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범인 조작, 억울한 무기수 만들어... 음주운전-증거인멸, 구속기소
매년 교통사고 잘못 처리 증가세... 금품수수 현직 경찰 구속까지

[출처= 뉴시스]
[출처= 뉴시스]

 

21대 총선에서 9명의 경찰출신 국회의원이 당선되며 그간 경찰 숙원사항 추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경찰청에선 경찰개혁 과제로 ▲검경수사권 조정 후속조치, ▲자치경찰제 도입, ▲정보경찰 개편 등을 추진하고 있다. 대부분의 추진 과제가 경찰개혁이란 이름을 달고 있지만, 경찰권의 분산. 견제 보단 경찰조직 확대로 귀결될 것으로 보여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경찰 출신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경찰개혁’ 보단 ‘검찰개혁’을 외치고 있어 경찰개혁은 애써 외면하는 모습이다. 마침 참여연대, 민변 등에서 경찰개혁네트워크를 발족하며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비대해진 경찰 권한을 분산시키고,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경찰권한의 분산·축소, ▲민주적 통제방안 마련, ▲정보경찰 폐지 등을 경찰개혁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공정뉴스〉는 경찰권한을 비민주적으로 남용해 저지른 사건사고에 대해 3부작에 걸쳐 살펴본다. 우선 최근 벌어진 다양한 비리들을 살펴보고, 이런 일들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에 대해 고민해 본다. 나아가 경찰이 시민의 곁으로 돌아와 민중의 지팡이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경찰이 경찰의 잘못을 청원하다

지난 6월 현직 경찰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수사기관의 가혹행위와 조작에 의해 16년째 옥살이를 하고 있는 무기수에 대한 청원을 올려 이목을 끌었다.

사건 진정인인 현직 충남경찰청 서산경찰서 소속 A 경감은 "2017년경부터 알고 지내던 무기수 장 모 씨의 동생이 자신의 형이 살인죄로 무기징역형을 살고 있는데, 약 14년째 한결같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당시 소송기록과 사고 장소에 대해 2년 이상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장 모 씨의 단순 무지한 점을 이용해 경찰은 엉터리 현장조사와 허위 공문서 작성 등 법적 요건이 결여된 수사서류를 만들었고, 검찰의 욕설과 구타 등의 가혹행위가 동반된 무리한 수사로 끼워 맞추기식 사건 조작 정황이 발견돼 청원을 하게 됐다"고 동기를 알렸다.

이런 경찰의 사건조작은 처음이 아니다. 유명한 사건이 1999년 2월 6일 전북 완주군 삼례읍에 위치한 나라슈퍼에 3인조 강도가 침입하면서 할머니가 질식사한 강도치사 사건이다. 사건 발생 9일 만에 인근에 살고 있던 19~20살의 청년 세 명이 잡혔다.

이들은 범행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밝혀져 재판에 회부됐다. 대법원까지 갔으나 이들은 최종적으로 3~6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들은 조사 과정에서 경찰의 폭행으로 인해 거짓 자백을 했다고 10년 이상 주장해왔다. 부실수사 논란이 있었으나 곧 사그라들었고, 그동안 재수사 요청이 많았으나 전부 묵살 당했다.

그런데 2016년 1월 말, 자신이 이 사건의 진범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등장했다. 그는 1999년에 무혐의 처분을 받은 용의자 3명 중 한 명이었다. 그가 유족 앞에 사죄하고, 자신 대신 무고하게 살인 누명을 뒤집어 쓴 피해자 3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협력하겠다고 나오면서 상황이 급격히 뒤집어졌다.

결국 3인조는 2016년 10월 28일에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11월 4일 검찰이 항소를 최종 포기했다.

A 경감은 "이 사건은 2003년 7월 9일경 비가 오는 장마철 야간에 1톤 트럭에 아내를 동승시켜 편도 1차로 국도를 시속 약 128㎞운행하다 졸음으로 인해 저수지 제방 둑에 서있던 약 2m 높이의 경고 표지판을 들이 받고 약 21m를 날아가 약 6m의 물속으로 추락하는 사고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고 차량의 모든 파손 원인이 시속 약 128㎞의 속도로 약 2m 높이의 경고 표지판을 들이 받으면서 발생한 정황이 소송기록에 나와 있는데도 경찰과 도로교통공단은 시속 약 55.56㎞로 운행한 것으로 엉터리로 속도 분석을 했다"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잘못 분석된 운행속도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사고 차량 파손 원인 분석을 위한 감정에까지 영향을 미쳐 잘못된 감정 결과를 낳게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검찰은 잘못된 국과수 감정을 이용해 장 모 씨가 사고에 대비해 탈출구를 만들려고 사전에 사고 차량을 조작한 것으로 끼워 맞췄다고 했으나 차량 전문 정비사들에게 그런 조작은 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과 검찰의 위법 부당한 행위로 2003년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를 살해한 것으로 오판 돼 16년째 옥살이를 하고 있는 무기수 장 모 씨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며 청문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면허취소 수준 음주운전

음주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낸 현직 경찰관이 증거인멸 시도까지 한 것이 발각됐다.

