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과학아카데미, 알려진 해빙 시점인 1970년 보다 30년 빠른 1940년대부터 녹기 시작
"온도 상승 1.5도 이내로 억제해도 빙하 26% 사라진다"...기후위기 대응이 재앙막는 숙제

@ National Snow and Ice Data
@ National Snow and Ice Data

[공정뉴스_조나단 ESG전문기자] 기후위기가 심각하다. 인류가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억제하더라도 2100년까지 그린란드와 남극 빙상을 제외한 세계 빙하 질량의 26%가 사라진다.  온실가스 감축에 실패해 지구 온도 상승폭이 4도에 이르면 이 비율은 42%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지구에는 재앙적 홍수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경고이다.

26일(현지시간) 미국국립과학아카데미는 남극 스웨이츠 빙하(Thwaites Glacier)가 해빙(解氷) 시점으로 알려진 1970년대보다 30년 앞선 1940년대부터 녹기 시작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기존 연구보다 30년가량 앞당겨진 것인 빙하가 녹으면서 다가 올 ‘재앙적인 홍수’도 30년 앞당겨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스웨이츠 빙하는 지구종말의 방아쇠를 당기는 ‘최후의 심판일(둠스데이·Doomsday)’ 빙하라고 불린다. 빙하는 남극대륙의 서해안을 따라 120km에 걸쳐있다. 넓이는 약 19만2천㎢로 한반도(약 22만㎢)보다 조금 작다.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의 빙하지형학자였던 프레드릭 스웨이츠(Fredrik T. Thwaites, 1883-1961) 교수의 이름 따서 명명됐다

해저에서 추출한 해양 퇴적물을 분석한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 연구진은 "적도 주변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현상인 엘니뇨에 의해 빙하가 녹았을 가능성이 크다. 1940년대 이후로 빙하가 회복되지 못했다. 인간이 초래한 지구온난화가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했다.

스웨이츠 빙하는 다 녹을 경우 해수면 상승으로 재앙적인 홍수를 초래할 것이라는 의미에서 둠스데이 빙하라 불린다. 전문가들은 스웨이츠 빙하가 완전히 녹을 경우 해수면이 약 61㎝ 이상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 공동 저자인 제임스 스미스는 "이번 연구로 스웨이츠 빙하가 녹는 것을 막기 매우 어렵다는 사실이 증명됐다"면서 "과거 빙하가 녹고 회복한 경우가 있으나 스웨이츠 빙하는 회복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가 점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스웨이츠 빙하는 남극 대륙 안쪽으로 기울어진 기반암 위에 있다. 빙붕 하부와 기반암이 만나는 지점을 접지선(grounding line)이라 한다. 빙붕 아래로 따뜻한 바닷물이 유입되어 빙붕 하부가 녹는다. 접지선이 경사진 기반암을 따라 빙하 안쪽으로 후퇴하여 기반암 위에 있던 빙하는 물 위에 뜨게 된다. 기반암 위에 있을 때보다 물 위에 떠 있을 때 더 빨리 이동한다. 결국 내륙 빙상이 바다로 밀려 나오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 이를 ‘해양 빙상 불안정’(Marine Ice Sheet Instability, MISI)이라 한다

스웨이트 빙하에서 매년 수십억 톤의 얼음이 녹아 해양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이 물은 연간 해수면 상승분의 4%를 차지하고 있다. 빙하와 해저가 맞닿은 지점에서 얼음이 빠르게 녹고 있다. 1990년대 말 이후 약 14km에 이르는 부분이 사라졌다. 

얼음 아랫부분의 크레바스와 테라스라고 불리는 부분에서 극단적으로 얼음이 녹고 있다. 빙하 바닥 부분의 깊은 균열이 나 있거나 계단 모양 등 복잡한 모양으로 형성된 곳이 빠르게 녹고 있다는 것. 따뜻하고 염분을 지닌 바닷물이 얼음층의 균열이나 크레바스 속을 비집고 들어가 빙하의 상태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해수면 상승은 두 가지 요인이 있다. 하나는 남극과 그린란드의 육상 빙하가 녹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해양이 지구 가열의 90% 이상을 흡수함에 따라 물이 따뜻해져 부피가 팽창되는 열팽창이다.

