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연령대에서 고객 1인당 ELS 연계상품 판매 잔액 5대 은행 중 1위
전액 잃을 수 있는 고위험상품을 안전자산 선호하는 고령층에 집중 판매
은행 신뢰하는 고령층의 부족한 인지능력을 악용한 수수료벌이 엄벌해야

함영주 회장@뉴시스
함영주 회장@뉴시스

[공정뉴스_조경호 기자] 하나은행의 비윤리적 영업이 논란이다. 홍콩 H지수와 연계된 주가연계증권(ELS; Equity-Linked Securities)에서 거액의 손실이 예상되며 불완전판매가 논란이다. 하나은행은 고객 1인당 ELS를 5대 은행 중 가장 많이 판매했다. 특히 금융지식이 부족한 고령층에게 많이 판매해 비윤리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집행위원장 황동현 한성대교수)는 하나은행이 90대 고객 1명당 ELS상품을 6억7000만원 상당을 판매했다고 10일 밝혔다.

하나은행은 20대 미만부터 90대 이상까지 모든 연령대의 1인당 판매 잔액이 가장 높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1인당 판매 잔액이 높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하나은행은 90대 이상 고객에게 인당 무려 7억 원에 달하는 고위험 상품을 판매했다. 은행원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파생상품을 금융상품 이해도가 비교적 낮은 고령층에게 집중적으로 판매한 것.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고령층은 일반적으로 예금 또는 저위험 투자 위주로 자산을 운용하며, 원금 전액을 잃을 수 있는 고위험 파생상품에 투자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전액을 잃을 수 있다’ 점을 강조했다면 고령층 고객이 ELS 연계상품에 투자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전적으로 은행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내린 ‘투자 결정’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ELS는 기초자산(주가지수 등)에 연계되어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파생상품.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이 크지 않으면 약정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만기일에 하한선 이하로 주가지수가 하락하면 최대 100%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고위험 상품이다.

하나은행 비윤리적 영업

하나은행의 비윤리적 영업 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2019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를 불완전판매하여 중징계를 받은 바 있다. 투자자가 상품의 내용과 위험성을 설명받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서명을 받지 않았다. 투자자 정보 확인서 상의 투자성향을 무시하고 ‘공격 투자형’으로 임의 상향해 전산에 입력해 가며 고위험 상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이 당시에도 투자자의 절반 가량이 60대 이상의 고령층이었으며 4,000억 원대의 투자손실이 발생했다.

당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現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은 금융위원회에 중징계 취소 행정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했다. 이후 항소하여 지금까지 4년간 7번이나 변론하며 불완전판매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금융지주 회장부터가 금융소비자를 보호할 생각이 전혀 없다. 어떤 의미에서는 하나은행과 같이 소비자보호 의식이 전무한 은행에서, 또다시 고령층에게 거액의 고위험 ELS 파생상품을 권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평안한 노후 망친 하나은행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하나은행의 영업 행태에 대해 평안한 노후를 보내야 할 고령층에게 원금 전액을 손해볼 수 있는 상품을 권한다는 것은 윤리적으로도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불완전판매가 법원에서 인정되고 징계가 확정되는지 아닌지를 떠나서, 그리고 금융소비자의 권리가 보장되는지를 차치하더라도, 현재 하나은행은 도의적으로 완전히 잘못된 일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 은행에서 판매하는 상품이니 안전할 것이라는 고령층의 인식과, 부족한 인지능력을 악용하여 수수료를 벌어보겠다는 수준"이라며 "어떠한 국민도 이해하거나 용납할 리 없는 파렴치한 짓을 저지른 하나은행에 엄벌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하나은행은 지난번 DLF 불완전판매 때처럼 뻔뻔하게 혐의를 거절하지 말아야 한다. 양심 없는 영업으로 바닥을 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방법은 그것뿐"이라고 했다.

불안전판매는 무엇인가

은행들은 ELS는 증권사에서만 판매할 수 있어 ELS와 연계된 신탁(ELT), 펀드(ELF) 상품을 편법으로 판매했다. 증권사가 발행하지만 은행이라는 유통망을 한 번 더 거치기 때문에, 은행이 수수료이익을 보는 주된 수단이다.

은행에서 판매한 ELS 연계상품들은 세 종류의 주가지수 중 만기일에 하락률이 가장 큰 주가지수를 기준으로 손실이 결정되는 구조였다. 예컨대 기초자산이 KOSPI200지수, S&P500지수, 홍콩 H지수이고 하한선이 60%인 ELS의 경우, 만기일에 세 지수가 최초 가격의 60%보다 높으면 투자자는 수익을 얻는다.  다른 두 지수가 상승했더라도 홍콩 H지수가 50% 하락하면 원금에서 50%의 손실을 보게 된다. 실제로 홍콩 H지수는 최근 3년간 50% 가까이 하락했다.

ELS 연계상품은 구조가 복잡하다.  금융상품 구조에 익숙하지 않은 금융소비자가 단번에 이해하기 쉽지 않다. 불완전판매가 이슈가 되는 이유다. 

금융위원회에서는 심지어 판매 당사자인 은행원조차 ELS가 어떤 상품인지 정확히 모르고 판매하는 경우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1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ELS 연계상품(ELT, ELF) 판매 잔액은 13조 5,790억 원이다. 고객 1인당 판매 잔액은 하나은행이 1억 1,422억으로 5대 은행 중에서도 압도적인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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