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선두주자 이재용부터 4세 박정원 까지 본격적 3,4세 경영시대 도래
-경영능력 보다 핏줄 중요시 문화... 상속세, 경영권 위협에 골치머리 앓아

재벌(財閥). 재계에서 여러 개의 기업을 거느리며 막강한 재력과 거대한 자본을 가진 자본가(capitalist)·기업가(businessman)를 재벌이라고 통칭한다. 재벌에 대한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8·15광복과 6·25전쟁의 폐허 속에서 산업을 일궈냈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갑질· 황제경영·사익편취·배임·횡령 등 부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내 재벌사에서 지난해 롯데창업주 신격호 회장을 끝으로 1세대가 막이 내리고, 2·3세대를 거쳐 4세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 같은 경영 승계를 두고 왕조시대에나 가능한 후진국형 세습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선진국에서는 소유와 경영 분리를 통해 투명경영이 지향되고 있다. <공정뉴스는 한국경제 민주화를 위해 소유와 경영 분리를 토대로 재벌 승계 문제를 분석한다.

3,4세에 대한 싸늘한 시선

국내 재벌들이 100년의 역사를 쓰고 있다.  삼성ㆍ현대ㆍSKㆍ두산ㆍLG 등 대부분 재벌들에서 창업주 시대를 끝내고 3ㆍ3세가 경영을 이끌고 있다.  재벌사는 긍정과 부정으로 엇갈린다. 45년 8ㆍ15광복과 50년 6ㆍ25전쟁의 폐허 속에서 한국 산업을 일구었다는 긍정적 평가다. 반면 갑질ㆍ황제경영ㆍ사익편취ㆍ배임ㆍ횡령 등 부정적 평가로 엇길리고 있다.

현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이  한국 재계를 이끌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재벌3ㆍ4세 경영승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고 조양호 회장이 지난해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회장 자리에 앉았다.  부친 묘소에 풀이 나기도 전에 남매 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서 부정적 뉴스가 경제면을 도배했다.  

경영권 분쟁에 앞서 조 회장의 경영승계에 대해서도 부정적 견해가 쏟아졌다.  2000년 차선 위반으로 적발된 뒤 교통경찰을 치고 달아났다. 2005년 도로에서 시비가 붙어 폭행사건에 휩싸이기도 했다. 2012년 인하대학교 관련 문제를 제기하며 시위를 하던 시민단체를 향해 욕설과 막말을 퍼부어 논란을 일이킨바 있다.  학력 논란도 재조명된바 있다.

조 회장이 회장 취임 이후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경영권 분쟁을 일이킨다. 조 전 부사장은 행동주의펀드 KCGIㆍ반도건설 등과 3자 연합을 만들어 주총에서 경영권 대결을 벌인다. 주총 결과 조 회장이 승리를 거둔다. 2라운드 시작됐다. 다시한번 뉴스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도 뉴스에 올랐다. 두산은 자산총액 28.5조원, 재계순위 15위이다. 장기간 누적된 실적악화와 국내외 정치·경제적 영향으로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대표 계열사인 두산중공업 실적은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악화일로에 놓였다. 두산건설·두산인프라코어 등을 비롯한 전 계열사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발표하며 그룹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이 싸늘해졌다.

네이버 인링크 기준으로 박정원 회장에 대한 기사는 다른 총수에 비해 확연히 적은 122건 발생했다.  댓글 역시 440개에 불과하다.  박 회장 관련 기사는 부정감성이 우세하게 나타났다.

긍정적 평가한 이슈는 두산베어스 한국시리즈 우승’, ‘면세점 사업 철수’, ‘디지털 전환등으로 긍정 감성이 과반 이상이다. 반면 비리의혹 법조인 영입’, ‘20193분기 적자전환’, ‘50억 연봉등은 부정감성이 2/3를 차지했다.

3,4세 선호도 1위는?

구광모 LG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018년 대한민국 재벌 신뢰지수'에서 기업을 잘 이끌 것 같은 재벌 3·4세로 꼽혔다.

구 회장은 '3·4세들 중 기업을 가장 잘 이끌 것 같은 사람' 항목에서 26.9%의 지지를 얻어 1위에 올랐다.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17.8%),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15.0%),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12.3%), 허윤홍 GS건설 사장(7.1%) 등 순이다. 최하위는 대한항공 조원태 회장이 뽑혔.

