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일 2000년 2400억 투자해 2년 6개월 만에 블록딜로 900억 차익 예상
전임 윤종규 글로벌 사업 확장 성과...칼라일 전략적 파트너십 종지부

양종희 회장 @뉴시스
양종희 회장 @뉴시스

[공정뉴스_박현서 기자] KB금융지주 주식 3298억원 규모의 주식이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매물로 나왔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칼라일그룹 산하 자산운용사인 킹스맨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주식이다. 2020년 2400억원을 투자해 2년 6개월 만에 900억원의 차익을 챙길 것으로 보이는 칼라일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는  블록딜이 완성되면 종결될 전망이다. 전임 윤종규 회장에 이어 글로벌 확장에 나선 양종희 회장의 해외 진출 전략도 차질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투자은행(IB)업계는 14일 킹스맨인베스트먼트이 보유한 KB금융지주 주식 500만 주(1.2%)를 블록딜 매각을 위해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UBS 등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수요예측에 나섰다고 밝혔다. 

킹스맨인베스트먼트가 제시한 주당 매각가는 종가(6만 7300원)기준에서 2~4% 할인율이 적용된 6만 4608~6만 5954원. 3200억~3298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해당 주식은 KB금융이 2020년 8월 자사주 500만 주를 활용해 발행한 2400억 원 규모 교환사채(EB)가 주식으로 교환된 것. 당시 칼라일은 아시아파트너스펀드 산하의 킹스맨 인베스트먼트를 통해 해당 EB에 투자했다. 3년 반 동안 주식을 처분하지 않겠다는 보호예수(록업) 조건을 달았다.

KB금융지주와 킹스맨인베스트먼트가 정한 록업 기한이 최근 만료됐다. KB금융이 은행주들이 저주가순자산비율(PBR) 수혜주로 주목 받으며 상승세를 타자 투자금 회수에 나선 것이다.

KB금융 주가는 최근 한 달 새 35% 넘게 올랐다. 지난달 19일 4만 8900원에 불과했던 주가는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에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며 전날 7만 1100원까지 올랐다.

해당 주식은 국내외 자산운용사들이 관심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매각 측의 희망 밴드 최상단에서 가격이 결정될 경우 칼라일그룹은 900억 원에 가까운 차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확장을 원하는 KB금융은 킹스맨인베스트먼트의 보유 주식 매각으로 해외 진출에 차질이 예상된다.  윤종규 전 회장에서부터 이어져 온 '해외 투자자 확대' 기조를 유지해야 하는 양종희 신임 회장에게도 킹스맨인베스트의 손절은 적지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칼라일과의 협력은 윤 전 회장의 성과이다. 칼라일로부터 투자받은 2400억원 중 2100억원을 푸르덴셜생명(現KB라이프생명) 인수자금으로 사용했다. EB 구조로 자본비율이나 주가 부담을 줄였다. 당시 윤 전 회장은 

칼라일 투자를 유치하며 ‘글로벌 사업 확대’를 강조했다. 지난해 KB국민은행이 뉴욕 JFK공항 재개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공동 주선한 것도 칼라일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성과로 홍보됐다. 다만 JFK공항 외 칼라일 채널을 통해 수주한 대형IB(투자은행) 사업 건은 거의 없다. 

윤종규 체제에서 '윈윈'으로 내세웠던 칼라일과의 협업 성과가 생각보다 저조한데다 블록딜로 보유지분마져 매각하면서 관계가 종결된 점이, 양종희 회장에게는 부담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블랙록ㆍ칼라일 등 글로벌 주주와의 협업을 이어가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칼라일 네트워크가 KB금융과의 관계가 종결될 경우 이는 양 회장에겐 경영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양회장이 칼라일과 어떤 사업 참여를 통해 협업 모델을 만들어 나갈 것인가에 금융권의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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