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수입ㆍ지출 최대... 순수익 BAD '왜'
이사회 총수일가 친목모임... 편법지배 논란
공익 관심 없고 수익나지 않은 수익사업 몰두

빌 게이츠(Bill Gates)·워렌 버핏(Warren Buffett)은 세계 최고의 부자이다. 상상 초월한 기부 천사이다. MS창업자 게이츠는 재단을 설립해 인류의 문제 해결을 위해 막대한 돈을 기부하고 있다, ‘투자의 귀재버핏은 게이츠 재단에 상당액의 기부금을 맡기고 있다. 한국 기업가는 어떤가. 기업마다 재단을 설립해 기부 문화 확산에 노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윤의 사회 환원·인재양성· 소외계층·문화예술 지원 등 목적으로 공익법인(재단)을 설립한 뒤 실제로는 편법으로 지배력을 확장하고 사익을 편취하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는 논란도 있다. ‘공정뉴스는 공정한 사회 구현을 위해 국내 기업들의 기부문화를 분석해 본다.

한진그룹(韓進集團, Hanjin Group) 은 운송업(물류, 항공, 해운)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집단이다.  1945년창업주 조중훈 회장에 의해 한진상사로 발족했다. 한국전쟁 후, 인천서 미군의 화물수송을 시작하는 것으로 본격적 운송업을 시작했다. 1960년대, 당시 공기업인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하여 196931일 대한항공을 발족하며 종합 운송 회사로 거듭났다. 현재 한진, 대한항공, 진에어, 한진해운, 한덱스, 한진에너지 등 여러 관련 계열사들이 있다 2005년 한진중공업그룹, 메리츠금융그룹 등이 분리됐다. 한진그룹은 비영리법인부문으로 정석인하학원을 운영하고 있다.상장사 5개사·비상장사 26개사를 거느리고 있다. 연 매출만 16조원이 넘는다.

한진(조원태 회장)에 속한 재단(財團)의 회계가 공개됐다.

지난달 19일 가이드스타코리아의 자료 분석결과, 정석인하학원, 일우재단 등 한진이 운영하는 2개 재단에 4개 년 간(2014~17) 수익금은 총 27156억 원이다. 지출금액은 15107억 원이다. 공익(公益)의 이름을 걸고 사익(私益)에 쓰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진에는 정석인하학원, 정석물류학술재단, 일우재단 등 3개의 공익법인을 갖고 있다.

20131월 국세청 고시(2013-5)에 따라 국세청 홈택스 '공익법인 결산서류 등 공시시스템'에 공시한 정석인하학원과 일우재단 등 2개 공익 법인에 대한 결산서류를 기부 활성화 목적으로 분석한 결과, 주요 의사 결정이 조양호 전 회장 일가에 지배력을 유지,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재단명

총수익

총지출

금융이자

부동산

기타공익수입

기부금

목적사업비

합계

정석인하학원

27093

15059

280

 

12275

759

3994

+12034

일우재단

63

48

 

50

 

 

37

+15억 

                                                                   〈12014~2017년도 수익·지출 내역

재계 서열 13위 한진의 정석인하학원은 여느 재단들과 비교해 12275억 원이라는 압도적인 기타공익수입을 벌어들였다. 또한 759억 원의 기부금을 통해 수익을 창출했다. 280억 원의 금융이자 수익은 덤으로 느껴질 정도다. 한편, 일우재단은 50억의 소소한 부동산 수입을 얻었다.

지출 항목에선 정석인하학원이 14~16년도 지출내역을 공시하지 않아 정확한 내역을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17, 1년 동안 목적사업비로 12000억 대를 사용했다. 하지만 사업실적을 공시하지 않아 어디에 쓰였는지를 알 수 없었다. 일우재단은 지출도 소소하게 37억을 사용했다.

4 개년도 회계분석 결과 한진은 12049억 원의 이익을 남겼는데, 기타공익 수입이 12000억 원을 넘긴 것이 큰 역할을 했다.

