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1일 중국 상하이 애플스토어 오픈 행사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1일 중국 상하이 애플스토어 오픈 행사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지금 우리 생활에서 휴대전화를 빼면 무엇이 남을까? 모처럼 아들 손주들을 집으로 불러 식사와 함께 정겨운 대화를 기대했으나 그 꿈이 허무하게 깨어지는 데는 10초도 안 걸리더라고 어느 노부부는 탄식했다. 아들네나 손주들이나 하나같이 휴대전화만 들여다보며 ‘혼자 즐겼기 때문’이다. 이 집만의 일이 아니다. 길을 걸어갈 때도. 지하철에서도, 휴대전화를 켜지 않으면 곧 세상의 종말이 오는 줄로 아는 것이 ‘현대인’이며 디지털시대를 사는 이들의 존재 이유다. 그 휴대전화의 최대 공급자인 애플이 미국 법무부로부터 독과점 금지법 위반으로 소송을 당하게 된 것은 심상한 일이 아니다. 애플을 위해서가 아니라 현대인 존재 이유의 필수조건인 휴대전화를 아날로그 시대 법으로 재단(裁斷)하러 나선 미국 정부의 용기와 이에 맞서는 첨단기술 거대기업의 승부가 어떻게 날것인가 흥미롭기 때문이다.

미 법무부가 밝힌 제소 이유는 네댓 가지가 되지만 한 묶음으로 표현하면 타사제품에 대한 견제가 도를 넘어 공정한 경쟁의 장애로 작용한다는 것. 애플 경영의 핵심부문을 단칼에 도려낼 정도로 위세가 당당하다. 법무부 당국자는 ‘애플은 자사 제품을 개선하기보다 타사제품 흠을 뜯어 독점을 강화한다’고 비난한다, 이에 대해 애플은 이번 소송이 애플의 존재와 이념을 위협하는 행위이며 사실에서나 법률적으로나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맞설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 법무부는 1970년 AT&T를 독과점 법 위반으로 제소, 회사 분할과 통신 요금 대폭 인하를 유도한 바 있다. 대형 IT 기업을 상대로 독과점 법 위반 소송을 일으킨 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8년 마이크로소프트의 PC의 OS와 브라우저 묶음 제공, 2020년 구글의 검색 서비스, 법무부는 아니지만 연방 거래 위원회(FTC)의 페이스북의 SNS 서비스, 2023년 역시 FTC가 아마존의 인터넷 판매 서비스 등 이른바 GAFA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의 독과점 폐해 시정에 주력해 왔다. 최종 승소한 것보다는 화해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사례가 더 많다. 이번 애플과의 소송도 아무리 짧게 잡아도 수년이 걸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따라서 일정 수준에서 화해로 결론을 낼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현재 미 법무부는 애플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고기능 휴대전화는 70% 이상, 일반기기는 65% 이상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애플은 전 세계를 기준으로 하면 점유율이 ‘겨우’ 20%대라고 반격한다. 미국 독점금지법이 규정하는 독과점 기준은 60% 이상이다. 따라서 분모를 ‘미국 내’로 볼 것이냐 아니면 ‘전 세계’로 보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 애플과 일부 학계서 이번 미 법무부 제소가 무리하다고 보는 배경이다.

문제는 유럽연합(EU)은 IT 기업의 ‘횡포’를 막기 위해 디지털시장법(DMA)을 제정하여 본격 운용에 들어감으로써 ‘낡은 법으로 재단하러 든다’는 반격에 벗어났으나 미국은 그렇지 못하다는 약점이 있다. 바이든 정부 역시 디지털시장법과 유사한 법 제정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다만 공화당이 지배하는 하원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애플이 일방적으로 유리한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소송에 집중하다 보면 기술개혁 등에 뒤질 수밖에 없는 것이 특히 IT 업계의 실정이다. 유럽의 디지털시장법에 맞추어 가면서 미국 독과점 법 소송에 대응하는 것이 세계 톱 브랜드임을 자랑하는 애플로도 버거운 일임이 분명하다. 자칫하다가는 기술 혁신에 뒤져 GAFA의 왕관을 빼앗길지도 모른다.

i폰뿐만 아니라 휴대전화 기능 없이는 사교생활 자체가 불가능한 시대다. 대화와 문자를 통한 친구와의 사귐, 이커머스 쇼핑, (자동차용이 아니더라도) 내비게이션 길잡이 정보, 등등 필수 인프라를 완비하고 있는 것이 바로 휴대전화다. 애플만 하더라도 보급 단말기가 22억 대, 게임과 음악 서비스를 포함한 이용자가 10억 명을 넘는다. 애플의 순이익은 1천 5백억 달러나 된다.국내총생산(GDP)이 이에 미치지 못하는 나라가 세계 1백여 곳에 이른다.    애플의 영향력이 국가(정부) 수준으로 높아졌음을 뜻한다. 이번 미 정부의 제소가 기업은 기업 차원에서, 국가(정부)는 국가 차원에서 인프라를 정비하여 국민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는, 다시 말하면 서로의 선을 넘지 말라는 뜻이 함축되어 있음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국가 간의 경쟁과 거대 IT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새로운 기반이자 률이될 날도 모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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