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 4만t 적재 선박 침몰 생태계 파괴 우려
주변국 어업·담수화·통신캐이블 시설 위험

 벨리즈 선적 영국 화물선 루비마르호가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은 뒤 홍해에 기름띠가 형성된 모습 @뉴시스
 벨리즈 선적 영국 화물선 루비마르호가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은 뒤 홍해에 기름띠가 형성된 모습 @뉴시스

[조나단 ESG전문기자] 홍해(紅海)의 환경재앙이 예상된다. 홍해에서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은 영국 소유 화물선 루비마르호가 2일 바다 밑으로 완전히 침몰했다. 침몰된 배에서 유출된 각종 기름과 배에 적재됐던 비료 4만 1000t이 일대 환경을 오염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사이의 만인 홍해 일대는 희귀 산호초 등 다양한 해양생물의 군락지이다. 

3일(현지시간)미군 중부사령부는 엑스(옛 트워터)를 통해 루비마르호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비료를 싣고 불가리아에 가기 위해  홍해와 아덴만을 연결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항해하던 중 1월 19일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은 뒤 6주 만인 2일 오전 2시 15분께 바다 밑으로 완전히 침몰했다고 밝혔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반미·반이스라엘 성향의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과 싸우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지지하며 지난해 11월부터 홍해를 지나는 서구 주요국 민간 선박을 공격했다. 홍해발 물류대란을 초래했다. 후티는 이들 국가들이 이스라엘을 편든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이들의 공격으로 선박이 침몰한 것은 루비마르호가 처음이다.

루비마르호가 공격을 받고 침몰하면서 기름이 바다에 유출되면서 30㎞에 이르는 기름띠가 형성됐다. 배에 있던 2만1000t  황인산 암모늄 비료가 바다에 유출됐을 때 심각한 환경 위험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알리 알사왈미 요르단대학 해양과학관측소 소장은 "기름 유출에 이어 많은 비료까지 바다로 흘러들어가면서 해양 생물들이 심각한 위험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이어 "비료 유입으로 바다의 영양분이 과다해지면 물속 식물(조류)이 급격하게 늘면서 산소가 부족해진다"며 “홍해 정화 전략과 오염 지역 감시를 위한 긴급 계획을 주변국들이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해의 해류는 겨울철에는 북쪽으로 흐르고 여름에는 남쪽으로 흐르는 순환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환경 오염 우려가 더 크다는 지적이다.

해상 보안 관련 기업 ‘아이아르(I.R.) 콘실륨’의 설립자 이언 랠비는 “(이런 특성 때문에) 홍해에 유출된 물질들은 홍해에 그대로 남는다”며 “여러가지 방식으로 피해를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홍해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산호초들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홍해 연안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바닷물 담수화 시설을 갖고 있다. 또 예멘 등의 경우 홍해에서 잡은 수산물이 중요한 영양 공급원이자 수출 상품이다.

후티 반군의 루비마르 공격 이후 대부분의 대형 선박들은 홍해 항로를 피하고 있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소형 선박들은 여전히 이 항로를 이용하고 있다. 이런 배들까지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게 된다면 환경 파괴 위험은 더욱 크다고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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