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동국제강’ 연 초부터 안전사고 사망... 의례적 사후대책 발표
위험 작업 ‘외주화-비정규직 고용’... 안전관리 구조적 개선 필요

금속노조가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서 반복되는 포스코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회장의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금속노조가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서 반복되는 포스코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회장의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국내 철강기업에서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잇단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초긴장하고 있다.  포스코와 동국제강에서 사망사고가 잇따르면서 곤혹스런 상황이다.  8일 포스코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한 지 채 10일이 안돼 동국제강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안전불감증이 만든 인재라며 안전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문재인 정부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강조했다. 하지만 노동자의 사망사고는 되풀이 되고 있다. <공정뉴스>는 노동자를 사망으로 이르게 한 사고가 대부분 '죽음의 외주화'라는 노동 환경이 만든 인재라는 지적에 따라 노동 환경을 분석한다.

2021년 1월, 65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사망사고 대부분이 후진국형 산재이다. 사고 유형별로 △사업장 교통사고(11명)△떨어짐(10명) △끼임(9명) △익사(8명) △원인불명(7명) △화재(4명) △깔림(4명) △폭발(2명) △물체에 맞음(1명) △부딪힘(1명)△무너짐(1명) △기타(자살ㆍ질식ㆍ코로나 19 등 7명) 등이다.  지난 한해 산재 사망자는 822명이다. 

# 2021. 1. 3. PM 1: 15. 현대자동차 울산 1공장

코나ㆍ벨로스터ㆍ아이오닉 등을 생산하는 울산 1공장의 프레스 1부에서 청소 업무를 담당하던 하도급 업체 직원 김모 씨가 프레스에 끼어 사망했다. 철스크랩(고철)을 압축하는 무인공정에 진입했다가 변을 당한 것. 김씨는 장비에 가슴이 눌렸고, 사고 직후 업체 팀장과 직원들이 곧바로 대응해 울산대볍원으로 옮겼지만 사망했다.  전날 고용노동부가 사고가 발생한 프레스1부 베일러머신 2호기 등에 부분 작업중지 명령을 내린바 있다.  

#2021. 1. 4. AM 7:21. 동국제강 포항공장 

포항공장 구내 식당에 15년 째 식자재 배송 업무를 담당해 온 허모(57)씨가 세벽 2시 경에 화물용 승강기에 끼어 사망했다.  이날 승강기를 쌀과 체소 등 식재료를 2층 국내식당으로 옮기던 중에 리프트가 갑자기 멈춰 섰다. 승강기 고장 여부를 확인하는 순간,  작동하면서 몸이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디다.  당시 주변 안전요원이나 관리자가 없었다. 7시 21분에 발견될 때까지 방치되면서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허씨는 특수고용이 아닌 개인사업주로 노동력을 제공했다. 산재 책임 회피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1. 2. 8. AM 9:38. 포스코 포항제철소

포스코 포항공장에서 협력업체 소속 30대 노동자 A씨가 컨베이어 롤러 교체작업 중 기계에 몸이 끼이는 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베이어에 철광석을 붓는 크레인(언로더)이 갑자기 작동해 해당 장비와 롤러 사이에 끼였다.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오전 11시께 숨졌다.

#2021. 2.16. PM 5:00 동국제강 부산공장

부산 남구 동국제강 부산공장 원자재 제품창고에서 일하는 50대 직원 B씨는 철강 코일 사이에 끼이는 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사고 당시 B씨는 코일 무게가 6.3톤(t)에 달하는 코일 포장지 해체작업을 했다. 소형 크레인을 무선 리모컨으로 직접 조종해 코일을 옮겨가며 커터칼로 포장지 해체작업을 했다.  이 과정에 철강 코일 사이에 몸이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를 알리는 싸이렌이 울리자 인근에서 작업 중인 동료가 달려와 코일 사이에 끼인 B씨를 발견하고 병원으로 옮기던 중에 사망했다.

포스코ㆍ현대중공업ㆍ동국제강 등 국내 대기업들에서 매년 산재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대책 마련과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사고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죽음의 외주화에 따른 하청노동자들만이 열악한 노동 환경에 피해를 보고 있다. 

국회가 나섰다. 반복되는 산재 사망 사고를 근절하기 위해 법을 강화했다. 지난 1월8일 중대 재해법을 통과시켰다.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았다. 양형 기준을 징역 1년 이상, 벌금 10억원 이하이다. 법인은 5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국회 환노위 산업재해 청문회 개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지난 22일이  산업재해가 가장 많았던 9개 기업 대표를 불러 첫 ‘산재 청문회’를 개최했다.

산재 청문회엔 현대건설·GS건설·포스코건설과 LG디스플레이·현대중공업·포스코·쿠팡·CJ대한통운·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환노위 위원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9개 기업의 산재 인정 건수는 최근 5년 사이 2.3배 증가했다.