한진, 고등교육 문화예술 사업으로 사회공헌

한진그룹 산하 주요 재단은 정석인하학원과 일우재단이다.

정석인하학원은 한진그룹 창업주인 조중훈 회장의 정석(靜石)이란 호를 따서 1978년에 설립됐다. 원래 정석학원과 인하학원은 한진그룹 산하에 있는 각각 별개의 사학 재단이었으나 2013년에 정석인하학원으로 재단을 통합하였다. 대표적으로 인하대학교, 한국항공대학교, 인하공전 등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현정택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일우재단(21세기 한국연구재단)1991년 한진그룹이 미래한국 사회를 선도해 나갈 인재양성 및 문화 사업을 통해 국가사회 발전에 공헌하고자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의 재단법인이다. 조중훈 한진 창업주가 대한항공 지분 237552(출연당시 평가액 31억 원), 사돈 최현열 CY그룹 명예회장이 현금 33000만원을 출연해 설립됐다.

재단은 저개발 국가의 국가발전을 선도해 갈 인재 양성을 지원함으로써, 대한민국과의 우호 증진에 기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몽골,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대학 재학생들의 국내 대학 유학 학비, 생활비, 숙소지원 등을 하고 있다.

시민들을 위한 문화 전시공간인 일우(一宇)스페이스에서, 다양한 문화/전시회도 개최하고 있다. 사진/미술 관련 특별전, 기획전 이외에도 유망한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해 우리나라 전시 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아울러 문화예술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예술, 광고, 다큐멘터리 등 모든 사진 관련 분야에서 활동하는 열정적인 작가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일우(一宇)사진상을 수여하고 있다. 이 상의 명칭은 조양호 회장의 호를 따른 것이며, 뛰어난 재능과 열정이 있는 사진가들이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든든한 디딤돌이 되고 있다. 대림수산 상임고문인 오치남 씨가 이사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재단명

설립연도

대표자

주요사업

총자산

공익목적사업비

정석인하학원

1978

현정택

고등교육

1454

3994

일우재단

1991

오치남

문화예술, 고등교육

366

37

                                                                     〈22017년 한진 재단 현황

한진 재단?, 파도 파도 미담 없는 부실 운영

한진그룹의 공익재단들이 규모에 걸맞지 않은 허술한 운영으로 과세당국으로부터 가산세를 부과 받고, 계약 관련 법령을 위반해 감사 지적받는 등 내부 관리와 통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 결산공시에 따르면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은 2018, 과세당국으로부터 공익법인 신고 관련 의무 불이행으로 15천만 원의 가산세를 부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정석인하학원은 기부자 목록을 누락하거나 동일인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실제 사용하지 않은 금액을 지출했다고 공시하는 등 공시 자료의 숫자가 맞는 것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회계상의 오류가 다수 있었다.

아울러 정석인하학원이 정석기업 등 3개 업체와 빌딩 청소, 경비, 차량 임차, 시설공사 등 계약을 부당하게 체결한 혐의도 사실로 확인됐다.

정석인하학원의 국세청 결산 공시에 따르면 외부 회계감사를 맡은 삼덕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를 통해 "법령에 따른 수의계약 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수의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사학기관 재무, 회계 규칙 제35조 위반에 해당한다.

