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내 밥그릇에 탐을 내?”
재산을 둘러싼 재벌가의 법정 싸움은 재계의 단골메뉴다. 삼성, 현대, 두산, 금호, 한진, 롯데 등 ‘쩐의 전쟁’을 거치지 않은 로열패밀리는 없을 정도. ‘형제의 난’ ‘모자의 난’ ‘숙부의 난’ 그 종류도 다양하다. 주거니 받거니 서로 일감을 몰아주며 진한 우애(?)를 나누다가도 자신의 밥그릇에 손끝하나 스치기라도 하면 그 순간부터 애증의 관계로 변모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경영권 세습을 위한 재벌가의 통과의례라고도 한다. 이에 [공정뉴스]는 유난히 ‘피’보다 진한 재벌가의 치열했던 ‘쩐의 전쟁’의 내막을 다시금 재구성해본다. 국내 항공기업을 이끌고 있는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쥔 한진그룹의 치열했던 '쩐의 전쟁'실태를 고발한다. 

한진그룹(韓進集團Hanjin Group) 1945111일 한진상사로 출발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운송 전문기업(물류, 항공, 해운) 이다. 한국전쟁 후 인천서 미군의 화물수송을 시작하는 것으로 본격적 운송업을 시작했다. 1960년대 당시 공기업인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하여 196931일 대한항공을 발족하며 종합 운송 회사로 거듭났다. 현재 한진, 대한항공, 진에어, 한진해운, 한덱스, 한진에너지 등 계열사가 있다. 한진중공업, 메르츠종합금융은 조중훈 창업주 사후 분리됐다. 비영리법인부문으로 정석인하학원, 일우재단,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 양현재단 등이 있다.

한진을 이야기할 때에 늘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 갑질과 골육상쟁이다. 조원태 회장ㆍ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ㆍ조현민 한진칼 전무ㆍ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의 갑질사가 회자되고 있다. 또 고(故) 조중훈 명예회장 사후에 조양호ㆍ조남호ㆍ조수호ㆍ조정호 형제가 치열한 쩐의 전쟁을 펼쳤다. 이어 손자대에 와서도 조원태ㆍ현민과 조현아 남매가 치열한 경영권 전쟁을 치르고 있다. 갑질과 쩐의 전쟁으로 한진에 대해 세인들은 '막장가족'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3월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영권 다툼이 치열하다. 조 전 부사장이 외부세력을 전쟁에 끌어들인다. 행동주의 펀드인 KCGI(일명 강성부 펀드)와 반도건설이다. 3자 연합은 조 회장을 공격하고 나선다. 조 회장도 노조를 우군으로 끌여 들인다. 막상막하.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들에게 한진을 경영권을 맡길 수 없다는 지적이다. 갑질과 쩐의 전쟁으로 얼룩진 이들에 리더십은 최악이라는 평가이다. 기업인으로도 사회적 책임을 위배한다는 지적이다.

한진의 전쟁은 조양호 전 회장에 갑작스런 죽음에서 비롯됐다. 조 전 회장은 지난 2018년 후계자를 정하지 못한채 향년 70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이후 공정위는 직권에 따라 장남인 조 회장이 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가족 간 합의 없이 지정된 후계자였기에 누나 조현아 전 부사장이 불만을 품고 반기를 들어 남매간의 대립이 시작됐다.

[사진=한진그룹/좌:조원태 한진그룹회장,우: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ㅂ부[사진=한진그룹/좌:조원태 한진그룹회장,우: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양호 전 회장은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나가라라고 유언을 남겼다. 그러나 조 전 부사장은 조 회장이 선친이 남긴 뜻과 다르게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전  부사장은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까지 3자 연합을 무기로 내세워 공격에 나섰다. 이에 조회장이 불리해지는 듯 했다.

경영권 분쟁의 변수는 어머니 이명희 고문이였다. 아들의 손을 잡았다.

지난 24일 이 고문과 조 전무는 성명서를 통해 한진그룹 대주주로서 선대 회장의 유훈을 받들어 그룹의 안정과 발전을 염원한다라며 저희는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현 한진그룹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한다라고 밝혔다

경영권 분쟁이 남매 간의 대립구도에서 한진가() 대 조 전 부사장의 대립구도로 바뀐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조 회장은 본인 지분(6.52%)에 재단 등 특수관계인 4.15%,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 10.0%, 카카오 1.0%에 더해 이 고문의 보유지분 5.31%, 조 전무 지분 6.47%까지 확보하면서 33.45%를 얻게됐다. 이로써 조 전 부사장의 3자 연합군(32.06%)1.39%차이의 근소한 차이로 앞서게 됐다.

이 가운데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17일 제 2차 회의를 열고 국민연금 기금운용계획에 필요한 예산안(13억원)을 확정했다.