이날 청문회에선 포스코와 현대중공업, 쿠팡풀필먼트 대표를 향한 질문과 질타가 집중됐다. 3개 기업은 최근 산재가 급증해 노동계와 정치권 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포스코건설은 2016년 대비 지난해 120% 이상 산재 승인 건수가 증가했다. 제조업에서의 포스코는 최정우 회장 취임 직전인 2017년에 2건이었던 산재가 취임 이후 2년 만에 21배나 폭증했다.

김웅 의원에 의하면 포스코는 최 회장 취임 전인 2017년엔 사망자가 없었는데, 2018년 최 회장 취임 후 19명이 죽었다. 그 중 14명은 하청업체 노동자였다. 김 의원은 “부적절한 리더십과 잘못된 조직문화가 산재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말했다.

윤미향 민주당 의원이 지금까지의 산재 발생 원인을 묻자 최 회장은 “포스코 제철소가 50년 넘은 노후 시설이 많고, 그 외 관리감독자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주로 하청업체 노동자 중심으로 산재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선 “그 부분까진 관리하지 못한 것 같다”고 시인했다. 윤 의원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중대재해로 낸 과태료만 10억 9천만 원이다. 이게 과연 제대로 된 회사인가”라고 비판했다.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유명한 현대중공업의 한영석 대표는 산재 발생 원인을 노동자 탓으로 돌리는 발언을 해 집중 비난을 받았다.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현대중공업 산재 건수가 지난해 653건으로 2016년(297건)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고 질문하자, 한 대표는 “사고가 일어나는 유형을 보면 불안전한 상태와 작업자의 행동에 의해 많이 일어난다”며 “표준작업에 의한 작업을 유도하지만, 아직까지도 불안전한 행동을 하는 작업자가 많다”고 말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한 대표가 노동자에게 사고 책임을 전가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산재 감소도 못하고, 중대재해법을 피해가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쿠팡풀필먼트에 대해선 ▲냉난방 시설 미비 ▲혹한기 보온병 반입금지 규정 ▲화장실 사용 시 관리자 허가 ▲장시간·야간노동으로 인한 과로사 문제 등 반인권적 근무환경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특히 산재 불인정에 대한 질의가 많았다. 임종성 민주당 의원은 "쿠팡의 산업재해는 2017년 48명에서 2020년 224명으로 약 5배 증가했다"며 “쿠팡풀필먼트는 노동자의 산재 불인정 의견 비율이 30%에 가깝다. 이는 전체 사업장 평균(8.5%)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윤미향 의원은 “냉난방 시설도 안 돼 있고, 덕평센터는 노동자가 2천명인데 화장실이 두개밖에 없다. 부천센터는 화장실 갈 때 이름까지 쓰고 가면서 통제하고, 휴대폰이나 보온병 반입도 금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트먼 조셉 네이든 대표는 “물류센터 내 공용공간과 휴게실, 탈의실 등엔 냉난방을 제공하고 있다”면서도 “야외 지역은 다양한 유형으로 인해 냉난방 제공이 여의치 않아서 직원들에게 방한복이나 보호 장구를 제공하고 있다”며 윤 의원의 지적을 사실상 시인했다.

업무 중 화장실 사용 제한에 대해선 “본래 의도는 안전 상 이유로 직원들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우무현(왼쪽부터) GS건설 대표, 한성희 포스코건설 대표, 이원우 현대건설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서 질의를 듣고 있다. [출처= 뉴시스]
우무현(왼쪽부터) GS건설 대표, 한성희 포스코건설 대표, 이원우 현대건설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서 질의를 듣고 있다. [출처= 뉴시스]

비정규직 위험 외주화로 산업재해 키워

2020년 산재 사망자는 882명(2020년)이다. 

현대건설·GS건설·포스코건설과 LG디스플레이·현대중공업·포스코·쿠팡·CJ대한통운·롯데글로벌로지스 등 9개사에서 5년간 발생한 산재 사망자는 103명. 이중 하청업체 노동자는 85명이다. 하청 노동자를 중심으로 매년 산재 사망사고가 이어지고 있음을 알수 있다.

노동자의 사망사고가 죽음의 외주화가 만든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하청 노동자를 사용하는 사용자인 대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최정우 회장은 "포스코 현장은 위험 여부에 따라 외주화를 결정하지 않는다"면서 "쇳물과 가스 같은 중요한 위험은 직영이 직접 수행한다"고 했다.

최 회장의 안전 인식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협력사 안전관리 예산 부족이 산재 원인이라는 지적에 "가장 위험한 요소는 노후화된 시설"이라고 답했다. 노후화된 시설이 안전에 문제가 된다면 고치거나 바꿨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준병 의원도 “안전과 보건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이 이뤄져야 한다”며 “열악한 처우 및 근무 여건, 잦은 이직, 소속감 부족 등 불안정한 지위로 인한 구조적인 안전관리 부실 문제에 대한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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