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인력 확대 없이 노동시간 단축 밀어붙인 결과”
1월엔 ‘태움’ 극단적 선택…인사 등 부당행위 드러나

서울시가 관할하는 의료기관인 서울의료원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있다.(출처=서울의료원 홈페이지)
서울시가 관할하는 의료기관인 서울의료원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있다.(출처=서울의료원 홈페이지)

서울시가 관할하는 의료기관인 서울의료원(원장 김민기)에서 노동자들의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 초 간호사 조직 내 괴롭힘인 ‘태움’에 시달린 것으로 추정되는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이어 이번에는 미화원이 12일 연속으로 출근해 일하다 갑자기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인력 운용과 인사에서 병원 측의 부당 행위도 드러나고 있다.

9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새서울의료원분회에 따르면 무기계약직 미화원으로 일하던 심모씨(60)는 지난 4일 출근 후 “배가 많이 아프고 담에 걸린 것 같다”며 오후에 조퇴했다. 심씨는 구토를 심하게 하고 연신 코피를 쏟아 그날 저녁 의료원 응급실에 입원했지만 이튿날 아침 숨졌다. 심씨의 사인은 폐렴이었다.

심씨는 올 들어 평일 근무와 주말 근무에 이어 또다시 평일 근무를 하는 ‘12일 연속 근무’를 여러 차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 확인 결과 미화원 중에는 18일 연속 근무한 사람도 있었다.

김경희 새서울의료원분회장은 “이번 사건은 ‘서울형 노동시간 단축’의 핵심인 ‘선 인력 확대, 후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전제를 무시해 발생했다”며 “보여주기식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결과”라고 말했다.

의료원 미화원들의 경우 연차 소진을 감안하면 3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인력 충원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숨진 심씨가 의료폐기물에 의한 감염으로 숨졌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고인이 숨질 무렵 의료폐기물 수거업체의 소각로 고장으로 의료폐기물이 무더기로 의료원 지하통로에 쌓여 있었다. 미화원들이 자주 오가는 장소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의료폐기물이 지난달 22일 발생분부터 최장 20일 가까이 방치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일반의료폐기물은 5일 이내, 격리의료폐기물은 2일 이내에 소각 처리하도록 규정돼 있다. 의료원 측은 노조가 지난 7일 심씨 사망과 관련한 성명서를 내자 하루 만에 폐기물을 모두 치웠다.

서울의료원에서 벌어진 사망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5일 간호사로 일했던 서지윤씨가 ‘병원 직원에게 조문도 받지 말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씨가 ‘태움’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지난 3월 서울시는 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했지만 조사 활동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6일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난 서씨 유족과 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의료원 측이 자료 제출 등 조사에 협조하도록 해줄 것을 촉구했다. 2015년 11월에는 행정 업무를 맡고 있던 직원이 잦은 부서 이동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사망 3년여 만인 최근에야 산업재해 인정을 받았다.

서울의료원은 암 판정 간호사에게 암 병동 근무를 시키기도 해 논란이 일었다. 전임 새서울의료원분회장이었던 수간호사 황선이씨는 유방암 투병 중이었음에도 올해 1월 말기 암 환자들이 많은 호스피스 병동으로 배치됐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달 이를 부당 전보로 판정했다. 서울의료원은 60세 이상 여성 미화원들에게만 야간근무를 시켰다가 지난 3월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차별 시정 권고를 받았다.

의료원 측은 “심씨가 주말에 개인 일정이 있어서 근무 순번을 조정하면서 ‘12일 연속 근무’를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폐기물은 전용 용기에 넣어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곳에 보관했다”며 “처리 기한이 지난 폐기물이 있었던 부분은 사실 관계를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

저작권자 © 공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