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계자 상생 의지 부족 갈등 심화… 윤리경영 뒷전 협력사에 교묘한 ‘갑’질
일제강제징용 아픔 외면하고 정치권 눈치보기...무능력한 CEO의 제잇속 챙기기

"국가와 국민에 더 이상 빛 없다".  2022년 4월 6일 포스코홀딩스 경영전략팀은 '포스코그룹 정체성' 제하의 글을 전 직원의 이메일에 전송한다. 일제강점기에 희생한 선조들의 보상인 대일청구금이 마중물이 됐다는 의미를 왜곡시키며 '국민기업'이미지 벗기에 나섰다.  최근 상황이 바뀌었다. 윤석열 정부가 강제징용 해법을 발표했다. 가해자인 일본 기업이 아니라 수혜받은 한국 기업이 돈을 모아 배상하는 이른바 '3자 변제 방안'이다. 청구자금 수혜 기업 중에 포스코는 처음으로 기부금 출연을 밝혔다. 국가와 국민에 빛이 없다던 포스코가 주주들의 의견도 묻지 않고 기부를 약속한 것.  정치권의 거취 압박을 받고 있는 최정우 회장이 정권과 코드 맞추기 위해 기부금 출연을 결정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 정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체결한다. 대일 청구권을 포기하는 대신 5억 달러의 경제협력자금을 받았다. 무상 3억 달러·유상 2억 달러이다. 이 가운데 일부가 기업 지원 자금으로 쓰였는데, 대표적인 지원 대상이 당시 포항종합제철(현 포스코)이었다. 전체 청구권 자금의 24%에 해당하는 1억1948만달러가 투입된다. 포스코를 비롯해 포스코, 한국도로공사, 한국철도공사, KT&G, 한국전력, KT 등이 배상금 수혜를 받았다.  포스코그룹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현황을 진단하기 위해 홈페이지, 국가정보전략연구소(국정연) 데이터베이스(DB), 국정감사·감사원·사법기관 자료, 각종 제보 등을 참조했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며 개발된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 모델을 적용해 포스코의 ESG 경영 현황 중 사회를 진단해 봤다.

포스코 역대 회장 박태준(명예회장) 황경로, 정명식, 김만제 (위의 왼쪽)유상부, 이구택, 정준양, 권오준 회장(아래 왼쪽부터), 우측은 현재 회장직을 맡고 있는 최정우 @자료사진
포스코 역대 회장 박태준(명예회장) 황경로, 정명식, 김만제 (위의 왼쪽)유상부, 이구택, 정준양, 권오준 회장(아래 왼쪽부터), 우측은 현재 회장직을 맡고 있는 최정우 @자료사진

직원·경영진 보수 상승률 격차 심화

포스코는 주인없는 회사. 2000년 정부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민영화된다. 국민연금공단이 지분 9.11%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다.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ㆍ5.19%)이 2대 주주이다. 소액주주의 지분 67%중에 외국인 지분이 51.3%이다.  1ㆍ2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과 블랙록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선도하고 있다. 

국민기업이 아닌 민간기업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포스코에서 ESG경영이 지켜지고 있을까. ESG위싱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입으로는 ESG를 강조하지만, 실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

포스코는 2022년 태풍 힌남노로 2조 원 이상의 피해를 입었다. 직원들의 연봉을 감소한 반면 임원진들은 거액의 성과급을 잔치를 벌였다.

최정우 회장은 2022년 급여 10억 300만원, 상여 18억 8200만원, 기타소득 800만원 등 28억9300만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60%가까이 상승했다.  전년 보수(18억2900만 원) 대비 58% 증가한 금액. 급여와 상여는 각각 전년 대비 1억200만 원, 9억5600만 원씩 늘었다.

최 회장은 2021년 급여 9억1000만 원, 상여는 9억2600만 원, 기타 근로소득 200만 원이었다. 2020년 보수는 19억2700만 원으로 급여 9억100만 원, 상여 10억1900만 원, 기타 근로소득 700만 원을 수령했다.

시민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비상 경영을 선포한 상황에서 임원들의 성과급 잔치는 기만행위라고 비판했다. 회사는 2021년 역대 최대 실적을 반영해 상여금이 몰린 탓이라고 해명한다. 

문제는 직원들의 급여 상승은 임원진 대비 저조하다. 공시에 따르면 포스코 직원들의 1인 평균 급여액은 2020년 9800만 원, 2021년에는 1억900만 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9000만 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포스코홀딩스 직원들의 임금 인상률은 2019년 2%, 2020년 동결, 2021년 2.5%(100만 원 별도 지급)이다.

