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정직 2개월' 그대로 재가
추 장관, 징계위 제청 후 사의 표명
文 "시대가 부여한 임무 완수에 감사"
秋 "공명정대한 세상 향한 꿈이었다"
尹, 추 장관 사의 무관하게 소송할 듯

[사진=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으로 부터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의 '정직 2개월' 결과를 보고 받은 뒤 이를 재가했다. 추 장관은 징계위 대면보고 자리에서사의를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추 장관의 제청에 따라 윤 장관의 '정직 2개월' 처분을 이날 오후 6시30분 그대로 재가했고, 즉시 효력이 발생했다.

윤 총장은 2개월 동안 직무 집행이 정지되며, 보수도 받지 못한다. 윤 총장의 임기는 내년 7월까지로 정직 기간을 제외하면 실제 재임기간은 4개월 남짓이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는 15일 오전 시작해, 격론 끝에 16일 오전 4시께 윤 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의 처분을 의결했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문 대통령은 오늘 오후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의 징계 의결 내용에 대한 제청을 받고 재가했다"고 전했다.

정 수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검찰총장 징계라는 초유의 사태에 이르게 된 데 대해 임명권자로 무겁게 받아들인다.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검찰총장 징계를 둘러싼 혼란을 일단락 짓고, 법무부와 검찰의 새로운 출발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추 장관은 오후 5시 청와대에서 1시간10분가량 직접 대면 보고를 하고, 자진해서 사의를 표명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추 장관의 사의 표명에 대해 문 대통령은 "앞으로 숙고하여 수용 여부를 판단하겠다"며 "추 장관의 추진력과 결단이 아니었다면 공수처와 수사권 개혁을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시대가 부여한 임무를 충실히 완수해준 것에 특별히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정 수석은 전했다.

추 장관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호승 시인의 '산산조각'을 담은 글을 올려 "모든 것을 바친다 했는데도 아직도 조각으로 남아 있다"며 "산산조각이 나더라도 공명정대한 세상을 향한 꿈이었다. 조각도 온전함과 일체로 여전히 함께 하고 있다"고 했다.

추 장관의 사의 표명은 공수처법 통과, 검찰 총장 징계 등 주된 개혁현안들이 처리됐고,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고 스스로 판단한데 따른 것이라는 시각이다.

아울러 법무부 장관이 먼저 사퇴함으로써 윤 총장의 거취에도 압박으로 작용하고,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최종 재가한 문 대통령의 부담도 일정부분 덜어주는 의미를 갖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이 "추 장관 본인의 사의 표명과 거취 결단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고 한만큼 추 장관의 사퇴를 수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추 장관의 사의를 바로 수용하지 않은 것은 2차 개각을 통해 자연스러운 장관 교체 수순을 밟도록 하는 예우 차원이라는 평가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2차개각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추 장관의 사의표명에도 불구하고 윤 총장 측은 임기제 검찰총장을 내쫓으려는 불법·부당한 조치라고 반발하며, 소송 절차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윤 총장 측이 법적 대응을 거듭 밝혀온 만큼 소송전으로 이어질 경우 법원 판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 총장 측은 징계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과 함께 징계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 윤 총장은 곧바로 직무에 복귀할 수 있다. 정직 처분의 효력 정지는 취소소송의 1심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유지된다.

한편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에서는 지난달 24일 추 장관이 징계 청구 시 제시한 징계 사유 6가지 중 4가지를 인정했다.

인정된 징계 사유는 대검찰청에서 주요 사건 재판부의 성향 등을 파악했다는 이른바 '판사 사찰' 의혹과 윤 총장의 국정감사 발언 등이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하게 해 검찰의 위신을 손상시킨 점, 채널A 사건과 관련한 감찰 및 수사방해 의혹이다.

언론사주와의 만남과 감찰 불응은 징계까지 하기는 어렵다며 '불문' 결정을 했고, 채널A 사건 감찰 정보 유출과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감찰 방해 의혹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혐의로 결론냈다.

징계위 증인심문 직후 윤 총장 측은 증인심문에서 류혁 법무부 감찰관이 '판사 사찰' 의혹에 대해 법무부 내에서도 이견이 있었다고 증언하는 등 징계 사유가 타당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윤 총장의 이후 행보에 따라 여론과 검찰조직의 반발 등 격랑이 예상되고, 정쟁의 불씨가 재점화 돼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향후 윤 총장의 대응 수위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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