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장관, 사망사고 발생 10개 건설사 대표와 회의
3년간 산재사망 46.5% '시설불량·보호구 미착용'이 원인

지난 6월22일 타워크레인 작업 중 사망한 노동자에 대해 추모 사전 결의대회가 열린 23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의 한 신축건설 현장 앞에 놓여진 작업화에 국화가 끼워져 있다. @뉴시스
지난 6월22일 타워크레인 작업 중 사망한 노동자에 대해 추모 사전 결의대회가 열린 23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의 한 신축건설 현장 앞에 놓여진 작업화에 국화가 끼워져 있다. @뉴시스

내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  올해 상반기 산업 현장에서 산재 사고로 사망한 근로자가 총 474명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정부가 산재 예방과 사망사고 감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산재 사망사고은 좀처럼 감소하지 않고 있다. 내년에도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경영 책임자의 처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9일 고용노동부, 안전보건공단이 공개한 산재발생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산재사고 사망자는 474명이다. 전년 같은 기간(470명)보다 4명(0.9%) 증가했다.  산업재해 사고로 사망한 근로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로 확인됐다.

산재사고 사망자를 업종별로 보면 건설업이 240명이다. 전체의 절반(50.6%)을 차지했다. 이어 제조업 97명(20.4%), 음식·숙박 등 서비스업 68명(14.3%) 등의 순이다.

재해 유형 별로는 떨어짐이 210명(44.3%)으로 가장 많았다. 끼임 57명(12.0%), 부딪힘 38명(8.0%) 등이 뒤를 이었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5~49인 사업장 203명(42.8%), 5인 미만 181명(38.1%)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5~49인 사업장은 법 적용이 2년간 유예됐다. 5인 미만은 아예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부는 올해 산재 사망사고 감축의 성패를 좌우하는 '골든타임'이란 인식 하에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노동관련 부처인 고용노동부의 안경덕 장관은 20일과 26일 각각 '산재 사망사고 위기대응 TF대책회의'와 '건설업계 10개사 CEO와 간담회'를 갖고 산재 예방을 강조했다.

특히 안 장관은 26일 간담회에서는 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산재 사망사고 발생한 태영건설, 현대건설, GS건설 등을 대상으로 예방 노력을 당부했다. 

건설업계에서 지난 3년간 발생한 983건(1016명)의 사망사고에서 55.8%가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의 사망사고였다. 

공사 규모가 커질수록 하청 근로자의 비중이 컸다.  3억원 미만 현장의 산재 사망자 중 하청 근로자는 17.5%에 그쳤다.  3억~120억 미만 현장에선 58.6%를 차지했다. 120억원 이상 건설 현장의 산재 사망자 중 하청근로자는 89.6%에 달했다.

산재 사망 사고의 원인으로는 ▲안전 시설물 불량(31.4%) ▲보호구 미착용(15.1%) 등 직접적 원인이 절반 가까이(46.5%) 됐다. 이밖에 ▲작업계획 불량(20.2%) ▲관리체제 미흡(14.9%) ▲작업 방법 불량(12.8%) 등도 원인으로 꼽혔다.

국내 산재 비율은 영국 미국 일본 등 선진국보다 훨씬 높다.  건설업 산재사망자 비율(2017년 기준)은 미국 18.9%, 영국 26.4%, 일본 33.0%이다.

정성훈 충북대 교수는 "건설업체의 안전관리 목표와 방침이 형식적이고 예산·인력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정부의 안전보건 정책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최고 경영책임자 등이 직접 안전보건 경영에 참여하고 그에 부합하는 조직과 예산을 편성·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경덕 고용부 장관은 "산재 예방의 시작은 안전보건 관리 체계의 구축이고 최고경영층의 리더십에서 출발한다"며 "산업안전이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인정받고 기업의 목표와 비전으로서 역할을 할 때"라고 강조했다.

◇노사 양측 중대재해처벌법 불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두고도 노사 양측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영계에선 법 시행이 6개월도 안 남았는데 경영책임자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준비기간이 짧다는 지적이다. 노동계에선 중대재해를 막자는 법 취지와 달리 법에서 시행령에 위임하지 않은 것까지 규정하며 사각지대가 늘어난 것들을 지적했다. 규정이 모호해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건 양측이 모두 지적하는 점이다. 

시행령에선 노동계가 꾸준히 제기했던 2인1조 작업, 과로사 예방을 위한 적정인력과 예산확보 의무를 명시하지 않았다. 시행령 4조에선 ‘재해예방’에 대한 내용을 제외하고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으로 범위를 한정했을 뿐이다. 

◇미국 70년 산업안전보건법 제정

미국은 1970년 '산업안전보건법(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Act)'을 제정했다. 고용주들이 상해 및 사망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요소가 없는 안전한 작업장을 근로자들에게 제공하도록 강제했다. 세부 업종별로 산업재해 통계를 관리한다. 업종별 맞춤형 산재 예방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다.

노동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매해 약 4,500명의 근로자 들이 재해로 사망하고 있다. 업무상 재해 또는 질병으로 신고된 근로자 수는 공식적인 통계상으로만 매년 3백만 명이다.

영국은 건설업에만 적용하는 산업안전 및 보건에 관한 특별한 제도를 운용 중이다. 시공 이전 단계부터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할 것을 법률로 강제한다. 일본은 원도급사가 법령을 위반한 적 있다면, 이 회사가 공공 공사에 입찰할 때 이 이력을 반영한다.

이덕로 중소기업중앙회 시설관리협동조합 이사장은 "국내에서도 안전보건관리 조직을 체계화해야 한다. 산업재해 통계관리를 세분화해 맞춤형 예방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부·기업·개인 모두 안전에 최우선으로 가치를 부여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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