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서 '권력기관 개혁 3법' 법률공포안 의결
국회 통과한 공수처법·경찰법·국정원법 개정안
"공수처 출범 늦어져 이후 정권 비리 막지 못했다"
"정치적 중립 위해 여야 넘어 함께 힘 모아주길"
"검찰 '무소불위의 권한' 성역, 비판받아 왔다"

[사진=뉴시스] 국무회의_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무회의_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관련법, 경찰법, 국정원법 등 이른바 '권력기관 개혁 3법' 법률공포안을 의결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오랜 숙원이었던 권력기관 개혁의 제도화가 드디어 완성됐다"며 "국민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감회가 깊다"고 소회를 밝혔다.

특히 군사정권인 5공화국 이후 각종 비리로 인해 김대중 정부에서 공수처 논의가 이뤄졌고, 노무현 정부에서 입법 추진했지만 출범이 늦어져 이후 정권의 국정농단과 부패 등 권력형 비리를 막지 못했다는 뜻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1996년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을 계기로 공수처 논의의 물꼬가 터졌고, 김대중 정부에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면서 "2002년 대선 때는 노무현 후보가 공수처를 반부패정책의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고 당선 후 입법을 추진했는데 당시 공수처가 설립됐다면 이후 정권의 부패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文 "권력형 비리에 사정의 칼 하나더… 독재와 연결, 이해하기 어렵다"

아울러 공수처가 정부 비판 세력을 탄압하는 독재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며, 반대해온 야당해 대해선 날선 비판 의견도 개진했다.

문 대통령은 "현재 제1야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도 공수처를 2004년 총선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었고, 지금 공수처를 반대하는 야당의 유력 인사들도 과거에는 공수처를 적극 주장했던 분들"이라며 "이제는 공수처가 독재를 위한 수단이라는 주장까지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권의 권력형 비리에 사정의 칼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인데 이것을 어떻게 독재와 연결시킬 수 있는 것인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그간 야당의 공수처 비판에 대해 직접적인 메세지를 내 것은 처음이다.

그러면서 "부패 없는 권력, 성역 없는 수사로 우리 사회가 더 청렴해지기를 바란다면 오히려 공수처가 철저한 정치적 중립 속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여야를 넘어 함께 힘을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공수처 출범의 야당 협조도 당부했다.

"검찰, 책임지지 않고 책임을 물을 길도 없는 성역"

검찰을 향해서도 이른바 '제식구 감싸기' 등 잘못된 관행에 대한 통제 수단이 될 것이라며, 공수처를 받아들이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은 그 동안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스스로의 잘못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고 책임을 물을 길도 없는 성역이 돼 왔다는 국민의 비판을 받고 있다"면서 "공수처는 검찰의 내부 비리와 잘못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수처가 출범해도 검찰의 권한은 여전히 막강하다"며 "국민들은 검찰의 권한에도 견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점을 검찰도 받아들이길 바라 마지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수처는 검찰권을 약화시키는 괴물 같은 조직이 아니다"라며 "공수처는 정원이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에 불과하여 현직 검사만 2300명을 거느리고 있는 검찰 조직과는 아예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공수처 출범, 정치적 중립이 생명" 강조

문 대통령은 공수처 출범 이후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는 무엇보다도 정치적 중립이 생명이다. 검찰로부터의 독립과 중립을 지키는 것 또한 중요하다"며 "중립적 운영을 위해서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고, 공수처의 구성원 뿐 아니라 정치권과 검찰, 언론과 시민사회 등 모두가 함께 감시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수처 내년 초 출범 가이드라인…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에 '속도'

앞서 경찰청법 개정안은 지난 9일, 공수처법 개정안은 10일, 국정원법 개정안은 13일 각각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경찰청법 개정안은 현재 경찰의 사무를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구분하는 내용이 담겼다. 자치경찰 사무는 각 시·도마다 구성되는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지휘·감독하고 주민 생활안전, 교통활동, 교통 및 안전 관리 등을 담당한다. 경찰에 이관되는 수사 기능을 전담할 국가수사본부(국수본)도 신설된다.

공수처법 개정안은 공수처장후보추천위의 의결정족수를 추천위원 7명 중 6명에서 5명(전체 재적위원 중 3분의2에 해당)으로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국정원법 개정안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이 국수본으로 이관하되 그 시기는 3년 유예토록 정했다.

아울러 국정원의 직무 범위를 재규정했다. 특히 정치 관여가 우려되는 정보의 수집·분석을 금지하는 등 정치개입 금지 유형을 확대했다.또  국정원의 불법 감청과 불법 위치추적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도 신설했다.

한편 가장 논란이 됐던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의 비리를 중점적으로 수사·기소하는 독립적 기관으로 대통령과 국회의원,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국무총리 중앙행정기관 정무직, 검사·판사 등을 수사대상으로 한다.

