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정몽준→정기선 경영 세습..2021년만 5건 중대 재해 발생
하도급 단가 10% 일률 인하 강요 혐의...한국조선 "업황 위기 타개 협력"주장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경영이 기업의 지속성장을 추구하는 경영 키워드가 되고 있다. ESG경영을 내세운 현대중공업그룹이 '위싱ESG'비판에 휩싸였다. 말로만 ESG를 강조하면서 실천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 현대중공업그룹내에서 중대 재해와 하도급 갑질 논란이 반복, 발생하고 있다. 정주영(창업주)→정몽준(2세대)→정기선(3세대)으로 이어진 3대 경영세습이 도마 위에 올랐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울산운동본부 관계자들이 26일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에 책임이 있는 대형 조선소 대표이사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울산운동본부 관계자들이 26일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에 책임이 있는 대형 조선소 대표이사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노동자 사망사고 언제까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재정 울산운동본부는 26일,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앞에서 지난 9월 30일 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 대표이사 구속을 촉구하는 시위를 가졌다.

당시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휴게 공간으로 이동하던 노동자 A씨가 작업 중이던 14t 굴착기에 깔려 사망한다. 

노동자와 회사의 입장은 첨예하게 엇갈린다. 노동자는 중대재해라는 입장이다. 회사는 사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라며 입장이다. 

울산본부는 "회사는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는 안전통로가 없었다. 건설기계를 이용한 작업인데도 안전관리자 배치, 출입금지 조치를 하지 않았다. 기본적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발생한 중대재해"라고 주장한다. 

A씨는 현대중공업 창사이래 417번째 희생자.  올해만 4명의 노동자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대부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사고로 희생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노동계는 현대중공업의 사고는 죽음의 외주화와 솜방망이 처벌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회사의 안전조치 미비와  실효성 없는 국가행정기관인 노동부의 관리ㆍ감독이 원인이라는 것. 2019년 9월부터 2020년 5월까지 현대중공업에서 중대재해 4건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635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한 검찰은 2000만원에 벌금을 구형한다.

기업들이 안전대책 마련에 소극적인 이유가 검찰과 노동부의 솜방망이 처벌 때문. 안전대책을 마련하는데 드는 비용보다 벌금이 훨씬 작다. 사고가 발생하면 쥐꼬리만 한 보상금과 벌금을 물면 되기 때문에 굳이 안전대책을 마련하는데 많은 돈을 들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정기호 변호사(금속노조법률원 울산사무소)는 매일노동뉴스 기고문을 통해 "(현대중공업은)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받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발생하는 사고가 줄지 않고 있다"면서 "산재 사고를 근본적으로 근절하기 위해서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의견이 집단적으로 현대중공업의 산업안전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도급 위반 논란

현대중공업의 갑을(甲乙)관계는 심각한 상황.

현대중공업은 지난 8월 공정위로부터 불법 하도급 계약과 관련 제재를 받았다. 

2015년 현대중공업이 하도급업체인 삼영기계에 피스톤 관련 기술 자료를 달라고 요구해 확보한 뒤 이를 경쟁업체인 B사에 제공했다는 것.

당시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의 기술유용 행위가 매우 중대한 하도급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 최고 상한액인 10억원에 가까운 9억7000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현재중공업과 삼영기계간 분쟁은 현대중공업이 2000년 디젤엔진 개발과 함께 엔진에 사용되는 피스톤의 국산화를 삼영기계에 의뢰한다. 삼영기계는 엔진용 피스톤 분야에서 세계 3대 업체이다. 5년간의 연구 노력 끝에 2015년 완성한다. 

현대중공업은 제3업체에게 실사를 진행한다.  미비점을 발견된다. 이를 보완한다면서 삼영기계 기술자료(피스톤 설계도면)를 요구해서 받은 자료를 A사에 무단 제공한다. 이후 삼영기계에서 받은 기술자료를 토대로 새로운 피스톤 공급선을 다른 하청회사와 이원화한다. 삼영기계의 독점시장이었던 피스톤 단가를 낮추려는 게 목적이었던 것. 