경영자로서 대외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구 회장이 최상위권에 랭크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평가다.

안치용 한국CSR연구소장은 "구 회장의 1위는 구본무 회장의 후광효과 때문"이라며 "사회적으로 용인 받고, 경영자로서의 자질을 검증받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부회장은 부친의 카리스마를 딛고 삼성을 대표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에 이어 삼성을 이끌고 있는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물의를 빚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의혹, 그룹 지배구조 개선 등이 과제로 꼽힌다. 이 부회장에게 근소한 차이로 뒤진 정의선 부회장은 부친 정몽구 회장의 건강 악화로 사실상 그룹을 대표하고 있다.

한편 기존 총수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3·4세에게 그대로 이어진 것도 특징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0.7%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쳐 최하위를 기록한 것이 대표적이다. 어머니 이명희 씨를 비롯해 두 여동생이 경찰 조사를 받았고, 검찰이 부친 조양호 회장의 조세포탈과 횡령 혐의 수사에 착수했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2.6%)이 하위권에 머문 것도 아버지 김승연 한화 회장의 이미지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3,4세 경영승계 현황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국내 주요 재벌 기업들이 3세 경영 승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출 기업으로 그룹 성장을 이끈 창업주와 2세들이 세월에 밀려 경영권을 넘겨야 할 세대교체 시기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순환출자 해소나 지배구조 개편 요구와 같은 정부의 재벌 개혁 입김이 거세진 것도 승계 작업을 부추기고 있다. 다만, 형제와 남매를 둔 오너들은 역할 분담에 승계 방점을 두고 있다.

2018년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52개 그룹, 재벌가 3·4세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각종 언론보도를 통해 취합한 명단은 총 228명이다. 이 가운데 절반인 113(49.6%)이 현재 그룹을 경영하고 있거나,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평균나이는 46.9세로 집계됐다. 이 연령층에 해당하는 인물은 정지선(47)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조현범(47)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 정유경(47)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박인원(46) 두산중공업 부사장 등을 꼽을 수 있다.

3·4세의 경영참여가 가장 활발한 곳은 GS그룹이다. 1938년생인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부터 1985년생인 허진홍 GS건설 투자사업부 차장까지 19명이 GS그룹에 몸담고 있다. GS그룹은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허준홍 삼양통상 대표, 허서홍 GS에너지 전무, 허윤홍 GS건설 사장 등 4세들이 허창수 회장의 후계자 자리를 두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

올해로 설립 124년을 맞은 두산그룹은 창업주 박승직의 증손자(4)들이 경영 전면에 나섰다. 두산은 형제들이 돌아가면서 회장을 맡는 이른바 '형제경영'으로 유명하다. 2016년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그룹 회장직을 조카인 박정원 회장에게 물려줬다. 사실상 3세 경영시대가 끝나고 4세 시대에 접어들었다.

현재 박정원 회장을 비롯한 4세 경영인은 12명이다. 이 가운데 박재원(36) 두산인프라코어 상무가 가장 젊다. 박용만 회장의 차남인 그는 2013년 두산인프라코어에 과장으로 입사했다. 2017년 입사 4년 만에 부장을 거쳐 상무를 다는 등 초고속 승진 코스를 밟는 중이다.

2018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딸 세진(42)씨는 금호리조트 상무로 입사했다. 박 상무가 그동안 전업 주부로서 경영 경험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당시 입사는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기 위한 것으로 재계는 풀이했다.

박 상무는 세계적인 요리학교 르 코르동 블루도쿄를 거쳐 르 코르동 블루런던을 졸업했다. 그는 이어 일본 상지대 대학원에서 글로벌사회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박 상무는 르 코르동 블루 조리 자격증과 일본 국가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20022005년엔 일본 아나(ANA) 호텔 도쿄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현재 오빠 세창 씨(45)가 금호아시아나DT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아시아나항공 등 그룹의 주력은 박 사장이 맡고, 금호리조트, 죽호학원,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등은 박 상무가 맡을 공산이 크다.