공익법인을 통한 사익편취 우려는 있었으나 직접적으로 자사 계열사를 우회 지원하기 위해 수의계약을 체결해 감사 지적받는 경우는 드물다. 정석인하학원은 인하대병원 지하 시설공사 등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43억 원 규모 계약을 경쟁입찰 하지 않고 수의계약으로 체결한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한진그룹 공익재단의 부실이 단순 착오나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해소할 수 없는 복잡성에서 기인한다는 점이다. 정석인하학원은 인하대학교, 한국항공대학교, 인하공업전문대학, 부속 병원 등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기타 수익사업을 펼치고 있다. 학교법인, 의료법인 등이 엮여 있어 사립학교법, 의료법 등의 회계 규칙을 적용해야 하는, 회계상의 난이도가 있어 회계 투명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정석인하학원은 1954년 인하학원이 인천광역시 지원을 받아 설립될 당시만 하더라도 인하공과대학이 전부였고, 민법에 따라 비영리법인으로 운영될 수 있었다. 그러나 1963년 사립학교법, 1973년 의료법이 나오면서 과거 비영리 법인을 청산하지 못한 상태에서 각각의 법을 적용받는 특수한 법인으로 남게 된 것이다.

사립학교법과 의료법은 운영상 드러나는 각종 폐해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이 일반의 평가다. 이를 정석인하학원에 적합하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회계 투명성 담보를 위한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시 오류 등으로 가산세를 부과 받아 부실이 만연하다는 의혹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회계 투명성 이외의 문제도 있다. 한진그룹 소속 공익법인은 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을 포함해, 대한항공, 한진, 정석기업 등의 주식을 2279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조양호 회장의 별세 이후 조원태 회장 중심의 후계자 체제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정석인하학원, 일우재단이 보유한 각각의 한진그룹 계열사 지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향후 분쟁 소지로 남을 수 있다. , KCGI와 경영권 분쟁도 이어지고 있어 공익재단을 편법적 지배력 확대를 위한 도구로 활용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한진 재단?, 총자산 BUT 공익사업지출 少少

그동안 한진 재단은 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진 일가가 이사장단에서 물러난 현재도 계열사 지분으로 의결권 행사를 하며 목적성이 불분명한 사업에 총자산 대비 미미한 규모를 지출하고 있다.

주목할 곳은 일우재단인데, 토지 226억 원어치를 갖고 있다. 재단 자산의 61.7%를 차지한다. 심지어 2016년 기준, 일우재단이 가진 토지의 공시지가는 900억에 달한다. 즉 실 재산가치는 1000억 원을 훌쩍 넘는다. 여기서 벌어들이는 부동산 수익은 연 11억 원 정도다. 이 외에도 금융이자 등으로 4억 원 정도를 더 번다. 이렇게 매년 10~18억 원 정도의 수입을 얻는다.

그런데 일우재단이 공익사업에 쓰는 돈은 연간 10억 원으로 매우 약소하다. 일우재단은 2018년 총자산의 2.72%9억 원을 공익사업에 지출했다.

우즈베키스탄, 몽골, 캄보디아 등 해외에 장학생을 유치하고, 국내 대학 진학을 돕는 장학 사업에 45000만 원가량을 지출했다. 문화 사업으로는 사진 사업과 전시 사업을 진행하면서 일우사진상 개최에 19000만원, 일우스페이스 전시에 27000만 원가량을 지출해 장학사업과 비슷한 규모다.

20186월 이명희 이사장에서 오치남 이사장으로 재단 이사장이 교체된 후에도 이러한 사업 구조에 변화는 없었다.

한편 2017년 사업연도에 기부금 지출 내역을 공시하지 않아 지적받았던 정석인하학원은 20182214명에게 지급된 기부금을 10000원 단위까지 기재하는 등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목적사업 지출의 공익성은 개선되지 않았다. 재단은 2018년 공익사업에 3886억 원을 썼는데, 이 중 58%2237억 원이 인력비와 시설비로 나갔다. 재단이 경영하는 인하대학교, 한국항공대학교, 인하공업전문대학교 등의 교직원 급여나 복리후생비 등이 공익사업 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이다.

한진 재단?, 공익재단?... 사익재단!

한진그룹 내 공익재단들은 공익(公益)의 이름을 걸고 은근슬쩍 사익(私益)을 추구하고 있다.

