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군인들이 2024년 2월 4일 가자지구 국경에서 탱크를 운전하고 있는 모습
이스라엘 군인들이 2024년 2월 4일 가자지구 국경에서 탱크를 운전하고 있는 모습

[공정뉴스_조나단 기자]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부에 대한 공세에 고삐를 죄면서 가자 주민들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점차 심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요르단에서 자국 군인이 사망한 데 대한 보복에 나선 상황이라 중동 정세는 점점 더 일촉즉발로 치닫고 있다.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의 집단 학살을 방지할 조치를 취하라고 지난달 26일 명령했다.  인도적 위기를 겪고 있는 가자지구 내 팔레이스타인 시민의 생존권과 인권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휴전 제안을 거부하고 전쟁을 계속 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더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은  <이스라엘은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을 위반하다.  그 다음 조치가 필요하다>제하 기사를 통해 이스라엘이 국제사법재판소에서 대량 학살을 중지하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판결을 따르지 않고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ICJ는 이스라엘에 분명한 요구를 한다. 가자지구에서의 대량 학살 행위를 방지를 위한 즉각적인 예방 조치를 명령한다.  범죄 혐의에 대한 증거의 파괴를 방지하고 보존을 요청했다. 이러한 조치 이행에 대해 1개월 이내 보고를 명령했다.

이스라엘은 ICJ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대량 학살을 예방과 중지하는 등 판결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가자 지구의 보고에 따르면 매일 폭력 사태가 심화되고 민간인 사상자가 늘어나고 있다 .

1월 4일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토론토 집회에 참석한 시위자들
1월 4일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토론토 집회에 참석한 시위자들

이스라엘은 지난 1월26일 ICJ 판결 이후  군사작전을 강화했다 .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현재 27,0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하고 66,0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

이스라엘은 또한 ICJ 판결 이후 나세르 병원을 포함한 가자지구의 여러 의료 시설을 표적으로 삼았다 . 대량 학살 협약 제2조에 따라 대량 학살을 구성할 수 있는 행위를 중단하는 대신,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은 라파를 향해 확대됐다. 민간인을 위한 안전지대로 분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자 난민을 위한 마지막 피난처의 이미 심각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United Nations Office for the Coordination of Humanitarian Affairs)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을 피해 남부 라파에 몰려든 피난민들은 국경이 가로 막혀 더 이상 파난 갈 곳이 없는 상황에서 이스라엘군의 폭격이 이어지자 '절망의 압력솥'이라고 표현했다. 인권단체들은 인구 25만명이던 라파에 현재까지 190만명의 피란민이 몰려든 것으로 추산한다. UNOCHA은 1991년 12월 결의해 발족한 유엔 기구이다. 

설상가상 식량이 끊길 위기에 놓여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 활동 기구(UNRWA)는 2월 5일 이스라엘 해군의 공격을 받았다고 발표한다. 가자 북부로 이동을 기다리던 식량 수송선이 폭격을 받아 부서진  이미지를 소셜 미디어에 게시한다.

파괴된 수송선
파괴된 수송선

이스라엘의 식량수송선 폭격 이후 UNRWA 직원들이 작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미국을 비롯한 16개 주요 공여국이 이 기구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 하지만 인권단체들은 UNRWA의 식량 수송선 공격은 민간인에게 기본적인 서비스와 인도주의적 식량을 제공해야 한다는 ICJ의 명시적인 명령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소통하기 위해 가자지구 땅굴에 바닷물을 넣어 침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하마스가 조성한 땅굴을 통해 무기 반입과 지도부가 이곳에 작전본부를 두고 이스라엘 공격을 지휘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바닷물 침수로 하마스 완전 궤멸에 나서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하 담수를 오염시켜 가자 지구를 100년 동안 사람이 살 수 없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가 자지구와 맞닿은 이집트 당국은 2015년 밀수꾼 퇴치를 위해 자국 영토 인근의 하마스 땅굴에 바닷물을 투입했다. 이후 인근에서 농작물을 키우던 주민들이 염분으로 큰 피해를 봤다.

향후 계획?

ICJ의 결정은 법적 구속력을 가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구체적인 잠정 조치뿐 아니라 대량 학살 협약과 제네바 협약의 더 넓은 범위의 명령을 준수해야 한다.

ICJ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정 준수를 보장하기 위해 지정학적 현실, 즉 미국의 이스라엘에 대한 오랜 지원 과 안전보장이사회에서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으로 인해 복잡한 과정을 거치야 한다.

ICJ 판결은 국제 사회, 특히 이스라엘과 동맹을 맺은 국가들에게 국제법을 존중하고 옹호해야 할 집단적 책임을 상기시키는 명확한 메시지이다. 결정의 의미는 관련 당사자를 훨씬 넘어서는 것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수출입 허가법에 따라 수출 상품이 국제 인도법이나 인권법 위반에 기여할 수 있다. 위험이 있는 경우 거래를 중단해야 한다. 