실제 포스코홀딩스를 비롯해 계열사 직원들은 직장인 익명 앱 등을 통해 '최정우 회장의 보수만 오른다', '임원진의 급여만 늘어난다' 등의 게시글이 올리며 모럴 해저드라고 비판한다.

하청노동자 노예만들기

대법원은 지난해 포스코 하청 노동자 59명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포스코의 직접 지시를 받는 노동자로 판결했다. 59명 중 정년을 남겨둔 노동자는 55명뿐. 제조 분야 하청 노동자 1만5000명은 집단소송제가 적용되지 않아 개별 소송을 진행해야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2021년 기준 포스코건설의 비정규직 인원수는 2290명(전년대비+25.3%)이다.  정규직은 3601명(-전년 대비 2.5%)으로 감소했다. 2021년 비정규직 비율은 38.9%로 전년 대비 5.8%p 상승했다.

2021년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와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포스코지회는 노동자의 임금과 복지를 후퇴시키는 연봉제 전환에 대해 근무조건과 임금이 후퇴하는 개악이라고 반발했다. 지난해 서울행정법원은 포스코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공정대표의무 위반 시정 재심 결정 취소 소송에서 청구를 기각했다. 

2019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포스코건설이 브라질 빼셍(CSP)제철소 건설공사에서 저지른 각종 범죄 행위뿐 아니라 협력업체에 떠넘긴 250억 원의 체납 세금 및 채무에 대해 수사를 촉구하는 글을 게시해 논란이 됐다.

2021년 공정거래위원회는 포스코건설이 2014년 2월~2019년 4월까지 하도급 237곳과 거래 시 불공정 하도급 거래행위를 했다며 과징금 1400만 원을 부과했다. 불공정 내용은 △부당 특약 설정 △선급금 지연이자 미지급 △어음대체결제수수료 및 하도급 대금 지연이자 미지급 △설계변경 등에 따른 하도급 대금 조정의무 위반 등으로 다양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포스코케미칼이 하도급법 제18조 제1항(부당한 경영간섭의 금지)과 공정거래법 제45조 제1항 제6호(거래상 지위의 남용 중 경영간섭) 위반 혐의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5억8000만 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포스코케미칼이 업무 외주화 과정에서 설립한 협력사 19곳에 대해 경영관리 기준 설정 및 인사, 자본, 지분 등을 간섭해왔다고 판단했다. 경영관리 기준은 △사장 및 임원 임기 △직책별 연봉 △퇴직금 △이익잉여금 △배당금 △지분구성 등 총 21개에 달한다.

포스코케미칼은 지난해 7월 △부당특약 금지 △하도급 대금 감액 금지 △경제적 이익의 부당한 요구 금지 △보복 조치의 금지 등이 포함된 공정거래 자율준수 가이드북을 발간해 윤리경영·투명경영·정도경영을 외쳤다. 하지만 구호 뒤에 숨어서 비윤리경영·투명경영·정도경영을 한 셈이다.

경영진 교체 이후에도 안전사고 반복

금속노조에 따르면 2018년~2021년 2월 말까지 약 38개월간 포스코에서 발생한 산재 사고는 총 155건에 달한다.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사망자 발생 16건 △부상자 발생 114건(사망사고와 중복 1건) △인명피해 없는 설비사고 26건 등으로 사망자만 21명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월 포스코 포항제철소 산재 사망사고와 관련해 원·하청 책임자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수사했다. 2월에도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4월에는 포항제철소 스테인리스 3제강공장에서 근무하던 협력사 직원이 설비에 빨려 들어가 열상을 입는 사고가 일어났다. 

4월 광양제철소 코크스C야드에서 협력사 직원이 근무 중 왼쪽 팔이 설비에 압착되는 사고로 팔이 절단됐다. 지난해 9월 전남 광양시 금호동 광양산단 내 공장에서 포스코 제철소 공급사 소속 노동자가 추락·사망했다.

지난해 6월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철강산업 안전보건리더회의에서 산재 사고가 끊이지 않는 포스코의 안전보건활동이 우수사례로 선정돼 논란이 초래됐다. 우수사례로 선정한 이유는 글로벌 선진 수준의 관리, 철강업 특성을 반영한 안전보건관리체계 재정립 등으로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에 따르면 지난해 안전을 위협하는 물품 납품 및 향응 제공 기업에 대해 내부 규정을 어겨가며 계약을 이어가는 것이 드러났다. 포스코가 문제를 일으킨 공급사에 대해 경고, 입찰참가 제한, 소싱그룹 취소 등 수십 건의 제재를 내리는 것과는 다른 처리다.