그런데 공익재단들 사이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의사결정을 하는 이사진이 조원태 회장 일가 또는 한진그룹과 특수관계에 있는 사람들이다. 둘째, 공익법인임에도 공익사업에 쓰는 돈이 미미하다. 셋째, 한진그룹 내 조원태 회장 일가의 지배력을 유지?강화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진그룹 전?현직 임원이 15명의 이사진 중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대놓고 법을 무시하는 처사다. 정석인하학원, 일우재단의 이사진을 비교하면 더러 같은 이름도 보인다. 이른바 공익법인의 '회전문' 인사다.

정석인하학원은 2018년 한진그룹 계열사들이 낸 기부금 52억 원으로 대한항공 주식을 과감히 산 반면, 재단 본래의 목적인 공익사업에 쓰는 데는 인색하기 짝이 없었다. 가령 인하대학교의 연간 예산 중 재단전입금은 3%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마저도 교직원들의 사학연금이 90% 이상이어서 재단이 학교에 쓴 돈은 사실상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한진그룹 계열사가 파산 위기에 몰렸을 땐 대학발전기금을 동원해 막아내기도 했다.

이렇듯 공익사업에는 관심이 없고, 수익이 나지 않는 수익사업에만 몰두하고 있는 한진 재단들. 그 속에서 이득을 보는 건 조원태 회장 일가뿐이다. 실제로 정석인하학원은 2.7%의 대한항공 지분과 조원태 회장 측에 우호적인 이사진으로, 지금까지 조 회장의 지배력 행사에 유리하게 의결권을 행사해왔다. 그리고 온갖 전횡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으면서도 조원태 회장 일가는 끄떡없이 공익법인들을 움켜쥐고 있다.

언젠가부터 유행처럼 재벌기업들은 공익법인을 만들어 교육, 복지, 의료, 예술 사업을 표방하고 나섰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공익법인들이 상속?증여세, 부가세 면제 등의 세제 혜택을 이용해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나 경영권 승계에 이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사회 구성, ·현직 임원 포진... 사익편취 의혹 증폭

정석인하학원의 이사장을 지낸 조양호 회장이 숨을 거두고, 부인 이명희 씨가 갑질 논란으로 일우재단 이사장에서 물러나면서 한진그룹의 공익재단은 한 차례 개편을 거쳤다. 그러나 한진그룹의 손길이 닿는 인물들이 재단 이사회에 다수 포진해 있어 사익편취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정석인하학원은 조 회장 별세 이후 현정택 전 청와대 수석이 새로운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조 회장과 경복고 동문인 현 이사장은 서로 가까웠던 사이로 알려졌다.

그래서 외부 인사인 현 이사장을 선임했지만 총수일가가 재단을 통해 사익을 편취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사회에 한진그룹 전·현직 임원들이 다수 소속돼 있어 사실상 총수일가 영향력 아래 있기 때문이다.

정석인하학원의 이사회는 20195월 기준 14명의 이사와 2명의 감사로 구성됐다. 그런데 특수관계인을 과도하게 선임해 공익법인법을 위반했다.

공익법인법은 이사회 구성 시 특수관계인을 이사 현원의 5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정석인하학원 이사회에는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한국공항 강영식 사장, 원종승 정석기업 사장, 최병권 전 대한항공 상무, 조항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한진그룹의 일원들이 이사로 자리하고 있다. 특수관계인이 총 5명으로, 현원(14)5분의 1을 크게 넘었다.

특히, 정석인하학원의 이사로 있는 조원태 회장이 지분 확보를 위해 재단을 이용할 수도 있다. 재단은 한진(3.96%), 대한항공(2.74%), 한진칼(2.14%)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공익법인은 5%(성실공익법인은 10%)까지 증여세와 상속세 면제받는다는 점을 이용해 총수일가가 세제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조현아, 조원태, 조현민 3남매가 내야 할 상속세는 2000억 원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정석인하학원?, 자산은 1조 회계는 구멍가게 & 재단 이용 편법적 지배력 확대

정석인하학원의 회계 처리가 구멍가게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은 물론 사익편취 우려가 심각하다. 또한, 편법적 지배력 확대 논란에서도 벗어나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각종 의혹을 받고 있는 정석인하학원의 국세청 공시 자료 조회 결과 숫자가 맞는 것을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2017248억 원 대 기부금을 받았으나 기부자 목록 자체를 조회할 수 없었다.

