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분식회계로 기업가치 뻥튀기 → 이재용 부회장 경영승계 꼼수 의혹... 일벌백계로 단죄해야
대우조선, 대형손실 가리기 위해 재무제표 조작... 주가폭락으로 국가&일반 투자자 손해

#〈공정뉴스〉는 4부작에 걸쳐 우리나라 대기업의 대표적인 회계부정 사건을 돌아보고, 이에 대한 금융당국의 대응방안도 살펴본다. 또한 앞으로 기업들이 어떤 자세로 기업회계를 대해야 할지 고찰해 본다. [편집자 주]

 

2018년 스위스 IMD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 한국은 평가대상 63개국 가운데 27위를 기록했다. 2013년 22위를 기록한 이후 순위 회복이 부진한 상황이다. 이처럼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하락하는 주요 원인으로 세계 최저수준의 기업 ‘경영관행’, 즉 회계와 거버넌스의 불투명성이 지적된다.

우리나라의 회계 투명성은 수년째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스위스 IMD가 OECD 회원국 및 신흥공업경제지역(NIEs)을 대상으로 해마다 발표하는 ‘기업이사회의 경영감독 효과성과 회계감사의 적절성’에 따르면 63개국 중 한국은 2018년 62위, 2019년에는 61위로 밑바닥을 맴돈다.

#회계부정의 상징,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
 


2018년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부정을 일으켰다고 잠정 발표하면서 파장이 일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회계부정 여부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지만, 금융당국과 정치권 일각의 압박은 더욱 거셌다.

심지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식시장 상장에 회계부정의 영향이 미쳤다는 지적까지 나오며, 상장 폐지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의혹에 대한 논란이 심화된 가운데, 몇 가지 모순점도 밝혀졌다.

앞서 2017년 2월 참여연대 등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와 특혜상장 의혹에 관한 금융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한 바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그 해 4월부터 관련 문제에 대한 특별감리를 벌여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6년 11월 상장이 이뤄지기 직전 해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했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지나치게 증가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당기순이익과 기업가치 부분에 주목했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설립 후 매년 적자를 기록했고, 2014년까지만 하더라도 393억 원의 적자 상태를 유지했다. 그런데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에 변화가 생긴 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말 1조 9000억 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반전과도 같은 흑자를 이뤘다.

이와 같은 실적개선은 바이오에피스의 관계회사 전환으로 지분가치가 장부가가 아닌 공정가로 평가 받게 되면서 비롯됐다. 여기서 장부가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처음 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샀을 때 가격, 즉 취득원가를 의미한다. 반면 공정가는 현재 시점과 향후 가치까지 반영된 시장가다.

이로 인해 바이오에피스의 기업 가치는 기존 약 3000억 원에서 무려 4조 8000억 원으로 뛰어 올랐다. 물론 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92% 가량 보유하고 있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흑자 달성 및 1년 뒤 상장까지 성공할 수 있었다.

아무리 성장 가능성이 높은 업종 및 기업에 대한 가치평가에서 장부가보다 공정가가 높은 것이 일반적이라 할지라도,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는 매우 갑작스럽고, 이례적인 사례임이 분명했다.

때문에 재계와 언론 일각에서 이 부분을 문제 삼으며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가치가 과대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참여연대와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은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를 의도적으로 변경했고, 이로 인해 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부풀려지며 순이익 상승 및 상장 특혜의 결과를 얻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금감원은 특별감리를 통해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처리 위반을 저질렀고, 이런 분식회계 행위가 사실상 자사 이익을 위해 고의성이 짙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금감원 측의 발표 직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자사가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이번 의혹의 중심에 놓여있는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기준 위반 여부에 대해, 다수 회계법인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해 적법하게 회계기준이 바뀐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당시 금융당국의 조사와 한국공인회계사협회의 감리를 통해 철저하게 검증된 상태에서 상장이 이뤄졌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심상정 대표 역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바이오로직스 측 해명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심상정 대표 측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금감원 특별감리 결과를 반박했다”며 “반박내용에 따른다 하더라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설득력은 크게 없다”라고 밝혔다. 특히 심상정 대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관한 의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도 밀접한 연관이 돼 있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대표 측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해명에 대한 반박으로 몇 가지 근거를 들었다. 우선 ‘바이오에피스의 제품 판매승인에 따른 기업가치 증가로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증가했다’는 부분에 대해 반박했다. 심 대표 측은 “바이오에피스 제품의 유럽 판매승인은 2016년 1월과 5월로 2015년 말 기준이 아니었다”라며 “판매승인을 받았다고 해서 잘 팔리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이 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가 증가하지도 않았음에도 회계처리를 의도적으로 전환했고, 그 이면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회계처리를 위한 의도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또한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이 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변경하면서 적용한 국제회계기준(IFRS)에 기초하더라도 회계처리를 변경할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처리 변경 사유로 언급한 바이오시밀러의 국내 승인에 대해 외부감사의 감사 조서상 근거로 적시돼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바이오시밀러의 판매승인이 났다는 점이 관계회사로 변경할 만한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었다.

