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상권 강남 유흥가 경찰과 끈끈한 유대관계... 경찰 代를 이어 ‘금품수수-불법방조’
-‘군대식 조직문화-남다른 조직애’가 근본원인... 조직적 비리에서 친분 이용 청탁으로 변화

[출처= 뉴시스]
[출처= 뉴시스]

 

21대 총선에서 9명의 경찰출신 국회의원이 당선되며 그간 경찰 숙원사항 추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경찰청에선 경찰개혁 과제로 ▲검경수사권 조정 후속조치, ▲자치경찰제 도입, ▲정보경찰 개편 등을 추진하고 있다. 대부분의 추진 과제가 경찰개혁이란 이름을 달고 있지만, 경찰권의 분산. 견제 보단 경찰조직 확대로 귀결될 것으로 보여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경찰 출신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경찰개혁’ 보단 ‘검찰개혁’을 외치고 있어 경찰개혁은 애써 외면하는 모습이다. 마침 참여연대, 민변 등에서 경찰개혁네트워크를 발족하며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비대해진 경찰 권한을 분산시키고,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경찰권한의 분산·축소, ▲민주적 통제방안 마련, ▲정보경찰 폐지 등을 경찰개혁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비리의 본산 ‘강남경찰’

서울의 경제가 강남에 쏠려 있다. 삼성, 포스코 등 국내 대기업을 비롯해 IT기업들이 강남에 자리하고 있다. 타워펠리스 등 고가 의 주거공간도 강남에 있다. 

화려한 이면에 범죄도 많다.  룸살롱 황제’라고 불린 이경백의 전방위적 대관 로비와 경찰관 유착 비리가 발생한 곳도 강남이다.

이경백 사건이 세상에 드러난 지 9년. 경찰은 이경백 사건이 터지자 유흥업소 유착 비리를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변한 것이 없다.

지난해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의 폭행사건에서 촉발된 경찰과 지역 유흥업소 등의 ‘검은 커넥션’이 수사를 통해 다시 드러났다. 유착 의혹의 중심에 이번에도 ‘강남경찰’이 있다.

대표적으로 강북에 종로경찰서가 있다면 강남엔 강남경찰서가 있다. 관할 내에 ▲강남역, ▲압구정로데오, ▲청담동거리, ▲다수의 연예 기획사, ▲대기업·벤처기업 본사가 있다. 서울 시내, 아니 전국으로 잡아도 영향력이 종로경찰서와 쌍벽을 이룬다.

이에 ▲지능팀, ▲사이버수사팀, ▲형사팀, ▲강력팀, ▲마약수사팀과 같은 수사부서와 예하 지구대 및 파출소가 굉장히 타이트하게 움직이는 지역이다. 실제로 수사물을 보면 서울지방경찰청 산하 경찰서를 주제로 한 곳 중 절반 이상이 강남경찰서 지능팀, 사이버수사팀, 형사팀, 강력팀, 마약수사팀을 배경으로 담을 정도다.

강남지역엔 돈도 사건도 쏠린다. 동시에 비리도 끊이지 않았다. 1990년대부터 강남서 경찰관들의 유흥업소 비호 사건이 터질 때마다 경찰은 강남서 뿐만 아니라 서초·수서서 등 이른바 ‘강남라인’ 일선 경찰관들을 대대적으로 교체했다.

하지만 징계와 순환 인사에도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2011년 룸살롱 업계의 ‘큰손’으로 불리던 이경백에게서 뒷돈을 받은 혐의로 전·현직 경찰관 18명이 줄줄이 구속됐다.

이듬해엔 국내 최대 규모 기업형 룸살롱 ‘어제오늘내일(YTT)’과 관련해 경찰 유착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재판에서 YTT 실소유주는 성매매 알선과 세금 포탈, 관할 지구대 경찰관에 대한 뇌물 혐의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현재는 달라졌을까. 경찰청 통계를 보면 최근 5년간(2014~2019년) 유흥업소 및 기업 등과의 유착 비리로 적발된 경찰공무원은 모두 70명이다. 이 가운데 중징계인 파면·해임 처분을 받은 경찰관이 56명에 달했다.