또한, 정석인하학원은 인하대학교, 인하공업전문대학교, 한국항공대학교를 소유하고 있어 회계 처리에 투명성을 더해야 한다. 그런데 장학금 지출 내역을 살펴보면 동일 인물에게 4회에 걸쳐 장학금을 지급하거나, 1명에게 15천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다.

기부금 지출 내역의 오류는 또 있다. 기금조성비 명목으로 248천만 원을 하나은행에 예탁했는데 실제 사용하지 않은 금액을 지출했다고 공시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2017년 회계연도 기간 목적사업에 3994억 원의 사업비를 지출하면서도 일반관리비는 0원으로 기재하는 등 회계 장부의 오류가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편법적 지배력 확대 논란도 있다. 정석인하학원은 한진 주식 3.96%, 대한항공, 2.71%, 한진칼 2.12%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대한항공, 한국공항, 한진, 진에어 등으로부터 받은 기부금 중 일부인 52억 원을 대한항공 주식을 취득하는 데 사용했다. 대한항공과 한진칼은 지난해 배당 내역조차 없어 재단 운용자금 마련을 위한 투자로 보기도 어렵다.

실제 이를 토대로 정석인하학원은 2017년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조원태 사내이사 선임 건에 찬성표를 던졌으며,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도 의결권을 행사했다. 계열사 주식이 조양호 회장의 지배력 확대에 사용된 것이다.

정석인하학원?, 수입도 지출도 ... 순수입

정석인하학원의 수익사업 규모가 눈길을 끈다. 정석인하학원의 고유목적사업 수입이 한 해 4000억 규모인데, 수익사업 수입이 3000억 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관련법에 따르면 비영리 공익 재단법인의 수익사업은 목적사업의 경비 충당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인정된다.

정석인하학원의 수익사업 수입 규모가 큰 것은 부속병원 및 의료센터 운영에서 비롯됐다. 3000억 원이 넘는 수입 가운데 2900억 원이 병원 운영과 임대업 수입 등이다. 수입이 많은 만큼 지출도 많았다. 수익사업 전체 소득금액은 124억 원으로 이익률은 높지 않았다. 수익사업에서 소득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은 배당 및 이자 등 금융자산이다.

정석인하학원은 2016학년도 7059억 원의 수입금액을 기록했다. 고유목적사업 수입이 4027억 원이었고, 수익사업 수입이 3032억 원이었다. 구체적으로 고유목적사업 수입은 등록금(2519억 원) 등 목적사업 수입이 3098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그밖에 보조금 615억 원, 기부금 313억 원 등이 더해졌다.

수익사업 수입은 크게 금융, 부동산, 기타수익사업 등으로 분류됐다. 금융수입 규모는 75억 원, 부동산 임대 등을 통한 수익은 30억 원이다. 부동산 수입은 85천만 원의 필요경비가 소요되면서 순수입이 22억 원에 그쳤다.

수익사업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큰 것은 기타 부문이다. 기타 수익사업으로 잡힌 수입규모가 2926억 원으로 전체 수익사업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정석인하학원 정관에 따르면 법인이 설치·경영하는 학교의 운영을 위해 진행하는 수익사업은 임대업(토지건물), 의료사업, 의료용품 도매업, 현봉안사업, 일반 도소매업, 주차장 운영업, 기타 상기관련 부대사업 등 7개로 정해져 있다.

