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삼성에 준법감시위 설치 권고, 이재용 풀어주기 의혹... 국회-시민단체 일제히 비판
특검 재판부 기피신청-구속영장 청구 모두 기각... 사법부, 삼성의 하수인 자처?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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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의 정의로운 판결을 촉구한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주노총·참여연대 주최로 '이재용 부회장 불법승계 혐의 공소장 분석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박근혜ㆍ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이 발단이 된 이 부회장의 재판은 3년을 넘기고 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적극적 행동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지난달 재판을 앞두고 이 부회장 측에서는 변호인단을 바꿨다. 검찰 특수통 출신 변호인에서 판사 출신 변호인단으로 재편했다. 검찰의 손을 떠나 법정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공판 방어권'중심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이부회장 재판을 통해 한국사회에 만연된 '유전무죄, 무전유죄'와 전관예우 문제를 되짚어 본다.  

'불법 경영권 승계'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을 앞두고 검찰과 변호인단과의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칼과 방패'전쟁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 건성수 김선희)는 10월 22일 오후 2시 중법정 311호에서 이 부회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에 들어가기에 앞서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의 입장을 확인하고 향후 입증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다.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이 부회장의 출석 여부는 불투명하다.

검찰에서는 공소유지를 위해 기존 경제범죄형사부(김영철 부장검사) 소속 검사 8명(김봉진·유민종·강성기·김민구·전영우·홍성기·이슬기·심기호 검사)전원을 특별공판2팀에 투입했다. 삼성 수사를 맡아온 이복현 부장, 최재훈 부부장이 중간간부인사로 각 대전지검·원주지청으로 전출되면서 김영철 의정부지검 형사4부장이 팀장을 맡았다.

검찰의 칼에 맞설 변호인단에 김앤장은 물론 태평양, 세종, 화우 등 국내 대형 로펌들이 대거 참여했다. 검찰 출신으로  김기동(사법연수원 21기ㆍ前부산지검장), 이동열(22기ㆍ前서울서부지검장), 최윤수 (22기ㆍ前국가정보원 2차장), 김희관(17ㆍ前법무연수원장), 홍기채(28ㆍ前대전지검 특수부장), 김형욱(31ㆍ前전 대검 중수부 연구관) 변호사 등이 참여한다. 법원 출신으로 한승(17ㆍ前전주지법원장, 안정호(21ㆍ前대법원 재판연구관),김현보(27ㆍ前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 신우진(30ㆍ前서울지방법원 판사)변호사 등이 참여한다. 

칼 든 검찰과 방패 든 변호인과의 전쟁은 골리앗과 다윗싸움을 연상시킨다. 검찰은 칼은 빼들었다고 하지만 법원·검찰 출신의 전관(前官)변호사에 비해 전력면에서 약세다. 

경제 사건을 전담하는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 권성수 김선수)가 이 부회장 사건을 담당할 재판부이다. 재판장인 임 부장판사는 2014년 세월호 사건 1심을 맡아 이준석 선장에서 징역 36년 중형을 선고했다. 주심은 권성수 부장판사이다. 

이 부회장이 기소 전부터 ▲이사의 주주에 대한 업무상 배임이 성립 ▲삼성바이오의 콜옵션 장부처리 위법 ▲검찰이 제시한 문건이 이 부회장의 지시 내지 공모관계의 증거로 볼 수 있는지 등에 대해 검찰과 삼성 양측은 물론 법률ㆍ회계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극명하게 갈렸던 만큼 재판 과정에서 치열한 법리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시민단체 법과 원칙 강조

민변 등 시민단체는 이 부회장에 대한 강력 처벌을 재판부에 촉구했다.

