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세기 영국의 고토 코벤트리(coventry)지방의 영주 레오프릭(Leofric) 백작은 세금을 너무 세게 매겨 백성들로부터 원성이 자자했다.

남편의 이러한 행위를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한 부인 고다이바 여사는 남편에게 세금을 낮추어 백성들의 고통을 덜어주자고 호소했다.

그러나 “당신이 뭘 알아, 안 돼.” 하고 들어주지 않자 계속해서 졸랐다. 마침내 “당신이 백성을 그렇게 생각한다면 완전 나체로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아. 그렇게 할 용기가 있다면 내가 세금을 감면해주지.”라고 했다.

고다이바 부인은 정말 완전한 나체로 말을 타고 동네를 돌았다. 백성들은 이 소식을 미리 듣고 고다이바 여사가 동네를 도는 동안 모두 창문을 꼭꼭 닫고 아무도 밖을 내다보지 않았다.

마침내 남편은 약속을 지켜 세금을 대폭 감면해주었다. 그리고 지방 산업을 중흥시켜 영국의 중요한 공업지대로 발전하기에 이르렀다.(최재우 ‘이야기 정치학’중에서)

정부는 세금 폭증이 예견되는데도 대책을 세우기는커녕 오히려 어떻게 해야 더 빨리 세금을 올릴지 골몰하는 것 같다.(김덕환- ‘세금’이라고 쓰고 ‘벌금’이라읽는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두고 여야는 물론이고 국민들도 들끓고 있다. 국세청이 23일부터 전국의 종합부동산세 납부 대상자에게 고지서와 안내문을 발송하기 시작했다. 세수가 모두 4조원에 달해 역대 최고액이라고 한다.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미리 자기 집 종부세를 확인한 사람들 중에는 “기절하는 줄 알았다.” “정부가 미쳤다”고 비명을 지를 정도라고 어느 매스컴이 보도했다.

스물 몇 번이나 부동산 정책을 내 놓았지만 정책을 내놓으면 내놓을수록 민심은 더욱 더 들끓고 집값은 올라갔다. 다주택자의 투기를 잡는다고 시작한 일이 한 주택 보유자까지 한숨이 깊어지게 만들었다. 학자들이 ‘부동산은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뛴다’는 충고를 내놓았으나 전혀 먹히지 않았다.

집과 토지에 대한 공시가를 대폭 인상한다는 예고도 그 알량한 정책 중의 하나였다. 공시지가 상승은 보유세에 직접 영향을 주어 거의 100%에 가까운 종부세나 재산세를 내게 만든다. 인터넷의 한 사이트에는 “1주택 기준인데도 많이 올랐다. 2배정도 올랐다. 다주택자는 후덜덜 하겠네요.”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종부세 올해 조회하기’란 사이트에 올라온 한 게시 글에는 공시가격 3억5천2백만 원인 서울시 소재 한 아파트의 예상 보유세는 1백35만2천원으로 지난해 보유세 64만 7천원보다 70만 원 이상이 오를 것이라고 했다.(연합뉴스)

이쯤 되면 세금이 아니라 ‘벌금’이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코로나19 여파로 일터를 잃고 집에만 들어앉아 있는 서민들에게 정부는 시름을 덜어주는 것이 아니라 더 보태주어 ‘집이 원수’라는 말까지 나오게 했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주택 보유세는 다른 선진국보다 낮다고 이야기해 왔다. 그러나 정부가 하한선이라고 제시한 시가 9억 원 주택의 경우 세계 최고의 세율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부는 세금내기 어려우면 강남에 살지 말든지 집을 팔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집을 파는 일도 쉽지 않다. 보유 기간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9억 원 이상의 주택은 1주택자라도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고, 새로 사는 집에도 취득세를 내야 한다. 수억 원을 손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전세 얻기는 하늘의 별따기지, 교육 환경이나 교통 편리한 곳을 찾자면 더 난감할 뿐이다. 

정부에서는 호텔이나 모텔을 개조해서 전세 집을 마련한다는 웃지 못 할 대책까지 내놓았다. 정부와 여당에 그렇게도 전문가가 없단 말인가. 

집을 가지고 있어도 문제고 집을 팔아도 문제다. 이러나저러나 서민들의 한숨 소리는 길어지고 고통은 밤잠을 설치게 만든다.

온갖 구실을 대고 세금을 계속 올리는 속셈은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 놓기를 기대하는 것 같은데, 그 사람들이 집을 팔려고 내놓으려 해도 조건이 너무 엄중하기 때문에 쉽사리 결심을 하지 못한다. 그 틈바구니에 끼인 서민들만 골탕을 먹을 뿐이다. 전세 값은 부르는 게 값이 되고 월세도 자취를 감춘 판 아닌가. 

이제 정말 고다이바 여사가 대한민국에 나타나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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