정관은 또 해당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한일빌딩·인하빌딩·항동창고·동대전 부동산 등의 임대관리사업, 인하영현봉안, 인하국제의료센터 관리 사업을 경영하도록 정하고 있다. 결국 2926억 원에 달하는 기타 수익사업 수입은 병원 운영 및 임대사업 등에서 발생했다.

해당 사업은 소요되는 지출 규모도 컸다. 벌어들인 2926억 원의 수입 가운데 2899억 원이 필요경비로 지출돼, 소득 금액은 27억 원에 그쳤다.

수익사업 수입 규모는 병원 운영 및 임대업 등 기타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컸지만, 순소득 기준으로는 별도 경비가 필요 없는 금융자산이 가장 크게 기여하고 있다.

수익사업 수입 및 지출, 소득 현황 등은 정석인하학원의 자산 현황과 관련 있다. 정석인하학원 총 자산규모는 1413억 원 규모인데, 금융자산 규모가 3577억 원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고유목적 금융자산이 3502억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수익사업 금융자산은 75억 원 규모다.

토지와 건물의 경우 총자산가액이 각각 470억 원, 3490억 원이다. 이 가운데 수익사업으로 분류된 금액은 각각 38억 원, 57억 원 가량이다. 정석인하학원은 부동산 임대 수익사업으로 30억 원의 수입을 기록했고, 22억 원의 소득을 올렸다.

계열 항공사들 기부금 정석인하학원에 올인

한진그룹 계열 항공사들이 정석인하학원에 기부금 명목으로 여전히 많은 돈을 몰아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과 진에어가 지출한 기부금의 대부분이 정석인하학원의 재원으로 쓰이고 있어 사회공헌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2019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집행한 기부금은 지난 2017946020만 원에서 201896180만 원으로 소폭 늘었다. 다만 해당 기부금의 절반 이상이 지속적으로 내부 계열회사인 정석인하학원으로 흘러들어가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정석인하학원과의 거래를 통해 지난 2017529446만 원을 지출했으며, 2018년에도 509856만 원을 집행했다. 이는 해당 년도 기부금 대비 각각 56.0%, 53.1%에 달하는 비중으로, 절반 넘는 금액이 지속적으로 정석인하학원에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정석인하학원의 회계 기준으로 따져보면 해당 사학재단이 대한항공을 통해 얻는 수익은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정석인하학원은 특수관계자인 대한항공과의 거래를 통해 2017499500만 원의 기타수익(기부금 등)을 올린 데 이어, 2018564556만 원을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

진에어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진에어는 2017년과 2018년 각각 집행한 기부금 33334만 원과 279673만 원 중 70%가 넘는 금액이 정석인하학원에 쓰인 것으로 나타난다.

진에어 사업보고서에 명시된 특수관계자 거래 내역을 살펴보면 2017년 정석인하학원에 쓰인 판관비(기부금 포함)259396만 원으로 해당 년도 기부금의 78.5%를 차지한다. 2018년에 집행된 금액 역시 208985만 원으로 74.7%를 기록했다. 비중으로 보면 감소 추세이지만, 전체 기부금 중 4분의 3 가량이 계열 사학재단의 재원으로 쏠리고 있다는 점은 문제가 크다.

정석인하학원 감사보고서에서도 해당 수치는 큰 변동이 없다. 진에어로부터 2017199500만 원의 기타수익(기부금 등)을 올린 것은 물론, 2018년에도 19억 원을 거둬들였다.

일우재단?, 창업주 기부로 탄생... 총수 일가 기부 ‘0’

'21세기한국연구재단'이란 이름으로 설립된 일우재단은 19922월 한진그룹 계열사 제동흥산(현 한국공항)233억 원어치 제주도 서귀포·조천읍 일대 제동목장 땅(260만평)을 기증하면서 자산이 급격히 불어났다.

제동흥산이 제동목장 땅을 일우재단에 기증한 것은 당시 노태우정부의 5·8경제조치(대기업 비업무용자산 강제매각 명령)를 이행하기 위한 것이었다. 정부의 칼날을 비켜가는 동시에 계열 공익재단에 부동산을 기증하면서 거액의 증여세를 피할 수 있는 방편이었다.