16일 민변·민주노총·참여연대는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공소장을 분석하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검찰 수사에서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적극적 행동한 것이 드러난 만큼, 무거운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훈 변호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2015년 7월 17일) 6일 전에 직접 미국에 가 워런 버핏에게 주요 회사의 경영권 지분을 넘기는 비밀 약정을 추진할 정도로 절박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은 이 부회장이 수동적인 지위에서 제공한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준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두 회사의 합병과 함께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동시에 추진할 정도로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시급하게 진행됐다.  주요 자산인 삼성생명의 지분을 해외자본에 내주는 방안까지 이 부회장이 직접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바이오젠 CEO 조지 스캔고스를 만나 에피스에 대한 콜옵션을 협의 추진 ▲노대래 전 공정위원장에게 삼성 측 문건을 盧명의로 언론 기고하고 인터뷰 요청 ▲삼성증권이 합병과정에 관여하고, 삼성물산 주주에게 합병 찬성 권유 ▲합병승인 이후 주가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제일모직이 금융권 단기대출(4200억원) 등을 밝혀냈다. 이는 이 부회장이 자신의 경영권 승계에 위해 적극 개입했다고 봤다. 

이재용 삼성공화국 위기

2016년 7월 박근혜ㆍ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발생한다.

미르ㆍK스포츠재단을 통해 비자금 조성 의혹이 제기된다.  이 부회장은 두 차례 청와대 오찬을 참석한 뒤 두 재단에 출연금을 낸다. 그외 최순실의 자녀 정유라에게 갖은 특혜를 부여했다는 논란이 제기된다.

국정농단 게이트의 공범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이로 인해 2016년 11월 13일 검찰에 출석한다. 12월 6일 국회 청문회에 선다. 2017년 1월 12일 뇌물공여, 국회위증과 횡령, 배임 피의자 혐의로 특검에 출석해 강도높은 조사를 받는다.

그해 1월 16일 특검에 의해 구속영장이 청구된다. 1월 19일 구속영장이 기각된다. 특검은 증거를 보강하여 3주후 재청구했고, 2월 17일 4시경 구속된다. 그해 8월 7일 결심공판에서 징역 12년이 구형된다.  8월 25일 1심은 징역 5년을 선고한다.

당시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에 433억원 상당의 뇌물을 주거나 주기로 약속(실제 제공은 298억여원)하는 등 5개 혐의를 받았다.

2018년 2월 5일  2심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면서 석방됐다. 38억 원만을 뇌물로 인정했다.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영재센터 등은 뇌물죄로 인정하지 않았다.  승마 지원(마필 자체가 아닌 마필 사용이익만을 뇌물죄로 인정)만을 유죄로 인정했다. 1심에 비해 뇌물죄 인정 액수가 감소했다.

이 부회장의 악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19년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됐다.

삼성 승계를 위해 제일 모직과 삼성 전자 지분을 가진 삼성 물산 합병 과정에서 삼성 바이오를 소유한 제일 모직의 회사 규모를 실제보다 부풀렸다는 것. 제일모직 지분을 갖고 있는 이 부회장의 지분을 늘리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2019년 8월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심의 판단을 뒤엎고 경영승계라는 대가성을 인정, 2심이 인정하지 않은 정유라에게 제공한 말 3마리(34억) , 동계 스포츠 영재센터 지원금(16억) 등을 뇌물로 판단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

2심이 유일하게 횡령으로 인정한 승마지원 용역대금 36억 원까지 합하면 총 예상 횡령액은 86억 원이다.  뇌물 횡령 액수가 법적으로 50억 원 이상이면 집행유예 처분도 받을 수 없다.

2019년 10월 2심 파기환송 재판에서 ‘기업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 삼성그룹도 내부 감시를 위한 ‘준법감시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다. 3개월 뒤인 지난 1월9일 삼성은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내세운 준법감시위원회를 출범시킨다. 준법감시위가 이 부회장의 사과를 권유한다. 5월 사과를 한다.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면서 4세 경영 포기 선언을 한다.