결국 정부가 나섰다. 중소벤처기업부는 9월 27일 기술침해 행정조사를 통해 현대중공업과 삼영기계 간 분쟁(총 12건)을 해결하는 합의를 도출하고 조사를 종결했다.  현대중공업과 삼영기계는 소송 12건에 대해 쌍방 모두 취하·취소했다. 

.조선업은 업종 특성상 하청에 재하청 구조이다. 납품 비리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 이런 상황에 조선업 전반에 경기가 악화되면서 원청이 생산비를 줄이면서 하청업체들이 불만이 커진 상황이라는 것.

현대중공업그룹은 공정위 뿐만 아니라 검찰의 날선 칼날 앞에 서 있다. 계열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27일 서울중앙지법(형사23단독 이광열 판사)에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이날 열린 첫 재판에서 한국조선해양은 2015년 12월 하도급업체와의 간담회에서 2016년 상반기 하도급 단가를 10%로 인하하지 않을 경우 강제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요한 혐의를 두고 양측의 엇갈린 주장을 내세웠다. 

검찰은 2016년 1월부터 6월까지 총 48개 회사와 하도급 단가를 일률적으로 10% 인하한 것을 두고 하도급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대해 한국조선해양 측은 혐의를 부인했다.  조선산업의 경치침체에 따른 협의에 따른 단가 조정이라는 주장을 폈다.

또한 한국조선해양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하도급업체에 선박·해양플랜트 제조 작업을 위탁하면서 작업 내용과 하도급 대금 등이 명시된 서면계약서를 지연 발급한 혐의도 받는다.

한국조선해양은 73년 현대조선중공업(주)로 설립됐다. 현대중공업(1978)→한국조선해양(2019)으로 상호가 변경됐다. 종속회사는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에너지솔루션, 현대중공업파워시스템, 현대인프라솔루션 등이 있다.

◇정주영→정몽준→정기선 3대 경영세습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그룹의 창업주 고(故)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에 의해 설립됐다. 정주영→정몽준(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정기선(현대중공업지주 사장)으로 경영이 3대 세습되고 있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권오갑 회장의 전문 경영인(CEO) 체제에서 오너경영으로 회귀하고 있다. 

정기선 대표는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의 장남이다. 신문기자 1년이라는 독특한 경력을 가졌다. 팩트 중심의 사건을 보는 '기자의 능력'을 습득했다. 2013년 입사했다. 1년만에 상무로 승진했다. 이후 3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올해 12월 12일에 사장 승진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그룹을 이끌어 왔던 전문 경영인 권오갑 회장과 현대중공업지주 공동 대표를 맡게 됐다. 조선 부문 중간 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 대표도 겸임한다. 

정 대표가 현대중공업그룹의 전면에 나서면서 3세 경영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 사장은 현재 재계 9위인 현대중공업을 재계 7위 반열에 올려놓는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정몽준ㆍ김영명 부부 슬하에는 정기선(1982ㆍ정현선과 혼인ㆍ아산나눔재단 근무)ㆍ정남이(1983ㆍ서정범 유봉대표와 혼인)ㆍ정선이(1986ㆍ백종현과 혼인)ㆍ정예선(1986ㆍ남 )등 2남2녀를 두고 있다.  정예선은 2014년 세월호 사건 당시 혐오적인 글을 SNS에 올려 사회적 비판을 받았다. 이런 이유에서 경영전문에 나서지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 IPO

최근 현대중공업이 상장했다. 현대중공업지주 산하의 중간 지주회사이다.

현대중공업 IPO 과정에 한국조선해양 주주들의 반대에 부닥쳤다. 현대중공업의 IPO가 정기선 사장의 지배력 확대에 이용될 것이라는 지적했다.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이 현대중공업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다. 정몽준(26.60%)→현대중공업지주(30.95%)→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 순이다. 

정기선 대표의 경영승계를 완성하기 위해선 지분 확보. 부친 정몽준 이사장의 보유한 지분(26.6%)를 증여 받기 위해서는 증여세를 마련해야 한다. 약 1조원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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