이를 보더라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이 외부 감사인을 속였거나, 외부감사인과 공모했다는 점이 분명하다는 주장이었다.

#삼바 분식회계, 엄벌에 처해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2018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적으로 분식회계를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보수언론들이 “증시 초대형 악재에 충격”, “선의의 투자자 패닉”, “바이오산업 육성에 찬물” 운운하며 금융당국의 결정을 비난했다. 한마디로 시장을 볼모로 삼아 본질을 호도하는 매우 잘못된 주장이다.

분식회계는 자본시장의 기본 질서를 흔드는 중대한 금융범죄로 일벌백계해야 한다. 시가총액 6위 기업이고, 개인투자자가 8만 명이라고 해서 눈감아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주식시장의 건전한 발전과 500만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뿌리 뽑아야 한다.

삼성바이오에 대한 제재가 국내 바이오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주장도 과장됐다. 삼성바이오의 회계 부정은 오로지 삼성바이오의 문제일 뿐이다. 또 신제품 개발과 판매 등 경영활동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회계 문제’다. 다른 바이오 기업들이 영향 받을 아무런 이유가 없다. 실제로 보수언론들이 호들갑을 떤 것과 달리, 당시 셀트리온을 비롯한 바이오 기업들 주가는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금융당국을 비난하는 항의 글을 올리는 등 반발하는 것도 온당치 않다. 삼성바이오 중징계는 오래전부터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결과다.

그런데도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삼성바이오 주식을 집중 매수했다. 상장 폐지 가능성을 낮게 보고, 거래가 재개되면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 기대하고 주식을 산 것이다. 높은 수익률을 노리고 위험한 투자를 했으니 투자자 스스로 책임 질 일이다.

일부에서 대우조선해양 등의 전례를 들어 “삼성바이오의 상장 폐지 가능성이 낮다”고 분위기를 몰아가는 것도 옳지 않다. 대우조선은 상장 뒤에 분식회계를 저질렀고, 삼성바이오는 분식을 통해 상장했다. 차이가 크다. 한국거래소는 경영 투명성과 투자자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상장 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오로지 사실관계와 규정에 따라 엄정하게 심사해야 시장의 신뢰가 산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2018년 ‘제1회 회계의 날’ 기념식에서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것만으로도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2%포인트 올리고, 매년 일자리를 10만개씩 늘릴 수 있다”며 “회계가 바로 서야 경제가 바로 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바 사건, ‘기업가 성찰’ 계기로

2018년 대기업 계열사인 상장 바이오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부정 처리 문제가 상당한 시장 변수가 됐다. 해당 회사는 지분을 가진 계열회사의 회계 처리를 수년간 '종속기업'으로 봐 연결재무제표로 처리했다. 이후 '관계회사'로 변경했으나, 처음부터 '관계회사'로 지분법 처리를 해야 할 것을 의도적으로 잘못 처리해 왔다는 것이다.

시중에서는 국내 최대 대기업의 계열사이므로 금융 당국이 그동안 봐준 것이 아닌가 하는 시선도 있었고, 예외 없이 단호해야 할 금융 감독기관 본연의 자세가 회복된 것이라는 입장도 있었다.

자본시장에서 투자자를 기망하고 현혹시키는 각종 법령이나 규정 위반 행위들은 철저히 사전 감시와 사후 제재 대상이 돼야 한다. 자본주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안정성은 그 나라 경제의 흥망성쇠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의적 분식회계는 자본시장의 적폐다.

기업의 실제 가치를 훨씬 상회하는 시가 총액을 감당하지 못하거나, 상장 유지에만 애쓰는 기업의 앞날은 뻔하다. 따라서 분명한 위반 행위에 대하여는 금융 관련 법규 적용에 있어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

기업의 비리나 분식 등과 같은 행위는 전형적인 전문가 내지 화이트칼라 범죄에 해당한다. 이는 전문 지식을 활용하고, 일반의 신뢰를 거꾸로 악용하기 때문에 적발이 어려운 반면, 범죄 행위의 파장은 경제적, 사회적으로 더 중대하다.

