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최악 피했지만…재계 "책임경영 위축 우려
SK지분 매입 포기하면서 崔에 수천억 원 이익 제공 의혹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지난 12월1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뉴스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지난 12월1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뉴스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하고 사업기회를 유용했다.  공정위는 그룹의 지주회사인 SK가 SK실트론(舊 LG실트론)인수 과정에 최 회장 개인이 지분을 매수한 행위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공정거래위원회(조성욱 위원장)은 22일 SK가 특수관계인 최 회장에 대해 사업기회를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16억 원 부과를 결정했다.  최 회장에게 8억원, SK에 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다만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검찰에 고발하지는 않았다.

2017년 1월 SK는 LG그룹 지주회사인 LG로부터  LG실트론(현 SK실트론)의 지분 51%를 주당 1만8138원에 인수한다. 3개월 뒤 LG실트론 지분 19.6%를 주당 1만2871원에 추가로 취득한다. 남은 지분 29.4%는 최 회장이 매입한다.

공정위 조사 결과, SK는 LG실트론의 주식 70.6%를 직ㆍ간접 취득한 후, 잔여주식 29.4%를 자신이 취득할 경우 상당한 이익 예상에도 포기한다.  대표이사 겸 동일인인 최 회장이 취득할 수 있도록 사업기회를 제공한 것.

SK는 남은 지분 인수를 포기하고 최 회장이 해당 지분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이사회 의결이 없었다는 것으로 확인된다. 당시 SK는 지분 51%,  19.6%를 각각 취득하면서  잔여주식 29.4% 를 ‘추후 결정’하기로 내부 검토한다. 그해 4월 17일 최 회장이 인수 의사를 피력하자 이사회의 심의를 통한 합리적 검토 없이 장동현 대표가 SK의 입찰 참여를 포기(2017. 4. 19. 또는 4. 21.)했다는 것.  

최 회장은 4월 21일 우리은행의 실트론 주식 29.4% 매각입찰에 참여한다.  단독 적격투자자로 선정된다. 같은 해 8월 24일에 해당 주식을 TRS 방식(Total Return Swap, 총수익교환)으로 취득한다. 

SK는 최 회장이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매도자인 우리은행과 비공개협상 과정에서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다

최 회장 측은 “사외이사로 구성한 거버넌스위원회에 보고했다. 이사회 의결이 필요하지 않다고 내부적으로 검토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이사회가 충분한 정보를 갖고 사업기회 이용을 결정하도록 상법에 규정한 만큼 이사회 의결이 필수다.  해당 사안을 거버넌스위원회에 보고한 건 이사회 승인 절차와는 다르다"고 판단했다.

SK가 지분 29.4%에 취득 기회를 최 회장에게 제공한 것은 사업기회 유용이라고 본 것이다.

공정위는 "SK는 지주회사로서‘주식취득’을 통해 사업내용을 지배하고, 주식소유를 통해 배당금 등을 수취하는 활동이 주된 사업이다. SK가 실트론 주식 70.6%를 취득했다. 잔여 29.4%를 '추후 결정한다'고 검토했다. SK에 이익이 될 수 있는데도 포기해 최 회장에게 이익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SK는 SK하이닉스로의 판매량 증대, 중국사업 확장, SK머티리얼즈 등과 협업 등을 통해 실트론의 가치증대(Value-Up)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자체 판단했다.

2016년 12월 경영권 인수 검토 당시 실트론에 대한 Value-Up을 통해 1.1조 원인 기업가치가 2020년에는 3.3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SK는 잔여주식 29.4%를 취득했다면, 해당 지분율 만큼의 추가적 이익을 예상할 수 있었다. SK는 회사의 이익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최 회장이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스스로 포기하면서 사업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공정위는 2020년말 기준 최 회장이 취득한 SK실트론 지분(29.4%) 가치가  2000억원 올랐다고 봤다.

육성권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SK㈜가 최 회장에게 제공한 사업기회의 가치가 얼마인지 산정하는 게 제도상 불가능해 위반 금액을 산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공정위 관계자는 “회사가 가져가야 할 이익을 최 회장 개인이 가져갔다는 취지에서 국민연금이나 소액주주가 소송을 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 회장은 지난 15일 공정위 전원회의에 출석해 “사업기회를 유용한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대기업 총수가 공정위 전원회의에  출석한 건 최 회장이 처음. 공정위는 전원회의에 출석한 최 회장의 향변을 받아 들이지 않았다. 사업기회를 유용한 행위라고 판단한 것이다. 

SK㈜는 22일 입장문을 통해 “SK실트론 사건에 대해 충실히 소명했음에도 납득하기 어려운 제재 결정이 내려졌다”면서 “(공정위 결정은) 전원회의 심의 과정에서 확인된 사실관계와 법리판단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내용이다. (공정위) 의결서를 받는 대로 세부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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