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입학 정유라“돈도 실력이야. 능력 없으면 너희 부모를 원망해”
숙명여고 쌍둥이자매 시험지 유출사건, 교무부장 아버지의 권력의 힘
부모의 잘못된 사랑&부모의 부와 권력의 자녀세습
입시교육 폐지, 처벌강화, 고위관직자 철자한 관리감독 필요

[사진=2018년~2019년까지 JTBC 에서 방영된 드라마 'SKY캐슬']
[사진=2018년~2019년까지 JTBC 에서 방영된 드라마 'SKY캐슬']

미국의 대학 입학 시험인 SAT의 시험지 유출 정황이 포착된 용인의 한 고등학교에 경찰이 지난 6일 압수수색에 나섰다.

경찰은 이 학교의 직원 A씨가 시험장에서 시험지 사진을 찍어 브로커에게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학교는 지난해 SAT가 치러진 국내 시험장 중 한 곳이었다. 시험지를 받기위해 수천 만원을 건넨 부모들 20여명도 경찰에 입건됐다.

이러한 입시비리는 비단 이번 뿐만이 아니다. 과거에도 수많은 입시비리가 있었고 여전히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

입시비리가 교육계의 큰 이슈로 떠올랐던 건 2016년 국정농단을 일삼은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숙명여대 부정입학 사건이 대표적이다.

정유라는 입학·학사 특혜 의혹에 대해“돈도 실력이야. 능력 없으면 너희 부모를 원망해”라고 말해 수 많은 수험생들에게 절망감과 분노를 안겼다. 이 일로 인해 수많은 수험생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정유라는 특혜의혹이 드러나 졸업취소 및 입학취소 처분과 관련자들은 무거운 댓가를 치르게 됐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또한 2018년 일어난 숙명여자고등학교 교무부장의 쌍둥이 딸 시험지 유출사건도 있다. 같은 학교 2학년에 재학중이던 두 딸이 각각 문과/이과 내신 성적 전교1등을 차지하면서 의혹이 불거졌다. 사립학교인 숙명여고에서 25년간 근무하며 입지를 다져온 교무부장은 힘과 권력이 있었고 교사들에 대한 인사권도 갖고 있었기에 그 누구도 발설하기 어려웠다. 시험지 유출뿐 아니라 부녀지간에 같은 학교를 다닌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결국 2020년 3월 12일 대법원에서 징역 3년형이 최종확정 됐다.

입시비리는 자녀에 대한 부모의 잘못된 사랑이 낳은 범죄다.

가진 자나 가지지 못한 자나 모두 자신의 자녀는 잘 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같다. 눈먼 부모의 사랑은 도리어 자녀의 앞길을 망친다는 걸 깨닫지 못하게 한다.

2018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TJBC 드라마 ‘스카이 캐슬’은 자녀들을 최고의 왕자와 공주로 키우기 위한 재벌가 사모님들의 처절한 욕망을 잘 다뤘다. 그런 드라마 같은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부모의 욕심 때문에 좋은 학교, 좋은 직장, 좋은 배우자까지. 자녀에게 선택권은 없다. 그저 부모의 뜻대로 움직여야하는 마리오네트 인형과 같다.

자신의 실력이 아닌 권력과 돈으로 부모가 원하는 학교에 입학한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아무리 좋은 대학교에 입학해도 입시비리로 입학한 재벌가의 많은 아이들이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다. 자신과의 실력이 그만큼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사진=뉴시스/숙명여고 쌍둥이자매 아버지 교무부장]
[사진=뉴시스/숙명여고 쌍둥이자매 아버지 교무부장]

또한 자신이 원하는 전공보다는 부모가 원하는 간판을 따기 위한 대학이기 때문에 수업을 따라가기가 버겁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가 제대로 마음을 다잡고 공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실에 부딪혀 휴학을 하거나 어떤 아이들은 자퇴를 고민하기도 한다. 특히 시험이 다가와도 실력으로 제대로 된 점수를 기대하기 힘들다.

입시비리로 학교에 뇌물을 주고 입학했으니 또다시 시험기간에 점수조작을 학교에 요구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학교 측은 받은 게 있으니 점수를 조작을 해주지 않을 수 없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실력으로 승부하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이러한 입시비리를 통해 부모의 권력과 부의 세습이 자녀에게 이루어진다.

정유라가 입시비리를 저질렀음에도 그토록 당당했던 이유는 ‘권력’ 때문이다. 엄마의 부와 권력에 꼼짝 못하는 학교 측의 태도를 보고 권력의 힘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래서 잘못 앞에서도 부끄러움을 모른다. 권력의 유혹은 대단하다. 대한민국에서 부와 권력으로 안되는 게 없다는 것을 입시비리를 통해 자녀들은 배운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입시비리를 근절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첫째, 지금까지 이어져왔던 입시위주의 교육을 바꿔야 할 것이다.

물론 하루아침에 바뀔 순 없다. 입시교육을 바꾼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조금씩 바꿔나가야 할 문제다.

자녀들의 인생이 입시로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학생은 앞으로 대한민국의 주역이 될 인물들이다. 입시에서 살아남는 아이들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입시를 통해 좀 더 새로운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교육이 되어야 할 것이다. 부모가 자녀의 인생을 끝까지 책임질 순 없다. 자녀가 강하게 성장하길 바란다면 크고 멋진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보다 힘들지만 스스로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

[사진=JTBC 드라마 'SKY캐슬']
[사진=JTBC 드라마 'SKY캐슬']

둘째, 입시비리에 대한 강력한 처벌강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입시비리가 매년 관행처럼 벌어지고 있는 이유는 너무나 미약한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다.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에게는 돈으로 해결될 문제는 두렵지 않다. 입시비리로 얻게 되는 이득이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돈 따위는 아깝지 않다.

입시비리로 얻게 되는 이득보다 처벌로 잃게 되는 손해가 더 크다면 누가 비리를 일으키고 싶겠는가.

셋째, 공수처를 통해 고위 관직자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대부분 부와 권력을 가진 고위 관직자 사이에서 입시비리가 벌어진다. 뿐만 아니라 교육부도 더 이상의 비리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관리와 감찰이 필요하다.

올바른 교육이 올바른 인재를 낳는다. 입시비리로 얼룩진 교육으로는 바른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 올바른 참 인재가 없는 나라의 미래는 소망이 없다.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와 진정한 실력이 인정받는 입시야말로 참다운 입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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