특히 검찰은 불법 혐의 검사에 대한 기소율이 0.2% 정도 밖에 안돼 제식구 감싸기를 비판을 받아왔고, 정치 검찰의 오명도 종종 받아 공수처 설치로 기소권을 독점해 오던 검찰 권력을 견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공수처 논의는 지난 1996년 참여연대가 공수처를 포함한 부패방지법안을 입법 청원하며 시작돼, 노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공약으로 삼아 실현시키려 했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후 문 대통령도 대선 핵심공약으로 내세워 지난해 12월  공수처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공수처장 임명을 두고 여야가 서로 갈등하면서 1년여간 출범이 미뤄져 왔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하려면 추천위원 7명 중 6명이 동의해야 했던 원안을 5명(3분의2)만 동의하면 되는 개정안을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현재 추천위원 7명 가운데 야당 추천 몫은 2명으로 야당이 반대해도 공수처장 추천이 가능해졌고, 이를 두고 야당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 야당이 행사했던 거부권(veto)을 무력화하는 거대여댱의 독주라며 반발했다.

21대 국회 정기국회 회기 종료까지 야당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1인 릴레이 시위 등으로 맞서며 여야 갈등은 극에 치달았지만, 필리버스터 종결과 함께 결국 개정안은 10일 오후 2시30분께 찬성 187표, 반대 99표, 기권 1표로 통과됐다.

공수처법 개정안 통과 직후 문 대통령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과 임명, 청문회 등 나머지 절차를 신속하게 차질 없이 진행해 2021년 새해 벽두에는 공수처가 정식으로 출범할 수 있길 기대한다"며 사실상 내년 초 공수처 공식 출범을 시사한 바 있다.

공수처법과 국정원법의 경우, 국무회의 의결 즉시 대통령 긴급재가를 거쳐 곧바로 공포·시행되며, 경찰법은 다음주에 공포돼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 절차는 이르면 이번 주부터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의 국무회의 모두발언 전문.

오늘 국무회의를 거쳐 공수처 관련법, 경찰법, 국정원법 등 국회가 진통 끝에 입법한 권력기관 개혁법률들을 검토하게 됩니다. 한국 민주주의의 오랜 숙원이었던 권력기관 개혁의 제도화가 드디어 완성됐습니다. 오랜 기간 권력기관에 의한 민주주의 훼손과 인권 침해를 겪어왔던 우리 국민들로서는 참으로 역사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 또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감회가 깊습니다. 모든 권력기관이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의해 작동되고 오로지 국민을 섬기는 국민의 기관으로 거듭나는 초석이 될 것입니다.

특히 공수처는 권력기관 개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법은 공정하지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성역이 있었고 특권이 있었고 선택적 정의가 있었습니다. 전두환 정부 이래 역대 정부는 대통령 자신이나 친인척 등 특수관계자의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얼룩졌습니다. 그 때마다 정치적 독립과 중립이 철저히 보장되는 특별사정기구의 필요성이 강력히 대두되었습니다. 1996년 전두환 노태우 정권의 비자금 사건을 계기로 시민단체가 국회의원 151명의 서명을 받아 입법청원을 하면서 공수처 논의의 물꼬가 터졌습니다.

김대중 정부는 사법개혁 추진위를 통해 정부 차원의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2002년 대선 때는 노무현 후보가 공수처를 반부패정책의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고 당선 후 입법을 추진했습니다. 당시 공수처가 설립됐다면 이후 정권의 부패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저도 지난 대선뿐 아니라 2012년 대선에서도 공수처를 공약했습니다. 그 때라도 공수처가 설치됐더라면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은 없었을 지 모릅니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는 것이지만, 안타까운 역사였습니다.

이처럼 공수처는 부패 없는 정의로운 나라를 위해 20년 넘게 논의되고 추진돼 온 것입니다. 이념의 문제나 정파적인 문제가 결코 아닙니다. 현재 제1야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도 공수처를 2004년 총선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었고, 지금 공수처를 반대하는 야당의 유력 인사들도 과거에는 공수처를 적극 주장했던 분들입니다.

이제는 공수처가 독재를 위한 수단이라는 주장까지 합니다. 정권의 권력형 비리에 사정의 칼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인데 이것을 어떻게 독재와 연결시킬 수 있는 것인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부패 없는 권력, 성역 없는 수사로 우리 사회가 더 청렴해지기를 바란다면 오히려 공수처가 철저한 정치적 중립 속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여야를 넘어 함께 힘을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공수처는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수단으로도 의미가 큽니다. 검찰은 그 동안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스스로의 잘못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고 책임을 물을 길도 없는 성역이 돼 왔다는 국민의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공수처는 검찰의 내부 비리와 잘못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런 장치가 전혀 없었습니다.

어떤 기관도 국민 위에 존재할 수 없습니다. 검찰이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의해 민주적 통제를 받게 된다면 무소불위의 권력이란 비판에서 벗어나 건강하고 신뢰받는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공수처는 검찰권을 약화시키는 괴물같은 조직이 아닙니다. 공수처는 정원이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에 불과하여 현직 검사만 2300명을 거느리고 있는 검찰 조직과는 아예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공수처가 생겨도 여전히 검찰의 권한은 막강합니다. 검찰의 막강한 권한은 우리 사회의 정의를 지키는 힘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국민들은 검찰의 권한에도 견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그 점을 검찰도 받아들이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공수처장 추천과 지명 청문회 등의 절차를 마치면 정식으로 공수처가 출범하게 됩니다. 공수처는 무엇보다도 정치적 중립이 생명입니다. 검찰로부터의 독립과 중립을 지키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중립적 운영을 위해서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공수처의 구성원 뿐 아니라 정치권과 검찰 언론과 시민사회 등 모두가 함께 감시하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국민들께서도 우리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진전시키는 국민의 기구 국민의 공수처가 될 수 있도록 성원해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공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