미국 코넬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아모레 퍼시픽 서경배 회장의 장녀 서민정. 그녀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 베인 컴퍼니, 중국 징동 닷컴을 거쳐 20171월 경기 오산 아모레 퍼시픽 뷰티사업장 생산부문의 경력 사원으로 입사했다. 별다른 활동 없이 6개월 만에 퇴사를 결정, 이후 중국 장강상학원에 입학해 MBA 과정을 마쳤다. MBA 과정을 마친 그녀는 2019년 아모레 퍼시픽 본사 뷰티 유닛(부문)의 영업 전략팀에 재입사했다. 과장급에 해당하는 '프로페셔널' 직급이다.

그녀는 현재 아모레 퍼시픽의 지분 2.93%, 그룹 계열사 이니스프리(18.18%), 에뛰드(19.52%), 에스쁘아(19.52%)의 지분을 갖고 있다. 승계를 위해 아모레퍼시픽 그룹 지주사인 아모레 G는 우선주 700만 주를 발행해 300만 주는 서 회장이, 14만 주는 서민정 과장이 취득했다. 하지만 지분율에 있어 지배력이 높지 않아 그녀가 2대 주주로 있는 비상장 계열사 이니스프리, 에뛰드, 에스쁘아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장남 동관(한화솔루션 부사장)과 차남 동원(한화생명 상무) 씨를 통해 역할 분담을 마무리했다. 여기에 셋째 동선 씨도 조만간 그룹 경영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해욱 대림그룹 회장은 지난해 1월 회장으로 승진해 3세 경영 축포를 쐈다. 이 회장은 2010년 부회장 취임 이후 사실상 회장 직무를 수행했다.

조석래 명예회장의 자리를 놓고 삼형제가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효성그룹은 장남 조현준 회장과 삼남 조현상 총괄사장이 취임하며 3세 형제경영 시대를 연 상황이다. 코오롱그룹의 경우 이웅렬 전 회장이 현재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상태인 만큼, 그의 장남인 이규호 전략기획담당 전무가 직급 이상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4세 경영승계 현황, BIG4 그룹

삼성·현대차·SK·LG 4대 그룹으로 국한하면 3·4세 경영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게 확연해진다. 삼성은 이재용(53)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51) 호텔신라 사장 모두 3세 경영인이다.

2015년 범 삼성가 4세 중 처음으로 경영 일선에 뛰어든 한솔 케미컬의 조연주 사장. 이인희 한솔 그룹 고문의 손녀이자, 삼성 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의 증손녀다. 조 사장은 펜실베이니아 와튼 스쿨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경영 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 그룹, 의류 업체 빅토리아 시크릿의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는 등 착실히 경력을 쌓아왔다. 20143월 한솔 케미컬에 기획실장 부사장을 맡게 된다.

입사 이후 영업 이익 증대에 큰 기여를 하며 경영 일선에 선지 4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특히 그녀가 직접 인수를 주도한 자회사 '테이팩스' 인수로 매출 증대에 크게 성공했다. 조 사장은 현재 한솔 케미컬의 주식 2864주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정의선(51) 부회장을 비롯해 정성이(59) 이노션 고문, 정명이(57)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 부문장이 3세 경영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명이 부문장의 차녀인 정유진(31) 씨는 2015년 현대카드에 입사해 4세로는 가장 빠른 출발을 보였다. 현재는 퇴사 후 유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 그룹 최태원 회장의 차녀 최민정은 중국 베이징대 경영학과 졸업 후 해군에 자원입대해 주목을 받았다. 청해 부대, 서해 2함대에서 근무 후 2017년 예비역 중위로 전역했다. 이후 중국 투자회사 홍이 투자 인수합병(M&A) 팀에서 일하다 퇴사했다. 지난해 최민정은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SK 하이닉스 인트라에 대리 직급으로 입사했다. 국제 통상과 정책 대응을 하는 조직이다.

최 회장의 장녀 최윤정 SK 바이오팜 책임매니저는 같은 해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2년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바이오인포매틱스(생명정보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재계에선 이번 유학을 SK 그룹이 신성장 동력으로 추진 중인 바이오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쌓기 위함으로 보고 있다.

