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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뉴스_조나단 기자] 트럼프의 발언이 부른 유럽의 자강론(自强論)이 힘을 얻고 있다. 11월 대선에서 재집권이 유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충분한 방위비를 내지 않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는 러시아의 침공을 독려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뒤 유럽 주요국에 안보 불안이 커지고 있다. 동부 국경을 맞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침공을 받은 뒤 안보 불안이 크던 상황에 나온 트럼프 발언은 자강론에 힘을 얻게 된 배경이다. 프랑스·독일·폴란드가 3국 협력체인 ‘바이마르 삼각동맹(Weimar Triangle)’ 부활 논의 등 유럽 자체 안보 역량 강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12일(현지시간) 프랑스, 독일, 폴란드 3국 외교장관은 파리 교외 라셀생클루에서 회담을 갖고 그간 휴면 상태였던 바이마르 삼각동맹 부활 카드를 본격적으로 꺼내들었다.

바이마르 삼각동맹은 3국 비공식 협의체로 1991년 폴란드를 소련 공산당의 지배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목적으로 창설됐다. 세 국가에서 위기가 발생할 시 협력을 촉진한다는 취지였다. 유럽과 북아메리카 지역 31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안보·방위 협력체인 나토의 활동으로 바이마르 삼각동맹은 휴면 상태로 유지되어 왔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으로 안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바이마르 삼각동맹의 부활이 탄력을 받게 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토의 방위비 분담 문제를 거론했다.

10일(현지시간) 트럼프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유세 도중 "방위비를 충분히 내지 않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대해서는 러시아가 침공하도록 독려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한다.

트럼프는 집권 당시 나토가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며 회원국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2.0%의 국방비를 지출하도록 압박했다. 재집권하면 방위비를 이유로 동맹에 대한 안보우산을 철회할 가능성까지 시사한 것.

동맹들은 반발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11일 성명에서 “동맹이 서로를 방어하지 않을 수 있다는 암시는 미국을 포함해 모두의 안보를 훼손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12일에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지금은 (나토 회원국에) 돈을 내야 한다고 말하는 내가 없기에 그들이 또 그렇게 하고 있다”면서 “이건 틀렸다”라고 했다.

유럽은 발칵 뒤집혔다. 트럼프의 발언으로 1949년 설립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존립마저 위험에 빠졌다.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은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공동 방어한다"는 '헌장 5조’ 내용에 따른 안보 우산을 기대했던 31개 회원국들은 스스로 안보를 책임져야 할 상황이다.  중립을 유지했던 핀란드·스웨덴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나토에 가입했던 것도 안보우산을 기대했기 때문인데 트럼프 발언으로 안보우산이 위협받는 상황이 됐다. 

폴란드가 바이마르 삼각동맹에 적극적인 모양새.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12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독일 베를린에서 올라프 숄츠 총리를 잇달아 만나 바이마르 삼각동맹 부활을 역설했다.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유럽은 갈수록 현실화되는 위협(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을 과소평가하는 이들에게 ‘찬물 샤워’ 같은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했다.

투스크 총리는 유럽 국가들에도 “가능한 한 빨리, 향후 12개월 내 더 큰 방공 능력과 탄약 생산 능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군사 부문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을 촉구했다.
폴란드 정부 소식통도 로이터통신에 “유럽은 함께 행동해야 한다”며 “트럼프가 승리하면 어떻게 되는지에 답해야 하는 문제다.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안보 자강(自强)’은 폴란드만의 목소리는 아니다. 

숄츠 독일 총리는 “폴란드, 프랑스, 독일 간 협력은 유럽에 좋다”면서 유럽에 새로운 탄약 공장을 개설해 무기 생산을 늘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유럽연합(EU)의 자체적인 우크라이나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통해 유럽에서 나토를 보완하고 대서양 동맹의 기둥이 되는 안보 및 국방력을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시 폴란드 국방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동맹의 안보를 가지고 장난칠 핑계가 될 수 없다”며 분노했다.