5년간 징계 받은 서울경찰청 소속 경찰관 45명 가운데 강남 8명(파면 7명), 서초 7명(파면 6명)으로 유흥업소 밀집지역의 경찰 비위가 가장 많았다. 버닝썬 사건 이후 서울지방경찰청 특별감찰에서 적발된 현직 경찰관들도 대부분 과거 강남서에서 근무했거나 현재도 일하고 있는 이들이다.

주로 강남 일대 근무를 마친 경찰관이 새로 온 후임을 업주에게 소개하거나, 전직 경찰관이 유흥업소와 현직 경찰관 사이에 다리를 놓는 ‘거간꾼’ 역할을 했다. 버닝썬과 경찰 간 연결고리로 지목된 전직 경찰관 강 모 씨는 미성년자 출입 사건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룸살롱이나 마사지업소 등 기존 유흥업소들은 성매매 단속 정보 등을 미리 넘겨받기 위해 조직적으로 경찰관에게 접근했다. 반면, 버닝썬·아레나와 같은 강남 일대 클럽들은 클럽 안에서 벌어지는 각종 폭행사건 무마를 위해 ‘보험’ 드는 식으로 경찰관에게 접근했다.

강남지역 경찰서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경찰관은 “클럽 안에서 수시로 폭행이나 성추행 사건이 발생하는데, 경찰이 그때마다 신고 받고 출동하면 영업에 문제가 생긴다는 우려 때문에 업주들이 미리 경찰과 친분을 쌓아두려고 한다”고 전했다.

#경찰비리 조직특성에서 유래

경찰의 유착 비리 등 부정·부패가 경찰관 개인의 일탈보단 경찰의 조직문화에서 기인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장진희(한국청렴연구소) 이사장은 지난해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경찰청 반부패 대토론회'에서 "경찰 부패가 발생하는 여러 요인 중 중요한 것은 경찰조직의 특성에서 발생하는 조직문화"라고 지적했다.

장 이사장은 "상명하복 식 권위주의 분위기와 비민주적 소통문화는 상사의 부정행위에 대해 이의제기하거나 내부 고발을 하기 어렵게 만든다"며 "경찰 조직은 동료의 편법을 눈감아주는 온정주의적 문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찰의 높은 조직력은 장점이지만, 조직력이 너무 크면 부패로 이어질 수 있다"며 "권위주의적 문화가 완화되고, 조직원 간 소통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 1부 '부패의 원인 진단' 발제를 맡은 양세영(한국청렴연구원) 원장도 경찰 부패를 개인의 일탈로 치부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양 원장은 "모든 부패 문제를 개별 경찰관의 일탈로 환원하면 안 된다. 최근엔 조직적 원인이 더 커졌다"며 "청렴성에 대한 검증 시스템과 조직구조, 조직원에 대한 보상제도 개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찰 유착 비리의 주요 원인이 사건 담당자의 과도한 재량권과 느슨한 감독 체계라는 경찰의 자체 분석이 나왔다. 서울지방경찰청 이준형 청문감사담당관은 지난해 서울청에서 열린 '서울 경찰 반부패 대토론회'에서 유착 비리 근절 종합 대책 보고를 하며 이같이 설명했다.

이 담당관은 "제도상 허점이 유착 비리 기회를 제공했다"며 "담당자가 단독으로 (수사) 결과를 바꿀 수 있는 재량의 폭이 넓고, 감독이 느슨한 점이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사 지휘·감독이 형식적이다 보니 비슷한 사안에서 일관적이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면서 "인맥과 연줄을 통해 수사에 개입하려는 시도가 조장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유착 비리가 과거 조직·구조적인 형태였다면 최근엔 전직 경찰관 등이 개입해 청탁하는 형태로 변형됐다고 설명했다. 이 담당관은 "2009년 논현·역삼 지구대 금품 수수 건이나 이경백 사건은 구조적이고 조직적이었지만, 최근엔 친분을 이용해 청탁하는 형태로 유착 비리가 변형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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