008. 12. 18.) 전 연방수사국(FBI) 부국장으로 확인되기까지는 30여년이 걸렸다.
당시 그를 취재했던 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 기자가 그가 죽을 때까지 신원을 밝히지 않기로 맹세했기 때문. 그들은 약속을 지키느라 또 한번의 세계적 대특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놓쳤다.
두 기자의 저서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All the President's Men)'에서 마크 펠트 부국장에 대한 묘사가 등장하긴 했지만 실체를 짐작할만큼 자세한 것은 아니었다. 스카치 위스키를 좋아하고 담배를 피우며 전화통화를 불신하는 인물로만 묘사됐다. 정부 내에서 극도로 신중을 요구하는 자리에 있다.. 백악관, 법무부,연방수사국과 `닉슨 대통령 재선위원회'의 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 위치라고만 기술했다.
우드워드 기자는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할 때까지 딥 스로트를 7번 만났는데 만난 시간과 장소는 감시를 피하기 위해 대부분 새벽 2시에 지하 주차장이었다고 적었다.
딥스로트가 공개된 것은 취재원인 마크 펠트 전 FBI부국장이었다.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이 워싱턴포스트에 보도된 지 33년만인 2005년 5월 31일에 잡지 베너티 페어를 통해 공개된 것이다.
마크 펠트 전 FBI 부국장이 자신이 딥 스로트임을 밝히게 된 데에는 건강 악화 떼문으로 보인다. 죽기 전에 비빌을 털어 놓고 싶은 생각이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2001년 심장병을 앓은 뒤 건강이 악화됐다. 당시 펠트의 손자 닉 존슨은 "할아버지가 나라를 끔찍한 부정에서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 미국의 영웅"이라고 말했다. 이후 밸트는 2018년 세상과 이별했다.
◆ 딥 스로트=사전적인 의미는 '목구멍 깊숙한 곳'이다. 사건의 결정적 단서가 목구멍 깊숙한 곳에서부터 나왔다는 데서 유래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파헤친 워싱턴 포스트 기자 우드워드와 번스타인이 제보자 펠트의 이름을 숨기기 위해 그를 이렇게 불렀다. 이 사건 이후 내부 고발자나 밀고자를 뜻하는 고유 명사로 굳어졌다. 한국에서는 내부고발자라고 불린다.
① 영국
영국은 ‘휘슬블로어(Whistle Blower[호루라기를 부는 사람])’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했다.
1998년 이미 ‘공익신고법’을 만들었다. 신고자가 진실 여부를 직접 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것. 신고 자체만으로 법의 보호를 받는다.
신고자가 현직에 몸담고 있다면 신고 내용에 관해 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소속기관은 어떤 불이익도 줄 수 없도록 강제하고 있다.
② 유럽연합
2018년 4월 내부고발자 보호를 강화했다. 내부 정보가 공개된 기업이나 정부 기관이 계약 위반을 이유로 내부고발자와 소송을 벌이는 행위 자체를 차단하고 있다.
기업이나 조직 측에서 다른 증거를 제시하기 전까지 내부고발자에 대한 해고나 강등, 부당한 업무지시 등은 모두 회사의 보복으로 간주한다
③ 미국
내부고발자 보호를 위한 30여개 넘는 법률을 갖추고 있다. 비리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믿음이 있었다면 공익신고로 폭넓게 인정한다. 내부고발자를 대하는 태도는 유연하다.
신원이 드러난 고발자가 신분상 불이익을 당했을 때는 국가의 개입이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게 특징. 당국은 고발자에 대한 기업의 인사처분을 45일간 강제로 정지시킬 수 있다.
공익신고에 따른 보복인지 정당한 사유에 근거한 것인지 법원에서 판단할 때 직접적 인과관계가 없더라도 약간의 연관이 의심된다면 미국 법원은 부당한 처우로 인정한다.
④ 일본
2004년 ‘공익통보자보호법’이 제정됐다. 조직 내부자가 기업의 부정행위를 고발하려면 사내 준법경영 창구나 회사가 지정한 변호사사무소에 통보해야 한다.
실명고발이 원칙이다. 과거 직장의 잘못은 신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물론 신고자에 대한 불이익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불이익을 준대도 지루한 재판을 거쳐 해결해야 한다. 때문에 내부고발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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