재벌가 3·4세 중에는 일찌감치 경영수업을 받는 1990년대 생도 눈에 띈다. 대표적인 인물이 이선호(30) CJ제일제당 부장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그는 2013년 사원으로 입사해 2017년 부장을 달았다. 앞서 이 부장의 누나인 이경후(35) 씨가 20173월 부장에서 상무대우로, 11월에는 상무대우에서 상무로 초고속 승진했음을 감안하면 이 부장의 임원 승진도 머지않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CJ 그룹의 이경후 상무는 삼성그룹의 창업주 고 이병철의 증손녀다. 그녀는 미국 컬럼비아대 석사 과정을 마친 2011CJ()기획팀 대리로 입사했다. 이후 CJ 오쇼핑 상품 개발본부, 방송기획팀을 거쳐 남편 정종환과 CJ 그룹 미국 지역본부에서 근무했다. 2017년 이경후 상무는 33세의 나이로 그룹 최연소 임원에 올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J 이재현 회장은 장녀 이경후 상무와 장남 이선호 부장에게 신형우선주 각각 92만 주를 증여했다. 이 회장이 최근 처분한 지분을 포함해 이 상무와 이 부장은 CJ 지분 2.8%, 1.2%를 보유하게 됐다.

현재 선호 씨가 CJ제일제당과 지주사에서 부장으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상무는 엔터테인먼트 등 문화 분야를, 선호 씨는 식음료 등 제조업을 맡아 그룹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엄친아'급에 해당하는 인물로는 정몽규(59)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장남인 정준선(29)씨를 꼽을 수 있다. 정 씨는 영국 옥스포드대에서 석사와 박사를 마쳤다. 인공지능(AI)을 전공했다. 박사 과정 중 구글의 자회사 딥마인드와 함께 사람의 입 모양만으로 말을 알아듣고, 이를 자막에 표출하는 AI를 개발했다. 삼성에서도 탐을 낸 인재이다.

'금수저'로 불리는 재벌 3·4세지만 항상 꽃길만 걷는 건 아니다.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조현준 회장, 이우현 OCI 부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등이 각종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거나, 재판을 받았다.

한진그룹 3세 조현아, 조현민은 갑질 논란 끝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한화그룹 3세 김동선은 폭행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선호 부장은 몇 개월 전 마약혐의로 그룹 이미지에 타격을 입혔다. 사실이 알려진 뒤 장남이라는 이유만으로 경영 승계 절차를 이어가는 것에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일각에선 경영 능력 입증이 아닌 단순 세습 경영이 이러한 일탈 행위에 큰 요인 중 하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식승계 현황

국내 대기업 총수 일가가 보유한 주식 자산 110조 원 중 30% 이상은 이미 자녀세대에게 넘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59개 대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51개 그룹의 총수일가 지분가치(1010일 기준)를 조사한 결과, 1096163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자녀세대가 보유한 지분가치 비율은 33.1%(362833억 원)2017년 말 29.6% 대비 3.55%p 상승했다.

이중 대림은 자녀세대가 총수일가 지분의 99.9%를 보유해 자녀세대로의 주식자산 승계율이 가장 높았다. 태영 역시 98.2%로 거의 마무리 된 상태이다. KCC(87.5%), 애경(85.1%), 효성(80.4%), 호반건설(77.1%), 현대백화점(76.9%), 두산(75.7%), 동원(73.5%), 롯데(70.7%), 한국테크놀로지그룹(65.9%), 중흥건설(65.1%), DB(60.9%), 한화(59.2%), 세아(57.0%), 금호석유화학(54.4%) 등도 총수일가 주식의 50% 이상을 자녀세대가 보유하고 있다.

반면 교보생명과 코오롱, 카카오, 이랜드, 셀트리온, 네이버, 넷마블, 한국투자금융 등 8곳은 부모세대가 총수 보유 지분의 100%를 가져 자녀세대로의 승계가 아직은 없었다. 한라(0.4%)와 부영(2.3%), HDC(3.3%), SK(5.2%), 아모레퍼시픽(6.2%), 동국제강(7.0%), 다우키움(7.5%), 미래에셋(8.3%) 등도 10% 미만이었다.

재계 1, 2위의 삼성과 현대자동차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모두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어 경영승계는 이뤄졌지만, 지분가치는 50%에 못 미쳤다. 삼성과 현대차의 자녀세대 주식자산 비율은 각각 34.2%, 45.7%였다.