방안에 따르면 기금운용위원회 산하에 투자정책전문위원회,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험관리·성과보상전문위원회 등 3개 전문위를 두고 각각 9명의 전문위원을 두어 활동을 할 방침이다. 이들 3개 위원회는 각각 위원장 역할을 한다. 특히 수탁자책임전문위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논의해 정할 수 있는 전권을 갖고 있다. 국민연금이 확보한 한진칼 지분은 2.9% 가량이다.

[사진=한진그룹 노조연합]
[사진=한진그룹 노조연합]

한편, 같은 날 대한항공·()한진·한국공항 등 3개 계열사 노조는 한진그룹 노동조합 공동 입장문을 통해 조현아 부사장에게 복수심과 탐욕을 버리고 자중하라고 경고했다.

3개 계열사 노조에는 전 직원 24000여명 중 12000여명이 가입해 있다. 노조는 공동 입장문을 통해 소위 조현아 3자 연합이 가진 자들의 배를 채우기 위해 벌이는 해괴한 망동이 한진 노동자의 고혈을 빨고 고통을 쥐어짜도록 좌시하지 않을 것을 강력히 경고한다라며 조현아 3자 연합을 강하게 비판했다.

노조는 과거 왕산레저개발 전 대표였던 조현아 부사장에게 "조 전 대표는 안하무인의 위세로 노동자들을 핍박하였고, 그 결과 한진그룹은 세상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다""이제 와서 또 무슨 염치로 그룹을 탐내는가"라며 목소리를 높혔다앞서 한진가()가 조원태 회장에게 힘을 실어준데 이어 노조가 조현아 측을 비판하며 조회장 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한진 쩐의 전쟁 역사

한진가에 쩐의 전쟁에 역사는 조양호 전 회장의 시절부터 시작됐다. 20021117, 노환으로 병석에 누워있던 조중훈 창업주가 세상을 떠난 지 불과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유언장 진위를 놓고 조양호, 조남호, 조수호, 조정호 4형제는 루비콘강에 동시에 발을 담근다. 불만이 불화로 불화는 또 분쟁으로 10년 가까이 반목을 거듭했다.

조 창업주가 타계하자 한진그룹은 고인의 뜻에 따라 장남인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에게 회장직을 승계한다고 공식 발표한다.

사실 한진그룹의 경영 구도는 조 창업주의 타계 전부터 어느 정도 예견되어 왔다. 대한항공, 한진, 한국공항 등 항공 관련사는 조양호가, 한진중공업, 한일레저 등 조선 업종은 차남 조남호 당시 한진중공업 부회장이, 한진해운, 거양해운 등 해운업종은 삼남 조수호 당시 한진해운 부회장이, 1999년 이미 계열분리 된 메리츠증권 및 동양화재 등 금융계열사는 4남 조정호 당시 메리츠증권 부회장이 각각 실질적인 경영권 행사를 해오고 있어 후계 구도가 거의 확정적이었다.

하지만 삼남 조수호 회장이 한진그룹의 가장 알짜배기라 할 수 있는 한진해운 상속이 확실시 될수록 차남 조남호 회장과 4남 조정호 회장의 불만도 함께 고조되어 갔다.

그리고 조양호 회장이 조중훈 창업자가 남긴 유언장이라며 동생들에게 공개한 내용이 불씨가 되어 누적된 불만이 표면화된다. ‘아버지가 재산 대부분을 조 회장이 가지고 있는 인하학원, 대한항공 쪽에 넘기라 했다는  창업자의 유언에 조남호 부회장과 조정호 부회장은 유언장이 조작됐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조중훈 창업주가 사망 15시간 전, 대한항공 직원을 불러 유언장을 작성했다는 조양호 회장의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며 의혹을 제기한 것. 조중훈 창업주가 사망 직전까지 혼수상태였던 데다, 유언장이 작성됐다던 시간에 병실을 지키고 있었지만 그 시간에 방문한 대한항공 직원은 없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조중훈 창업주의 재산 대부분이 조양호 회장에게 상속된다는 사실은 조남호 부회장과 조정호 부회장의 심기를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한진중공업과 메리츠증권의 주가총액이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에 비해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급기야 서울가정법원 유언 검인기일에 유언장을 제출, 진위 여부 확인에 들어가는 사태까지 벌어진다.

그러나 조씨 형제들이 유산 배분을 둘러싼 갈등이 외부에 드러나서는 안된다는 집안 어른의 중재로 20031월 합의안을 작성, 유언장 진위 논란과 관련해 잠정 휴식기에 돌입한다. 형제간 사업 분할 계열분리와 잔여재산에 대해 법정 상속분에 따라 공동 분배한다는 것을 골자로, 같은 해 5월 한진그룹 비상장회사인 정석기업의 주식배분에 대해 조중훈 창업주의 동생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과 처남인 김성배 한진관광 명의로 돼 있는 정석기업의 주식 49000여 주와 2만여 주를 조양호 회장이 2003년 말까지 조남호와 조정호에게 이전키로 합의한다.