1900년 이후 해수면은 20㎝ 정도 상승했다. 해수면 상승에서 열팽창이 큰 구실을 했다. 1993년 50%를 차지했던 열팽창의 기여도가 2014년 이후 30%로 감소했다. 반면 해수면 상승 원인으로 빙하가 녹는 비율은 커지고 있다. 빙하가 녹을 때 단순히 얼음 표면에서만 녹는 것이 아니라 얼음이 깨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깨진 얼음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 물에 접하는 얼음 표면적이 넓어지므로 더 쉽게 녹는다. 이는 얼음을 깨뜨려 물그릇에 넣으면 빠르게 녹는 것과 같은 이치다.

최근 해수면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평균 해수면 상승률은 1901~1971년에 연간 1.3㎜이다. 1971~2006년에는 연간 1.9㎜로 높아졌다. 2006~2008년에는 연간 3.7㎜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2018년 스웨이츠 빙하 연구 위한 5년 간의 국제 협력이 시작됐다.  2020년 영국과 미국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국제 스웨이츠 빙하 협력(ITGC, The International Thwaites Glacier Collaboration)연구자들은 빙하에 대한 미래 시나리오를 만들고 가능한 붕괴 시간을 예측하기 위해 측정을 수행했다.

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IPCC) 6차 보고서에서 1995~2014년 대비 2100년 해수면은 미래 시나리오에 따라 0.5~0.9m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구가열에 따라 빙하 표면이 점진적으로 녹는 경우이다. 여기에 빙하 붕괴를 함께 고려한 고배출 시나리오(SSP5-8.5)에서는 2100년까지 2m 그리고 2150년까지 5m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한다.

해수면 상승은 해안 범람, 기반 시설 파괴와 대형 폭풍해일을 일으키고 바닷물이 스며들어 저지대 농경지를 파괴한다. 인류의 3분의 1 이상이 해안선에서 100㎞ 이내에 살고 있다. 6억명이 넘는 인구가 해발고도 10m 아래, 이 가운데 1억5천만명은 1m 이내에서 산다. 전 세계 강 하구 삼각주 비옥한 땅에 3억명 이상이 거주한다. 이들 중의 상당수는 개발도상국 사람이므로 식량 부족을 겪을 수 있다. 해수면이 1m 상승하면 태평양과 인도양 섬나라에서는 사람이 살 수 없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많은 나라가 전쟁으로 사라진 적은 있다. 하지만 물리적 변화에 의해 나라가 지도에서 사라진 적은 없었다. 지구온난화를 막지 못하면 바로 이런 일이 현실에서 일어날 수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 20개 중 13개가 해안에 있다. 대부분은 해상운송에 의존하던 시기에 건설됐기 때문. 해발 3m 미만의 강 하류에 자리잡고 있다. 해수면이 0.3~1m 올라가도 저지대 해안의 수많은 도시가 만조와 폭풍해일로 위험에 처할 수 있다. 해수면이 1.3m 상승하면 베네치아와 뉴올리언스처럼 고도가 낮은 도시가 바닷물에 잠기게 된다. 3m까지 올라가면 샌프란시스코, 암스테르담, 마이애미 등 해안 도시들이 소멸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해발 3m 이상에 자리잡은 도시라 할지라도 해수면 상승으로 훨씬 자주 훨씬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인류는 매년 약 400억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그린란드에서 약 2800억톤과 남극에서 약 1250억톤의 빙하를 녹이고 있다.  전 세계 인구 80억명 각자가 매년 그린란드 빙하 35톤과 남극 빙하 16톤을 녹이는 양이다.

조천호 경희대학교사이버대학 기후변화 특임교수는 한겨례 기고를 통해 "기온 상승만큼 점진적으로 녹는 수준에서도 그러하며 이것조차 중단하기 쉽지 않다"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는다면 빙하가 무너져 급변적으로 해수면이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빙하에 영향을 미치지만, 빙하는 우리에게 그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세상 대부분은 해수면을 따라 구축되었기 때문이다. 빙하가 무너지면 우리 세상도 무너진다. 지속할 수 있는 미래 희망이 무너질지는 무너지는 빙하를 우리가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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