지난 5월 20일 대전지방검찰청 공주지청 등에 따르면 공주경찰서 소속 A경위는 2월 20일 오후 11시 26분쯤 공주시 신관동에서 음주 교통사고를 낸 뒤 도주했다. 경찰은 CCTV 녹화 영상 등을 통해 A경위를 운전자로 특정했다.

인근 병원에서 치료 받던 A경위의 혈액을 확보해 조사한 결과, 면허취소 수준의 혈중알코올농도가 확인됐다. 경찰은 A경위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지난 4월 검찰에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그런데 검찰은 추가 조사를 통해 A씨가 증거인멸 지시까지 한 사실을 확인했다. 대전지검 공주지청 관계자는 “(해당 경찰관이) 주점 업주에게 자신의 음주 장면이 녹화된 CCTV 초기화를 지시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사안이 엄중하다고 판단해 법원으로부터 구속 영장을 발부받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5월 7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에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더해 A경위를 구속기소 했다.

#해마다 50건 이상 교통사고 조사결과 번복

민주당 김영배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교통사고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뀌거나 처리 결과가 달라지는 등 315건의 오류가 발생했다.

2015~2019년 사이 접수된 교통사고 조사 이의신청은 5,768건이다. 15년 1,167건에서 19년 1,756건으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 중 315건이 실제 조사 과정에서 잘못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변경된 사례도 150건에 달한다. 이의신청으로 처리 결과가 번복된 경우는 2015년 41건, 16년 42건, 17년 53건, 18년 72건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이다.

교통사고 이의신청은 교통사고규칙 제22조의 2에 의거 ’경찰서와 고속도로순찰대 지구대장 등이 처리한 교통사고 조사 결과에 대해 지방경찰청에 재조사를 신청하는 제도‘로 접수된 이의신청에 대해 각 지방청 이의조사팀에서 재조사한다.

지역별로 보면, 교통사고 이의신청 접수 건수는 최근 5년 간 서울이 2,298건으로 1위를 차지하며 전체 6,575건 중 34.9%를 기록했다. 이어 경기 남부가 739건(11.2%)으로 2위, 경기 북부는 497건(7.5%)으로 3위를 차지했다.

1차 조사와 다른 결과가 나온 사안 중 내용변경 오류는 대구가 40건(26.6%)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기남부 35건(23.3%), 인천 34건(22.6%), 대전 28건(18.6%)으로 집계됐다. 조사결과 가해자와 피해자가 번복되는 ’가피변경‘의 경우 경기남부가 31건으로 전체 150건 중 20.7%를 기록했다. 이어 경북과 대구가 22건이다.

김영배 의원은 “해마다 50건 이상의 교통사고 조사 결과가 번복되는데,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경우는 인권 침해로 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경찰이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선 일선 서에 소속된 교통사고 조사관들의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직경찰 구속사건

지난해 강남 클럽의 미성년자 출입 사건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경찰관이 구속됐다. 버닝썬 사건으로 시작된 강남 클럽과 경찰 간 유착 수사에서 현직 경찰이 구속된 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제3자뇌물취득 등 혐의를 받는 이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명 부장판사는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 사유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구속된 A경위는 2017년 12월 미성년자 출입으로 수사 대상에 올랐던 강남 클럽 중 한 곳의 부탁을 받아 담당자인 강남경찰서 소속 B경사에게 사건 무마를 부탁한 혐의를 받는다.

이곳은 클럽 ‘아레나’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강모(구속)씨가 운영하던 클럽 중 하나다. 이들은 클럽 측으로부터 각각 수백만 원의 금품을 받았다. 결국 사건은 불기소 의견으로 종결돼 검찰에 송치됐다.

이 둘은 이전에 강남경찰서에서 함께 일해 잘 알던 사이라고 한다. 경찰은 같이 입건한 B경사에 대한 구속영장도 신청했지만, 검찰이 ‘확보된 증거 등을 통해 볼 때 구속 필요성이 없다’며 영장 신청을 안 받아들였다. 버닝썬ㆍ아레나 수사 이후 유착 의혹 등으로 입건된 현직 경찰관 8명 중 구속된 건 A경위 1명뿐이다.

저작권자 © 공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