6월 4일 이재용 부회장, 최저성 전 삼성미래전략실장, 김종중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등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였으나 기각된다.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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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준법감시위 반대

이 부회장은 수사심의위원회를 신청한다. 검찰수사의 공정성 확보라는 취지로 도입됐다.

수사심위의 권고에는 기속력이 없어 수사팀이 따를 필요는 없다. 다만 운영지침에 따르면 주임검사는 수사심위원회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위원 선정과정에서 양창수 전 대법관에 대한 중립성 논란이 된다. 언론에 이 부회장을 두둔하는 칼럼을 기고한다. 최지성 전 실장과 동창이다. 결국 양 전 대법관은 자진하여 회피신청을 한다.

6월 26일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에 결과가 나온다. 위원 14인 중 과반수가 수사중단과 재판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고민 끝에 수사심의위원회의 결정을 거부했다. 9월 1일 이 부회장 등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정,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불기속 기소한다. 

그 첫 재판이 10월 22일 오후 2시 중법정 311호에서 열릴 예정이다. 검찰 개혁을 앞두고 치러지는 이 부회장 재판 결과가 잣대가 될 전망이다. 

김선제 성결대학교 교수는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은 법과 원칙에 따라 공평해야 한다. 전관예우가 판결이 영향을 미치는 결과가 되서는 안될 것이다. 죄가 있으면 법대로 응분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 거기에 예외가 있어서는 안된다. 투명하고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기업에 영향을 줘선 안된다. 이 부회장 재판이 지연되면서 삼성의 경영활동에 심대한 지장을 초래했다"고 했다.

 

삼성 파워 네트워크...청와대ㆍ법원보다 힘이 세다

삼성은 힘이 세다. 

삼성은 창업주인 故이병철 명예회장→이건희 회장→이재용 부회장으로 3세 경영세습이 이어지고 있다.  1938년 이병철 명예회장이 대구에서 삼성상회를 창립했다.  1945년 8ㆍ15광복과 1950년 6ㆍ25전쟁을 겪으며 급성장한다. 재계 서열 1위의 거대 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등장하면서 위기가 시작된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배정사건△X-파일사건 △2002년 대선자금 수사 △태안기름유출사고 △비자금문제 △삼성비자금 폭로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분식회계 등 각종 사건이 터진다. 

2007년 검사 출신의 김용철 前법무팀장이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과 함께 50억원의 비자금을 관리했다고 폭로한다. 이건희 회장의 지시로 검찰, 시민단체 등에 전방위적 뇌물 뇌비를 했다고 주장했다.

삼성특검법이 발의, 통과되어 관련자들이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삼성 에버랜드 사건과 삼성SDS 사건, 삼성화재 횡령 및 증거인멸 사건만을 기소한 채 나머지 대부분의 의혹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면죄부 특검'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2008년 이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2010년 3월 삼성전자 회장으로 경영에 복귀한다. 

삼성의 성장사 이면에는 거대한 인적 네트워크가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은 정치ㆍ경제ㆍ법조ㆍ언론ㆍ학계에 이르까지 폭넓은 권력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창업주 故이병철 명예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장인인 故 홍진기 중앙일보 회장 자녀들의 혼맥을 통해 거미줄 같은 혼맥도를 갖게 됐다.

이병철과 홍진기를 연결해준 사람은 신현확  前총리다. 이와 신은 같은 영남출신이다. 신과 홍은 학연(경성제대 법학부)으로 연결돼 있다.  삼성의 파워 네트워킹 핵심은 이-신-홍에서 시작됐다.

삼성 인적 네트워크의 전체 인원수는 총 278명이다. 이를 분야별로 보면, 사외이사 99명(35.6%), 재단이사 85명(30.6%), 취업 공직자 44명(15.8%), 법조인 28명(10.1%) 순이다. 경력별로 분석해보면 관료가 101명(34.4%)으로 가장 많고, 학계 87명(29.6%), 법조인 59명(20.1%), 언론인 27명(9.2%) 순이다. (2005년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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