조양호 회장이 재단 운영에 본격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한 것은 19944월이다. 제동목장 증여 등을 계기로 재단의 틀이 잡혀가자 2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것이다. 이후 20093월까지 무려 14년간 이사장을 장기 연임했다.

조 회장의 뒤를 이은 인물은 부인 이명희 씨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이사장직을 맡았다. 조 회장 부부가 총 24년간 일우재단 운영을 좌지우지하는 자리에 앉아있는 동안 재단의 핵심 재산 목록은 변함없이 제동목장 땅과 대한항공 주식이었다.

일우재단은 제동목장 땅을 가지고 계열사를 상대로 부동산임대업을 한다. 한국공항과 대한항공이 제동목장 땅을 빌려 쓰는 대가로 재단에 임대료를 내고, 재단은 임대료를 바탕으로 공익사업을 하고 있다. 창업주 세대가 기부한 재산으로 만들고, 유지돼온 공익재단을 후대가 이사장직을 돌려 맡으면서 권한만 누리고 있는 셈이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일우재단이 국세청에 제출한 결산서류를 통해 기부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조양호 회장과 이명희 이사장은 이 기간 동안 재단 이사장직을 나눠서 맡았지만 개인 재산을 재단에 기부한 내역이 없다. 세 자녀 조현아·조원태·조현민도 일우재단을 위해 지갑을 열지 않았다.

특히 이 기간은 싸이버스카이와 유니컨버스를 중심으로 한진가() 3세 소유 회사의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집중적으로 불거진 시기였다. 조 회장의 세 자녀는 이들 회사의 주요주주로 있으면서 막대한 부를 형성했고, 후계승계를 위한 실탄을 마련했음에도 기부금은 0원이었다.

일우재단?, 이명희 이사장 시대... 바꿔 모두 다 바꿔

한진 총수 일가는 재단의 재산 형성에 기여하지 않았지만 일우재단 운영에는 주도적 역할을 했다. 특히 이명희 씨가 이사장에 취임한 이후 재단의 성격은 크게 달라졌다.

이명희 씨는 우선 이사장 취임 5개월만인 20098월 재단이름을 바꿨다. 21세기한국연구재단에서 남편 조양호 회장의 호를 딴 지금의 일우재단으로 바꾼 게 이때다. 설립 때부터 18년간 사용해오던 이름을 갈아치운 것이다.

같은 해 11월에는 재단의 주력사업을 장학 사업에서 문화예술 사업으로 변경했다. 장학재단을 미술관으로 바꾼 것. 당연히 일우재단의 공익사업 자금집행 내역은 크게 달라졌다.

이명희 씨가 이사장으로 취임하기 직전인 2008년 일우재단은 81580만원을 공익사업에 썼고, 이중 79%64760만원을 장학·학술지원에 사용했다. 문화 사업에는 고작 8000만원만 썼으니 명실상부 장학재단이었다.

하지만 이 씨의 등장 이후 문화사업 비중이 대폭 늘었다. 특히 사진·미술전시공간인 일우스페이스를 오픈한 2010년부터는 전체 공익사업비의 절반가량을 사진·전시사업에 사용해 왔다.

이 씨가 이사장에 취임하기 전인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일우재단은 연 평균 87200만원을 공익사업에 썼다. 연도별로 공익사업 집행 총액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재단이 쓸 수 있는 자금은 한정적인데 사용 내역만 달라진 것이다.

공익재단 운영?, ‘엉망진창

'땅콩회항', '물컵갑질' 등 수 차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며 사회적 공분을 산 조원태 총수일가의 한진그룹은 공익재단 운영에 있어서도 문제를 보였다.

