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의민족과 딜리버리히어로(요기요) 등 주요 기업 결합 건을 연내에 마무리 짓기로 했다. 

또 최근 공정위의 일부 사건 처리 결과를 두고 '칼끝이 무뎌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해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취임 1주년을 맞은 지난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 기자단 정책 소통 간담회'를 열고 "양사의 기업 결합 심사는 연내 상정해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가 소프트(soft)해지거나 법 집행에 있어 무뎌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증거를 예리하게 보고 법 적용을 한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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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요기요 결합, 연내 마무리…일감 몰아주기 조사 중"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12월30일 DH로부터 배달의민족-요기요의 기업 결합 신고서를 접수했다. 심사 과정에서 '정보 독점' 논란이 불거지면서 심사 기간이 길어졌다. 한국 배달 앱 시장 1위인 배달의민족과 2위 요기요, 3위 배달통이 합병하면 앱을 이용하는 음식점주와 고객 정보의 독과점을 초래할 수 있다는 문제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정보 독점에 의한 시장 경쟁 제한 우려를 중점적으로 심사할 계획이다. 수수료 인상 가능성과 이로 인한 소비자 후생 감소, 경쟁사의 신규 시장 진입 가능 여부도 함께 조사한다. 반면 양사의 결합으로 효율성은 얼마만큼 생기는지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조 위원장은 "앞으로의 1년은 공정거래법(독점 규제와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 전면 개편안과 갑을 관계 입법 과제 등을 충실히 마무리하겠다"면서 "전자상거래법(전자 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전면 개정 등을 조속히 추진해 공정 경제의 제도적인 기반을 갖추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조선업·자동차업 등 법 위반 행위가 고질적으로 발생하는 업종, 기술 유용이 빈발하는 업종 감시를 지속하기로 했다. 대우조선해양·한온시스템 등을 하반기에 심의해 제재 수위도 정한다. 가맹 분야에서는 치킨 판매업종 등에서 부당한 가맹 계약 해지가 발생하지는 않았는지, 납품 업체에 판매 장려금을 갈취하지는 않았는지도 들여다보기로 했다.

또 일반 지주사의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CVC) 보유를 허용하기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을 의원 입법 형태로 연내 추진할 예정이다. 물류 시장에서 일감 나누기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대기업 집단 소속 화주·물류 기업에 '일감 개방 자율 준수 기준'도 만들어 연내 배포할 계획이다.

온라인 플랫폼의 시장질서 저해 행위를 막을 플랫폼공정화법(가칭)은 이달 중 입법 예고를 마치고 내년 상반기 안에 제정을 추진한다. 포털 사이트의 경우 멀티 호밍(Multihoming·한 소상공인이 여러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을 못하게 하거나, 검색 알고리즘을 통해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지 감시를 강화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예식업·여행업·외식업·항공업·숙박업 등을 아우르는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도 만들기로 했다. 첫 타자는 예식업이다. 이달 중 만들어 발표하는 것이 목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추천·보증 광고 표시 관련 점검도 강화한다. 공정위는 모니터링 요원을 선발해 '유료 광고 포함' 표시 여부를 먼저 조사한 뒤 이후 조처를 시행할지 판단할 계획이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 1년 출입기자단 정책소통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 1년 출입기자단 정책소통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조성욱 "공정위 소프트해진 것 아냐…예리하게 법 적용"

공정위는 최근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있던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지 않고 한화그룹에는 무혐의 처분을 내려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스스로 법을 무력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조 위원장은 "공정위가 일부 사건에 대해 소프트해진 것이 아니라 보다 예리하게 법 적용을 하고 사무처 조사국에서 제시한 자료를 제대로 평가했다는 부분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준사법적 기능을 하는 공정위가 위법성 입증의 정도가 굉장히 높은 '1심'으로서의 기능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라며 "또 공정위가 가진 조사 기능과 심판 기능이 독립적·중립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불공정행위 의혹을 받던 애플에 과징금 대신 동의의결 개시 처분을 내린 것이 '솜방망이'였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급변하는 산업에서 사건 처리가 5∼10년이 걸린다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피해자를 신속하게 구제하고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데 동의의결 제도가 공헌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공정위는 조사 역량을 강화하고 엄정히 법을 집행해나갈 것"이라며 "동의의결 제도도 필요하다면 피해자를 신속히 구제하고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앞으로 추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지난 1년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공정 경제 기반 마련을 목표로 바쁘게 달려왔다. 갑을 관계 개선, 재벌 개혁, 소비자 권익 증진 등을 내실 있게 다졌다"면서 "앞으로도 공정위는 다양한 시장 참여자가 그 규칙에 따라 자유롭게 경쟁할 환경을 조성하는 든든한 심판자이자 정원사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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