이스라엘이 무기를 공급하고 있는 캐나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7일 무기 수출 관련 글로벌 어페어(Global Affairs Canada)는 승인한다. 하지만 ICJ 판결로 캐나다의 수출은 어려운 상황이 됐다.  군수품 수출을 계속하는 것은 캐나다 법률을 위반 뿐만 아니라 집단 학살을 방지하려는 국가의 약속에도 어긋난다. 잠재적으로 캐나다 공무원이 연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법 전문가 하이디 매튜스는 ICJ의 개입을 두고 "남반부의 반격을 보여주는 예"라며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역사적 투쟁은 팔레스타인의 대의가 남아프리카인들에게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이스라엘에 맞서는 주장에 신뢰도와 도덕적 중요성을 부여했다. 남반구가 강대국들에게 효과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희망에도 불구하고 ICJ 판결에 대한 국제적 반응은 눈에 띄게 양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UNRWA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이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ICJ의 결정과 달리 미국 백악관은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에서 발생한 하마스 공격에 직원 12명이 연루됐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으로 인해 UNRWA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 . 반대로 스페인은  UNRWA에 380만 달러의 긴급 지원 패키지를 발표했다. 호주도 어린이들이 굶주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UNRWA에 대한 자금 지원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벨기에도 UNRWA에 계속 자금을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팔레스타인 평화를 위한 광주지역 노동인권시민사회단체는 6일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제사회와 정부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휴전을 위해 나서줄 것을 촉구하는 시위하는 모습
팔레스타인 평화를 위한 광주지역 노동인권시민사회단체는 6일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제사회와 정부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휴전을 위해 나서줄 것을 촉구하는 시위하는 모습

국제법 수호

ICJ 판결은 국제법 원칙을 지키고 인도주의적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에 무기를 수출하고 있는 캐나다 등 국제 사회의 긴급 조치를 촉구한다.

캐나다 외교부는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캐나다는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을 강제 이주시키고 추가 정착촌 건설을 요구하는 어떠한 제안도 거부한다”며 "선동적인 수사는 지속적인 평화에 대한 전망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캐나다는 ICJ 결정 이후에도 이스라엘에 대한 제재나 무기수출 중단 등 명확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인권단체의 한 관계자는 "가자 사람들은 이제 죽음을 막기 위해 풀을 먹고 오염된 물을 마시고 있다 . 캐나다가 이 중추적인 시기에 UNRWA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재개하지 않기로 결정함으로써 잠재적인 대량 학살 행위에 대한 공모를 강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내 인권단체들도 전쟁으로 고통 받고 있는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위해 국제사회와 정부의 개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팔레스타인 평화를 위한 광주지역 노동인권시민사회단체는 지난 6일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제사회와 정부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휴전을 위해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달 26일 유엔 국제사법재판소가 이스라엘에 집단 학살을 방지할 조치를 취하라고 명령했다"며 "하지만 이스라엘이 군사작전 중단에 대해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한 명령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적다"고 우려했다.

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의 집단 학살을 방조하는 국가는 전 세계가 보복이라는 명분으로 벌이는 인종 청소를 더 이상 용인하지 않는 다는 것을 분명이 알아야 한다"며 "한국 또한 이스라엘의 집단 학살 중단에 분명히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지난 10년 동안 이스라엘에 600억 원 규모의 무기를 매년 수출하고  있다. 1700억 원 규모의 무기를 수입했다. 양국은 군사 협력을 강화해 왔다. ICJ판결 이후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집단 학살에 한국이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엔도 집단 학살 방지와 UNRWA자금 지원, 구호를 촉구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UNRWA를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강화해야 할 때"라고 각국 정부에 자금 지원을 재개할 것을 촉구했다 . 이어 "각국의 자금 지원이 중단되면 UNRWA는 2월 말까지 가자 지구뿐만 아니라 전 지역에 걸쳐 운영을 중단 해야 할 것이다.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캐나다의 행동은 정의, 인권, 법치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마스는 현재 일시 휴전과 이스라엘 인질·팔레스타인 죄수 교환을 골자로 하는 휴전 중재안을 검토하고 있다.

제안된 중재안에는 영구적 휴전 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두 달간 전투를 중단하고 하마스에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 136명을 단계적으로 풀어준다는 내용이 담겼다. 여성과 노약자, 환자를 1차 석방한 후 젊은 남성과 하마스 측에서 군인으로 규정한 인질을 2차 석방한다는 것.

하마스는 이 중재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휴전 기간과 팔레스타인 죄수 석방 규모를 두고는 이견을 보이면서 휴전이 쉽게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마스가 협상을 둘러싸고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마스 내부 의견 충돌로 협상이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가자지구 내 하마스 최고 지도자인 야히아 신와르가 6주 휴전안을 받아들이려 하지만, 외국에 망명 중인 하마스 지도부는 영구 휴전 협상을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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