포스코의 지주회사 전환 이후에도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 회피 논란에 이어 안전 대책 소홀에 대한 비판이 증가하고 있다. 최정우 회장이 취임한 이후에도 안전사고가 줄어들지 않아 안전에 대한 인식이 안이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직원 소통 강화

포스코의 비전과 경영이념은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이다.

포스코 스스로가 사회 구성원의 일원이 되어 임직원, 주주, 고객, 공급사, 협력사, 지역사회 등 여러 이해관계자와 더불어 함께 발전한다. 배려와 공존, 공생의 가치를 추구한다. 그 핵심가치를 안전, 상생, 윤리, 창의라고 말한다. 

이는 2018년 회장에 취임한 최 회장이 2019년 7월 25일에 공표한 <포스코 기업 시민 헌장>이다. 

포스코의 기업시민은 거짓말. 2022년 1월 28일 포스코는 임사주총을 열어 지주회사 포스코홀딩스와 철강사업회사 포스코로 물적분할 안건을 승인한다.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가 포스코의 지분을 100%로 소유한다.

지주사의 본사를 서울에 둔다. 포항시민들에 반대에 부닥친다. 1년 간 시민들과 대치하다 지난달 2월 17일 본사를 경북 포항으로 이전을 확정한다. 

포항시민 최명효(65) 씨는 "시민기업 포스코가 포항에 비로서 기업시민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환경가이드라인, 인권경영가이드라인, 사외이사독립성·다양성 가이드 라인을 두고 ESG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흉내는 내는 수준.  그룹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ESG 경영을 실천하도록 하는 교재나 교육활동은 없다.

다만 포스코와 포스코홀딩스는 임직원의 윤리적 가치관 정립을 위해 △임원·직책 보유자 윤리교육 △신입·경력직 사원 윤리교육 △해외 주재원·현채인 윤리교육 △윤리경영 교육 △직장 내 성희롱·괴롭힘 예방 교육 △갑의식 근절 관련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포스텍 기업시민연구소는 대학생과 ESG 경영 아이디어 공유를 위한 기업시민 레벨업 그라운드를 개최하고 있다. 기업시민경영과 ESG 과목을 수강한 대학생 120여 명과 협업 프로젝트를 수행한 포스코 임직원 50여 명이 참석했다. 

포스코는 2021년 EBS와 ESG 경영실천 및 미래 교육환경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미래 세대인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 재활용성이 우수한 철강재의 친환경성을 교육하는 앱, 번개맨과 친환경 번개파워를 개발했다.

2020년 4월 포스코는 협업포인트제를 도입해 업무와 관련한 유기적 소통, 협업 문화를 촉진해 나가고 있다. 협업포인트제는 서로 다른 부서 직원 간 지식 및 정보 공유, 기타 업무 수행 후 포인트를 선물하는 제도로 각 공정간, 부서간 협업 강화를 위해 임직원 평가 시 협업 핵심 성과지표를 도입했다.

2021년 포스코는 최 회장 취임 이후 사무·엔지니어 중심의 영보드(Young Board)에 제철소 현장직 직원 중심의 현장직군 영보드를 신설했다. 대리급 이하 직원이 참여한다. 영보드는 일터에서의 생각과 느낀 점을 아이디어로 제안하고 경영층의 비전과 철학을 직원에게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초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포스코홀딩스의 출범에 맞춰 유연한 조직문화 구축을 위해 △세대·조직간 소통 활성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강화 △국내·글로벌 네트워크 간 정보 공유 확대 등 다양한 소통프로그램을 마련했다. 

2020년 포스코건설은 사내인트라넷에 분산돼 있던 계약, 공사일정, 안전, 소통관리시스템 등을 통합해 토탈정보공유시스템 포스원(POSONE)을 구축했다. 모바일에서 실시간으로 모든 공사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포스코는 2018년 지역사회와 더불어 신뢰와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초대형 LED 전광판 소통 보드를 설치했다. 2019년 포스코는 그룹 최고 자문기구인 기업시민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기업시민실을 신설해 사회적 가치 창출 사업을 주도하며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정부·기업·기관·단체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평가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과 협력해 개발한 모델이다. 팔기는 주역의 기본 8괘를 상징하는 깃발, 생태계는 기업이 살아 숨 쉬는 환경을 의미한다. 주역은 자연의 이치로 화합된 우주의 삼라만상을 해석하므로 기업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데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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