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아동학대 사례 꾸준한 증가폭
-자식은 ‘부모의 소유’라는 인식 버려야
-전 세계 53개국 ‘체벌금지’시행중...앞선 국가사례 참고해야

[사진=1998년 알려지게 된 '영훈이 남매 학대사건' KBS1TV 뉴스 캡쳐]
[사진=1998년 알려지게 된 '영훈이 남매 학대사건' KBS1TV 뉴스 캡쳐]

최근 들어 발생한 잇따른 아동학대 사건이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보건 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아동학대 사례는 꾸준히 증가폭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코로나19 여파로 아이들이 집에만 있다 보니 학대가 더욱 심해지고 드러나지 않는 상황이다. 이웃과 학교에서도 아이들의 상황을 알 수 없다보니 도움을 주기 어렵다.

국내 아동학대 건수는 지난 2014년 1만 27건에서 꾸준히 증가해 2018년에는 2만 4604건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학대의 수법도 잔혹해졌다. 가정 내에서 부모에 의한 학대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가장 사랑을 줘야할 부모에게 아이는 도리어 가장 큰 상처를 받고 있다.

아동학대가 문제가 되는 것은 피해아동이 성장한 이후까지 학대의 트라우마가 남기 때문이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가장 처음 만나는 사회집단은 바로 가정이다. 가정에서 얼마나 건강하고 행복한 유년기를 보냈느냐에 따라 성장 후 사회의 일원으로써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게 된다. 학대를 받으며 유년기를 보낸 아이는 성장 후에도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다. 집단에 제대로 적응 못해 방황하며 낮은 자존감으로 늘 위축되어 있다. 피해아동은 심리상담 치료를 받지만 한번 받은 학대는 아이의 평생에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된다.

1998년 SBS’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TV 프로그램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된 아동학대 사건이 있었다. 일명’영훈이 남매 아동학대 사건‘이다. 제작진이 6살 영훈이를 발견했을 때 아이는 또래 아이들에 비해 왜소했고 상태가 좋지 못했다. 영훈이는 등에 다리미로 지진 화상자국과 발등은 쇠젓가락으로 찍혀 퉁퉁 부어있었다. 2주가량 제대로 먹지 못해 위장에는 위액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경찰의 조사결과 계모의 학대 사실이 드러났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영훈이에게는 누나가 한명 있었다. 영훈이의 누나는 영훈이와 함께 학대를 받다가 아사해 마당에 암매장 됐다.

계모는 남편의 전처가 낳은 영훈이 남매는 혹독하게 학대하면서도 자신의 자녀는 공주처럼 애지중지하게 키운 사실이 밝혀져 전 국민의 분노를 샀다.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사회적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 아이를 훈육하는 것은 부모의 당연한 권리라고 여겼다.

‘영훈이 남매 사건’은 국가가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책마련을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사진=아동학대 최대 무기징역/SBS뉴스화면 캡쳐]
[사진=아동학대 최대 무기징역/SBS뉴스화면 캡쳐]

2013년 칠곡에서도 계모에 의한 아동학대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 역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계모는 남편과 전처 사이에서 난 자매를 상습 폭행하고 학대했다. 매운 청양고추를 억지로 먹였고 밥을 안 먹는다며 이틀을 굶기기도 했다. 말을 안 듣는다고 잠을 재우지 않았고 목을 졸라 실신에 이르게 하기도 했다. 자매가 생리를 하면 배설물이 묻은 휴지를 먹이고 세탁기에 자매를 넣고 돌리기까지 했다.

계모의 지속된 학대에 작은딸이 사망을 했다. 그러자 부모는 12살 된 큰딸에게 이 모든 죄를 덮혀 씌우기까지 했다. 큰딸이 폭행치사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으나 판사에게 “계모를 사형시켜 주세요.”라며 편지를 보내 계모의 모든 혐의가 드러나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 결국 계모는 징역 15년 형을 받았다.

올해 1월 여주에서는 9살 A군이 베란다에 있는 욕조 안에서 1시간이 넘게 방치됐다가 결국 사망했다. A군의 계모는 언어 장애가 있던 A군이 시끄럽게 굴며 식사준비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벌을 준 것 이였다. 당시 베란다의 바깥기온은 영하의 날씨였다. 아이는 차가운 물속에 장시간 방치되다가 결국 사망했다.

