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노동자 관련법 적용 어려워..법의 사각지대
현직간호사, “의료계 ‘태움’ 아직도 변화가 없다”
직장갑질119,‘괴롭힘 금지법’ 개정 미루면 안돼

[사진=MBC뉴스화면캡쳐]
[사진=MBC뉴스화면캡쳐]

20대 여성 캐디가 관리자의 직장 내 괴롭힘으로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특수 노동자라서 관련법 적용이 어렵다고 했다.

배모씨는 지난 2019년 7월부터 캐디로 근무하기 시작했다. 100여명의 캐디를 관리하는 책임자인 캡틴은 배씨에게 “뚱뚱하다고 못 뛰는 거 아니잖아”, “살 뺀다면서 그렇게 밥을 먹느냐”,“네가 코스 다 말아먹었다”라며 공개적으로 모욕과 질책을 일삼았다.

배씨는 이에 항의하다가 사실상 해고를 당했다. 이후 배씨는 여러 차례 자해를 하다가 지난해 9월 극단적인 선택으로 숨졌다.

유족들은 10월 고용노동부에 이 사건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으나 넉달 후 고용노동부는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고용노동부는 “캡틴의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인 것은 맞다”라면서도 “골프장 캐디인 배 씨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규정을 직접 적용하기는 어렵다”라고 답했다.

골프장 캐디는 골프장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특수고용직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특수고용직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적용될 수도, 가해자를 처벌할 조항도 없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있어도 특수고용직은 보호받기 어려운 사각지대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정되어야 할 과제다.

지난 2019년 7월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시행 1년이 넘었다.

그동안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끊임없이 대두되었지만 이 같은 문제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특히 의료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잘 알려진 ‘태움’이 대표적이다.

태움은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라는 의미로,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괴롭힘 등으로 길들이는 규율을 지칭하는 용어다.

이러한 태움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간호사들의 안타까운 소식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8년 2월 태움으로 투신한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의 故박선욱 간호사에 이어 지난 2019년 1월 4일 서울의료원에서 7년째 근무하던 故서지윤 간호사가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사진=SBS뉴스 화면캡쳐/故서지윤 간호사 유서 일부]
[사진=SBS뉴스 화면캡쳐/故서지윤 간호사 유서 일부]

故서 간호사가 남긴 유서의 마지막에는 '조문은 우리 병원 사람들은 안 받았으면 좋겠어'라고 적혀 있었다.

지난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자신을 현직 간호사라고 밝힌 청원인이 “태움, 정말 아직도 변화가 없다”라고 폭로했다.

청원인은 “직장 내 괴롭힘을 해도 병원에서는 시정조치밖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라며 “노동부까지 가서 신고를 해도 시정조치뿐인 법이라면 분명히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원인은 “태움으로 인해 더 이상 간호사가 죽거나 사직서를 내는 등 고통받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직장갑질 119는 계속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국회가 직장인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라며 “더 이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개정을 미뤄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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