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세의 박정란 할머니 가수가 TV에 출연해서 ‘한 많은 대동강’을 구성지게 불러 시청자를 눈물지게 했다. 박정란 가수는 81세에 첫 앨범을 내고 가수로 데뷔했다고 한다. 6.25 전쟁 때 북한에서 피란 나와 32세에 결혼하고 열심히 사느라 노래 부를 틈이 없었다고 한다. 어른들이 다 돌아가시고 완전히 외톨이가 되었을 때 이제 나 하고 싶은 것 좀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노래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80대에 인생 출발! 참으로 멋진 이야기다.

고령화 사회가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은퇴 시기가 빨라져서 제2 인생 수십 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하는 것이 숙제였다. 그러나 이제는 제2의 인생으로는 일생을 보낼 수가 없어 제3의 인생을 위한 숙제를 해결하기 위한 많은 묘안들이 나오고 있다. 

평균 수명보다 훨씬 길어진 실제의 인생은 100세가 드물지 않다.

40대 후반에서부터 50대 중반에 이르는 퇴직이 보편화되면서 남은 40~50년의 인생 후반기를 보내는 것이 제2인생만으로는 부족하다. 제3의 인생을 위한 설계가 필요하다.

제2인생은 이제 준직장 시대가 되어 노령 취업이 젊은 세대취업보다 더 많아졌다. 수입이 있었던 제2인생을 거쳐서도 70대부터는 다시 제3인생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처럼 ‘갈 곳’은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시니어들에게도 여전한 고민이자 노년 고독 문제와도 밀접히 연관돼 있다. 알고 보면 이 고민은 세계적 현상이기도 하다.

‘유럽에서 가장 앞서 고령화가 시작된 프랑스(1865년에 고령화사회, 1979년에는 고령사회에 도달)가 이들에게 공부와 소통의 장을 제공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프랑스는 1970년대에 지자체와 대학이 나서서 은퇴자를 위한 대학 U3A(University of 3rd Age)를 만들었다. 

인생주기를 크게 만 24세 이하의 제1기(학령기), 25∼49세의 제2기(사회활동기), 50∼74세 제3기(은퇴 후), 75세 이상의 제4기(임종기)로 구분할 때, U3A는 보다 풍요로운 제3기를 위한 대학인 셈이다.

영국 전역 1000개 자서선단체가 모인 U3A(https://www.u3a.org.uk/)는 노인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할 뿐 만 아니라 사회봉사를 위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와 관련기후변화에 대응한 10,000구루의 나무를 심는다는 켐페인 등 다양한 사회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홈페이지캡처
영국 전역 1000개 자서선단체가 모인 U3A(https://www.u3a.org.uk/)는 노인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할 뿐 만 아니라 사회봉사를 위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와 관련기후변화에 대응한 10,000구루의 나무를 심는다는 켐페인 등 다양한 사회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홈페이지캡처

1982년 창립된 영국 U3A 홈페이지(https://www.u3a.org.uk)에는 ‘더 이상 풀타임으로 일하지 않는 40대 이상이 모여 즐겁게 배우는 기회와 동기를 제공하는 국제적인 자선운동’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Learn, Laugh, Live(배우자, 웃자, 인생을 즐기자)’를 슬로건으로 현재 영국 전역의 1057개 대학에서 43만 명이 공부 중이다. 회비는 연간 20파운드(약 3만1600원)인데, 공간 임차료나 비품비로 쓰인다. 

캠퍼스는 커뮤니티 시설이나 교회, 도서관, 대학 강의실을 빌려 쓰기도 하고 개인의 집이 되기도 한다. 

예술, 언어, 신체 활동, 토론, 게임 등 가르칠 수 있는 강사가 있고 배우고 싶은 학생이 있으면 강좌가 개설된다. 이런 개념의 U3A는 호주 캐나다 등으로도 확산되고 있다.(동아일보 서영아 기자)

한국디지털문인협회 창립식 장면
한국디지털문인협회 창립식 장면

우리나라는 2013년에 은퇴자를 위한 ‘인생학’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자체 등에서 소규모로 건강, 노래, 서예, 글쓰기, 미술 등을 가르치는 강좌가 열려 관내의 은퇴자를 위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규모는 갈수록 커져 대학에서도 시작하고 상업적으로도 늘어났다. “아침에 일어나 맨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오늘은 뭐하지’, ‘오늘 어디 가지’….” 하던 사람들이 가수가 되고 서예가나 미술가가 되어 인생의 새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지난 5월에 창설된 <한국디지털문인협회>는 ‘핸드폰 하나로 세상을 창조한다’ 슬로건으로 핸드폰 글쓰기 운동을 펼쳤다. 여기에 호응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60대에서 90대까지의 은퇴자들이다. 회원들은 간단히 핸드폰 글쓰기를 배워 자서전도 쓰고 시도 쓴다. 벌써 회원들이 핸드폰 문집 2권이나 발행했다.

여기는 제2인생에서 제3인생으로 진학도 할 수 있다.

아무리 고령화 시대가 와도 자기의 인생을 멋있고 값지게 살기 위한 길은 많다. 인생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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