지난달 천안시 백석동에서는 여행용 가방에 7시간이나 갇혀있던 9살 난 B군이 구조됐으나 끝내 숨졌다. 계모인 C씨는 B군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커다란 여행용 가방에 가뒀다. 이후 B군이 가방 안에 용변을 보자 이번에는 그보다 더 작은 여행용 가방에 B군을 가뒀다. 계모 C씨는 B군을 가방에 가둔 채 3시간 동안이나 외출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B군은 이 일이 있기 얼마 전인 어린이날에도 머리를 다쳐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B군의 몸 곳곳에서 학대 정황을 발견한 병원 측은 경찰에 신고했다. 부친인D씨는 당시 경찰조사에서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 때린 적이 있다.”라며 “훈육방법을 바꾸겠다” 했다. 당시 경찰은 B군이 학대받았던 정황을 확인했음에도 B군을 다시 그 가정으로 돌려보냈다. 결국 B군은 얼마뒤 여행용 가방에 감금됐다가 사망했다.

다른 미국이나 유럽국가에서 이와 같은 일이 발생했다면 경찰은 아이를 다시 학대를 가한 부모에게로 돌려보내지 않는다. 부모에게 법적인 책임을 묻고 아이를 보호기관에 격리조치 한다. 한국은 체벌을 훈육의 일종으로 보기 때문에 기준이 모호하다.

[사진=어린이집 아동학대 의심/SBS]
[사진=어린이집 아동학대 의심/SBS]

최근 전해진 창녕 아동학대사건은 아이의 목숨을 건 탈출이 없었다면 세상에 알려지지 못했을 것이다. 9살 된 A양은 살기위해 4층 건물의 지붕을 타고 옆집으로 넘어가 탈출했다. 온몸은 멍들고 머리는 찢어졌으며 오른쪽 손가락은 계부에 의해 지져졌다. A양은 살아야겠다는 일념 하에 그렇게 도망쳤다. 다행히 지나가는 주민에게 발견이 됐다. 그 부모의 행각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목에는 쇠사슬을 매였고 식사는 하루 한 끼 뿐 이였다. 화장실을 갈 때를 제외하고 늘 쇠사슬에 묶여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A양이 처한 학대사실은 학교와 지역에서도 철저히 묻혀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A양의 나머지 3명의 동생들을 부모로부터 분리시키려고 집을 찾았다. 이에 부모는 머리를 벽에 찧고 건물에서 뛰어내리려는 등 자해 소동을 벌였다. A양을 향한 미안함은 보이지 않았다.

한국은 유교문화 국가다.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는 말이 있다. 신체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니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말이다. 이에 부모들은 자식에 대해 자신이 낳아줬으니 ‘내 소유’라는 권리를 주장하는 부모들이 있다. 아이의 체벌권 역시 부모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민법에서는 ‘친권자에게 보호·교양의 권리·의무가 있고 이를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체벌을 법적으로 허용한다고 오해할 소지가 있다. 해당 민법에서 말하는 징계는 사회통념상 수위를 넘은 신체적·정신적 학대는 포함되지 않는다.

[사진=SBS뉴스 캡쳐]
[사진=SBS뉴스 캡쳐]

이에 법무부는 지난 60년간 유지되어 온 친권자의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고 민법에 ‘체벌금지’를 법제화하는 개정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12일 법무부는 관계기관 간담회를 갖고 이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법무부 민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한국은 몽골, 네팔,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4번째로 자녀체벌금지 국가가 된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체벌금지’가 가능할지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많은 국가들이 체벌금지를 시행해 왔다. 스웨덴의 경우 1970년대 전 세계 최초로 체벌금지를 선언했다. 현재 전 세계 53개 국가에서 체벌금지가 시행되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어린 시절 ‘사랑의 매’라는 명분으로 체벌의 경험이 있다. 체벌이 병행된 성장환경에 익숙해진 것이 사실이다. 체벌은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부정적인 측면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아동학대의 근절을 위해 쉽진 않겠지만 무엇이든 대책을 마련해야한다. 체벌을 금지하고 있는 앞선 국가들의 교육방식을 참고하여 아동학대가 없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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