트럼프가 집권하면 미국이 나토에서 탈퇴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John Robert Bolton)은 다음 달 12일 출간 예정인 CNN 안보전문기자 짐 슈토는 저서<The Return of Great Powers>에 실린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재집권하면) 나토를 탈퇴하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NATO 사무총장 Jens Stoltenberg는 지난 2월 13일 NATO 본부에서 Thierry Breton 유럽 내부 시장 위원과의 면담에서 국방 생산 증대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기적인 지원 보장 등 공유 우선순위를 해결하기 위한 NATO-EU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나토
NATO 사무총장 Jens Stoltenberg는 지난 2월 13일 NATO 본부에서 Thierry Breton 유럽 내부 시장 위원과의 면담에서 국방 생산 증대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기적인 지원 보장 등 공유 우선순위를 해결하기 위한 NATO-EU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나토

바이든-헤일리, 트럼프 비판

트럼프 전 대통령과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격돌할 가능성이 높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1일 성명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폴란드, 발트해 국가도 공격해도 된다는 청신호”라며 “끔찍하고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경쟁 중인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는 “폭력배(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편을 들면 안 된다”고 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미국과 유럽을 약화시키고 미국과 유럽 군인을 더 큰 위험에 처하게 한다”고 경고했다.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나토는 미 대통령 기분에 따라 작동하는 군사동맹일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집권하면 한·일 방위조약도 위험..."한반도는 안전할까?"

미국의 동맹 근간인 나토가 흔들리며 한미동맹도 위험한 상황이다.

CNN 안보전문기자 짐 슈토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John Robert Bolton)와의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미국은 나토에서 탈퇴하게 될 것"이라는 전직 고위 관리들의 말을 전했다.

짐 슈토는 2020년 출간한 <미치광이 이론: 트럼프가 세계와 맞붙다(Madman Theory: Trump Takes on the World)>에서  한국이 방위비 분단금 대폭 인상에 응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감축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트럼프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협상 담당자들에게 한국에 방위 분담금을 즉각 5배 늘려야 한다고 요구한다. 한국 정부가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한국에서 일부 미군을 철수를 암시하라고 지시한다. 4000명으로 구성된 여단 병력 전체를 빼는 것을 포함한다. 이는 약 2만8500명의 주한미군 가운데 7분의 1에 해당한다.

실제 제임스 드하트 당시 수석대표 등 미국 측 협상단은 지난해 11월 19일 서울에서 진행된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3차 회의에서 시작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를 먼저 뜨기도 했다.

당시 미국 측은 지난해 한국의 분담금 1조389억원의 5배가 넘는 50억달러에 육박하는 금액을 요구한다. 한국 측은 동결안을 제시하면서 맞선다. 

한·미 협상단은 3월 말께 한국이 현재보다 13% 인상하는 안에 잠정 합의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거부해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 미국은 50% 가까운 인상안인 13억달러를 요구하고, 한국은 13% 인상안을 고수하면서 협상을 장기간 표류했다.

슈토 기자는 자신의 저서에서 대북 정책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압박’에 이어 ‘외교적 매력’ 공세도 핵무기만이 생존을 보장할 것이라는 북한의 믿음을 바꾸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예측불가 성격이 한반도의 안보에도 위협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은 미국의 안보 약속을 폄하하는 트럼프가 나토에 대하는 태도는 한국·일본과의 상호방위조약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존 켈리는  "트럼프는 나토에 전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한국에 군대를 주둔하거나 일본에 군대를 주둔하는 것에 반대했다"고 전했다.

에스퍼 전 국방장관은 회고록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고집하던 트럼프에게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이 주한미군 철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하는 것이 낫겠다고 설득한 끝에 트럼프를 달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트럼프는 폼페이오 장관의 이야기를 듣고 '맞아 2기 정부'라고 답했다고 한다.

김관호 군사전문평론가는 "트럼프의 입장이 지금은 또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나토에 대한 생각이 크게 바뀌지 않은 걸 보면 우리 정부 역시 뭔가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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