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소지할 수 있으니 “헬멧, 패딩 벗어라”
배달원들, 신분증 확인·헬멧 벗기기 “인권무시”주장
주민위험 오토바이 출입금지. 단지입구부터 ‘도보배달’

[사진=MBC뉴스 화면 캡쳐]
[사진=MBC뉴스 화면 캡쳐]

배달 노동자들이 선을 넘은 갑질 아파트에 분노했다.

배달 노동자들은 일부 아파트 주민들의 갑질이 계속되자 갑질 아파트 103곳을 추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배달노동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은 국가인권위원회에 '갑질아파트'에 대한 개선과 정책권고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온라인으로 제출했다.

라이더유니온은 지난달부터 오픈카톡방 등을 통해 배달원들로부터 제보를 받아 서울, 부산, 인천, 광주 지역의 갑질 아파트 103곳의 명단을 추렸다.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는 “제보는 103곳 받았지만, 일단은 우리가 직접 (갑질을) 확인한 36곳에 대해 진정을 넣었다”라며 “나머지 아파트 등에 대해서도 인권위 조사가 시작되면 추가로 자료 등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서울의 강남구와 서초구 등의 고가아파트에서 갑질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배달원이 아파트 진입시 패딩과 헬멧을 벗지 않으면 출입을 금지시켰다. 흉기를 소지할 수 있기 때문에 얼굴을 확인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비슷한 이유로 신분증을 확인하거나 보관하는 아파트도 있었다.

배달원들은 이러한 아파트나 빌딩의 요구는 인권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신분증 확인이나 보관, 헬멧을 벗을 것을 요구하는 규정 자체가 배달원들을 범죄자로 전제하는 인식이라는 취지였다.

배달원의 상당수가 음식배달원이기 때문에 음식냄새가 난다며 일반 엘리베이터가 아닌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도록 강요하는 아파트도 있었다. 음식냄새를 이유로 든다면 양호한 편이다. ‘아파트가 더러워진다’ 거나 ‘아이들에게 위협적으로 보인다’는 이유를 든 곳도 있었다.

[사진=MBC뉴스 화면 캡쳐]
[사진=MBC뉴스 화면 캡쳐]

또 다른 아파트에서는 지상으로 오토바이가 다니면 주민들이 위험하다며 지하주차장을 통해서만 출입을 하게 하는 곳도 있었다. 그 외에 단지내로 오토바이 진입을 금지시켜 아파트 입구에서부터 걸어오도록 하는 곳도 있었다.

한 배달원은 “오토바이 출입을 못하게 해서 보통의 배달지 보다 배 이상 시간이 소요 됐으며, 헬멧을 벗기고 화물칸 타게하는 것에 대해 굉장한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성동구에 위치한 한 신축아파트에서는 이 같은 문제로 인해 배달원들의 배달기피 아파트로 꼽히기도 했다. 배달대행업체는 배달원들이 해당 아파트의 콜을 받지 않아 배달료를 2000원까지 인상했지만 여전히 배달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기피 장소로 통한다.

라이더유니온은 “(아파트에서) 보안과 안전 명목으로 배달원의 신분증을 걷고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하고 있다”라며 “비와 눈이 오는 날에는 지하주차장 출입구가 매우 미끄럽지만, 별도의 안전조치 없이 지하주차장으로 출입하도록 해 배달노동자의 산업재해로 이어진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로 배달이용이 늘어나면서 배달노동자들의 고충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택배기사나 오토바이 배달원 등 요즘시대에 가장 없어서는 안 될 배달노동자들에 대해 고마움으로 다가설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한 때다.

저작권자 © 공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