사회정의에 관한 철학적 담론이 유행하고, 파렴치한 범죄에 대한 여론의 감성적 공감은 손쉽게 달아오른다. 하지만, 정작 제도와 규정을 교묘히 악용하는 화이트칼라의 청렴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다.

국제적 변수들로 세계 경기 침체의 우려가 커져 가는 와중에 특정 기업으로 인한 자본시장 불안 요소가 커져 안타깝다. 하지만 이 사태가 자본시장이 더 선진화되는 계기가 되고, 나아가 기업 임원이나 전문가들이 이를 도덕적 자기 성찰의 반면교사로 삼기를 희망한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끝판왕
 


분식회계 관련사건 중 가장 문제가 된 사례가 대우조선해양이다. 금융위기로 인해 2008년 하반기부터 전 세계적으로 조선 및 해운경기는 불황에 빠져들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2009년부터 해양플랜트 프로젝트를 저가로 수주하기 시작했다. 무리하게 저가로 수주하는 바람에 예상을 훨씬 초과하는 비용이 발생해 손실이 누적됐고, 향후에도 지속적인 대규모 손실 발생이 예상됐다.

또한 세계적으로 경기가 악화되면서 이미 건조를 마치고 인도를 완료한 선박 대금까지 제대로 받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해외 자회사를 통해 적극적으로 해외사업에 진출했다. 하지만 대부분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않은 무분별한 투자였고, 결국 실패하면서 해외 자회사의 손실이 급증하고 있었다.

그 결과, 대우조선해양은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매년 체결하는 약정(MOU)상 정해진 영업이익을 달성할 수 없게 됐다. 정해진 영업이익을 달성하지 못하면 대우조선해양 임원에게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는 것은 물론, 경우에 따라 기본급 회수, 임원직 사임, 구조조정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 또 금융기관 대출, 회사채 및 기업 어음 발행 등이 어려워져 자금 조달이 힘들어진다. 주가가 폭락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결국 대우조선해양의 전 대표와 재무담당이사는 손실이 발생했는데도 이익이 난 것처럼 재무제표를 거짓으로 작성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도에 영업 손실 6,104억 원, 당기순손실 7,830억 원이 발생했다. 하지만 재무제표에는 영업이익 4,242억 원, 당기순이익 2,157억 원이 발생한 것처럼 허위로 기재했다. 이렇게 허위로 작성된 재무제표를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해 공시하고 사업보고서를 제출했다.

대우조선해양에서는 허위로 작성된 재무제표를 이용해 회사의 실적이 좋은 것처럼 금융기관 및 투자자들을 속여 대출을 받거나 채권, 기업 어음을 판매했다. 분식회계로 작성된 2013년도, 2014년도 재무제표를 마치 적법하게 작성된 것처럼 제출해 한국수출입은행, 산업은행으로부터 2조 3,367억 원을 대출받았다.

2015년에는 중국은행, 공상은행 으로부터 1,079억 원의 신용장 보증한도를 책정받기도 했다. 또 허위로 작성된 재무제표 및 사업보고서를 신용평가기관에 제출해 AA-, A+ 또는 A1의 신용등급을 받았다. 이를 이용해 회사채와 기업 어음을 발행, 매매해 부당이득을 취했다. 이로 인한 사기 피해액은 18조 1,685억 원이며 사기적 부정 거래 규모는 2조 1,500억 원이다.

허위로 공시된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상태를 그대로 믿고 투자한 일반 소액 투자자들도 분식회계가 밝혀지면서 주가가 폭락해 큰 손해를 입었다. 대우조선해양의 주가는 분식회계로 인해 실적이 좋아 보였던 2013~2014년의 고점에 비해 10분의 1정도로 폭락했다. 2016년 7월에는 검찰에 기소돼 주식 거래가 중지됐다.

법원에서 인정한 대우조선해양의 분식 규모는 5조 7,059억 원이다. 1심 법원에서는 전 대표에게 영업이익 기준 1조 8,624억 원, 당기순이익 기준 1조 8,348억 원의 책임을, 전 재무담당이사에게는 영업이익 기준 2조 3,078억 원, 당기순이익 기준 2조 2,802억 원의 책임을 인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전 대표에게 징역 10년, 전 재무담당이사(CFO)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저작권자 © 공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