그럼에도 불구, 조씨 형제들의 갈등은 조중훈 창업주의 기일을 두고 계속됐다. 음력과 양력 중 어느 것을 택할 것이냐는 문제로 장남+3’ vs ‘차남+4편을 나눠 사소한 것 하나까지 다툼을 벌였다.

조양호 회장과 조수호 회장은 음력을, 조남호 회장과 조정호 회장은 양력을 각각 주장해 결국 기제를 나눠 지내는 상황까지 이른다. 뿐만 아니라 계열사 협력 계약도 줄줄이 해지하는 등 유치한신경전을 펼친다.

2003년 말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이 조정호 회장의 메리츠화제와 약 5000만 달러에 달하는 운송보험 계약을 해지, 다른 보험사로 거래처를 옮기자 조정호 회장 또한 한진그룹 소유의 해운대센터빌딩에 있는 한불종합금융의 방을 빼 파이낸스빌딩으로 사무실을 이전하는 강경책을 둔다.

조남호 회장 역시 자신 소유의 한일CC 골프장에서 대한항공 광고판을 모두 철수하는 등 협력 관계에서 적대 관계 구도를 형성하기 시작, 조씨일가의 냉정하고도 냉랭한 기류가 확산된다. 법적 분쟁을 향한 전야제나 다름없었다.

'정석기업 주식 배분' 둘러싼 갈등 폭발

그리고 결국 2005, ‘유산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드디어 본격화된다.

조남호 회장과 조정호 회장이 당초 돌려주기로 한 정석기업의 주식 배분이 시행되고 있지 않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 소송전의 시작을 알렸다. 조중건 전 부회장과 김성배 고문이 나눠 보유하고 있는 정석기업의 69000주는 조중훈 창업주의 차명 주식이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일정 부분 소유권이 있다며 돌려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양호 회장은 관련 주식에 대해 분배하기로 명확히 약정한 사실이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면밀히 검토해본 결과 유산 분배 대상으로 지목된 주식이 조중건 전 부회장과 김성배 고문의 것으로 확인됐다며 넘겨줄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소송의 중심의 선 정석기업은 당시 한진 지분 14.4%를 소유한 최대주주로, 19741월 설립해 부동산 매매 및 임대업, 건물관리, 용역업 등을 주 업무로 두고 있는 한진 계열의 비상장사다. 특히 다른 계열사와의 순환 출자 구도를 통해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에 위치해 있어 정석기업의 경영권만 확보하면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것과 다름없다.

이에 일각에서는 조남호 회장과 조정호 회장이 경영권 확보를 위해 소송을 불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정석기업의 개인최대주주가 당시 지분 25%를 소유한 조양호 회장이었기 때문. 하지만 조남호 회장과 조정호 회장이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7만여주를 넘겨 받는다해도 미치는 영향이 거의 적어 형제간의 누적된 불신이 폭발, 한진가의 불행을 야기시켰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렸다.

이와 함께 유언장 진실 게임도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2003년 작성한 계열분리 합의안서명에서 더이상 언급하지 않기로 합의했음에도 유언장의 진위 여부를 놓고 여전히 대립, 법원 검증의 필요성까지 대두됐다.

2006년 법원의 강제조정으로 조중건 부회장과 김성배 고문이 조남호 회장과 조정호 회장에게 각각 34520여주씩 나눠 주며 정석기업 차명주식 반환 소송이 일단락 됐음에도 갈등의 불씨가 법정으로 계속 옮겨 붙어갔다.

더욱이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이 같은 해 11월 지병으로 별세했음에도 화해의 기미는커녕 오히려 유산 분쟁은 정점으로 치달은바 있다.

한진일가 경영권 퇴진 요구

한진칼은 오는 25일께 이사회를 열고 다음달 열릴 정기 주주총회 안건과 일정 등을 확정한다. 한진가 경영권 분쟁에서 국민연금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된다. 조만간 구성될 기금위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가 이를 결정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조원태 회장 측으로 기운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2일 국민연금기금은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을 활용해 행동주의 펀드 등과 연계하는 방안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기 때문. 조 전 부사장과 손을 잡은 KCGI는 행동주의 펀드로 분류된다. 조 회장 측이 주주친화적인 정책들을 내놓고 있는 점도 기금의 장기수익과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하는 국민연금의 목표에 부합한다는 해석도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조씨 일가의 동반 퇴진론이 힘을 얻고 있다. 갑질과 경영권 분쟁으로 얼룩진 조씨 일가가 경영권에 물러나고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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