최근 2년여 새 자녀세대로의 주식자산 이전 작업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된 곳은 OCILG였다. OCILG는 현재 자녀세대 주식자산 비율이 각각 46.1%, 48.0%50%에는 못 미치지만, 2년 사이에 OCI26.03%p, LG25.43%p 상승했다. 전체 그룹 중 20%p 이상 자녀세대 비율이 커진 곳은 이들 두 곳뿐이다. 선대 회장의 작고 이후 자녀세대로의 자산 승계가 빠르게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현대중공업(16.51%p), 한화(13.35%p), 하림(12.59%p), 신세계(11.6%p) 등도 10%p 이상 상승했다.

경영승계 고민거리, ‘상속세’ & ‘경영권 위협

재계에선 국내 대기업에서 경영 승계를 누가 할지 정하는 것은 승계 1차 작업수준도 아니라고 말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의 족벌경영에서 누가 경영을 맡을지는 뻔한 것이라며 문제는 지배구조개편과 막대한 상속세, 오너 경영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어떻게 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이는 일감 몰아주기 및 순환출자 해소, 공익법인 규제, 금융·보험회사의 의결권 제한, 지주회사 요건 강화 등이 경영권 승계의 대표적인 난관이다.

상속세도 문제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 지분 17.08%를 확보, 이건희 삼성 회장을 대신해 총수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수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속세 부담으로 승계 최종 단계서 멈춰 선 상태다.

30대 그룹 중 지배사 최대주주로 오르는 경영 승계뿐 아니라 상속세나 지배구조 개편까지 완료한 곳은 두산과 현대백화점이 전부다. 두산은 4세인 박정원 두산 회장이 지분 5.5%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경영 승계 작업을 마쳤다. 현대백화점은 정몽근 명예회장이 20063세 경영인 정지선 회장에게 지분 17.09%를 증여하며 승계를 마쳤다. 현대백화점은 증여세를 한무쇼핑 지분 10.51%로 해결했다.

전문가들은 승계 구도가 완전한 승계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로 경영권 위협을 든다. 상속세를 내기 위해 지분을 팔면 헤지펀드를 비롯한 외부 자본의 공격을 막을 여력을 잃는다는 것. 기업금융 자문을 전문으로 하는 이제 변호사는 경영권 승계 진행에 대한 정리가 내부적으로 완료된 기업도 최종 승계 작업을 미루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돈과 시간을 들여 회사 주식을 모으고,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금이 확보되면 그때 승계 작업을 완료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경영승계 자격, ‘경영능력

경영자의 아들은 경영자 자리에 적합한가?” 그럴 리 없다. 현재의 경영자가 지금까지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고, 인품 또한 훌륭하더라도 대답은 바뀌지 않는다. 경영능력과 인품은 영향 받을 수 있을지언정 그대로 유전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경영자의 아들 역시 자신의 과거로써 미래를 증명해야 한다.

일등을 놓친 적이 없고, 그 성적을 바탕으로 외국의 명문대를 졸업했다고 해도 그것으로 경영능력이 검증되지는 않는다. 초중고 시절 좋은 성적을 유지한 사람은 농부의 아들 중에도 있다. 외국 명문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사람은 공무원의 아들 중에도 있다.

경영자의 아들이 경영자가 되려면 경영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어릴 때부터 후계자 교육을 받았다는 것은 참고사항은 될지 몰라도 검증받은 것은 아니다. 나라를 외세에 빼앗긴 왕도 왕위계승을 위한 엄격한 교육을 받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주주의 아들딸이 초고속으로 승진하는 사례를 자주 본다. 도대체 어떤 성과를 냈기에 남들은 수십 년 바쳐도 도달하지 못하는 자리를 몇 년 만에 꿰차는 것인가. 한 번도 회사에서 일한 적 없는 사람이 대주주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경영자 자리에 앉는 꼴도 우리는 본다. 부모의 능력은 자식의 실력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도 안 된다.

사단법인 범죄피해자지원협회 이덕로 회장은 아무리 개인 기업이라고 해도 함부로 자식에게 경영자의 자리를 물려줘서는 안 된다. 그 회사에도 직원들이 있고, 직원들 뒤에는 그들의 가족이 있다, “주식회사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경영 능력이 있는 사람이 경영자의 자리에 앉아야 한다는 상식에 동의한다면 우리는 비상식이 횡행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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