막대한 자산을 재단에 묶어 놓고, 재단의 존재 가치인 공익사업에는 소극적이며, 인하대·한국항공대 등 사립대학교 운영에 더욱 적극적이다. 그런데, 이 대학 운영마저 총수일가를 위한 수익구조로 이용되기도 했다.

일우재단은 서울 중구의 대한항공 빌등 1층에 위치한 일우스페이스를 통해 전시사업을 한다. 사진 분야 작가를 발굴·육성하는 일우사진상 사업, 국내외 장학사업을 한다. 일우사진상 사업으로 예술, 광고 등 사진 관련 분야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작가를 선정해 작품 활동, 사진집 출판, 개인전 개최 등을 지원한다. 이 개인전 개최는 재단의 일우스페이스 공간에서 주로 열린다. 이 공간 역시 일우사진상 작가들의 작품으로 채워진다.

사진 전시 외에도 회화, 조형, 설치미술 등 기획을 통해 다양한 전시를 한다. 일우스페이스에서 열리는 전시는 모두 무료다.

재단은 공익사업에 201710억 원을 썼다. 같은 해 재단의 총 자산은 366억 원으로 자산대비 공익사업 지출 비중은 2.97%에 불과하다.

한진그룹의 공익법인 운영은 두 재단의 초라한 공익사업 지출 비중이 보여주듯, 이보다는 정석인하학원을 통한 사립대학교 운영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운영마저 탐탁치 못하다.

20197월 발표한 교육부 감사결과를 보면 인하대학교는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일가의 돈벌이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 정도다.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인하대병원 1층 외래 접수·수납 창구 바로 옆에 입점해 있는 '이디야' 커피 전문점은 20075월부터 지하1층 임대료인 월 2200만원보다 낮은 가격으로 임대해왔다. 이를 통해 2019년에만 임대료 1900만 원, 보증금 3900만원의 손실을 병원 측에 입혔다.

이 카페의 점주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다. 해당 카페는 조현민 전 전무가 10년 넘게 운영했으며, 수입이 많이 나는 곳이다. 2003년에 개업한 이곳은 심지어 조 전무 이전에는 조원태 회장이 운영했었다. 해당 커피 전문점은 20186월에 조 전무의 갑질사건 이후 가맹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2019년 철수한 상태다.

생전 조양호 회장은 학교법인 이사장으로서 대학 발전을 위해 재정을 지원하기는커녕 계열사와 자식들을 동원해 오히려 이익을 갈취해 왔던 것이다.

공익재단 운영?, ‘경영권 강화

한진그룹 공익재단은 각종 조세감면 혜택을 받으면서 설립 목적과 달리 기업집단의 계열사 지분을 장기 보유하며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증여세 면제 5%룰을 악용한 편법상속 논란도 끊이질 않았다. 창업주 조중훈 회장은 타계 직전까지 보유하고 있던 대한항공과 ()한진 주식 대부분을 인하학원과 정석학원, 일우재단 등에 넘겼다. 증여 당시 김종선 전 정석기업 부회장이 인하학원과 정석학원의 이사장을 맡아 편법상속에 대한 비판 여론을 피하려고 했으나, 두 재단의 현 이사장들은 총수일가와 친분이 두터운 인물들이다.

한진의 공익재단들은 한진칼, ()한진, 대한항공 등 그룹 핵심 계열사들의 주식을 5% 이내로 보유하고 있다. 추후 지배력 강화 목적의 지분 추가 매입 가능성이 있다. 정석인하학원의 경우, 계열사로부터 현금을 증여받아 타 계열사 우회지원 창구로 활용된다는 의혹도 있다. 실제 20162월 다수 계열사들로부터 총 45억 원을 증여받아 다음 달 대한항공의 유상증자에 참여(52억 원)했다.

더 이상 공익(公益)을 위한 재단이 공익(空益)재단이 돼서는 안 된다. 사회의 공적 이익에 이바지하려는 공익재단 본래의 취지를 되찾기 위해 시민사회의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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