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회장 선임 내·외부인에 공평 기회 제공" 절차 문제 제기
후추위 "냉정한 심사" 해명…KT 리스크 악몽 포스코 재현 우려

최정우 포스코 회장(좌), 포스코 본사 이전 반대하는 포항시민(중),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우)
최정우 포스코 회장(좌), 포스코 본사 이전 반대하는 포항시민(중),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우)

[공정뉴스_조나단 기자]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의 3연임이 난관을 맞이했다. 제동에 걸리는 모양세. 포스코홀딩스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칼을 빼들었다. 포스코 CEO 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의 차기 회장 선출 절차를 비판했다.  종전 KT의 사례처럼 국민연금공단이 회장 선임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28일 일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포스코 회장 선임은 주주 이익이 극대화할 수 있도록 내·외부인에게 공평한 기회가 부여돼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후추위 구성원과 관련 "기존의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기구가 공정하고 주주의 이익을 충분히 대변할 수 있는지는 주주, 투자자와 시장에서 적절히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이 사실상 포스코홀딩스의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포스코홀딩스는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현직 회장의 연임을 우선 심사하는 '셀프 연임제'를 폐지했다. 후추위를 통해 회장 후보군을 선발하기로 했다.

후추위의 구성원과 권한을 고려했을 때 선출 방식 변화가 사실상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현재 사외이사 박희재(이사회 의장·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김성진(ESG위원장·서울대 경제학부 겸임교수)·유영숙(평가보상위원장·전 환경부장관)·김태균(재정위원장·전 조달청장)·유진영(이사후보추천위원장·엔젤식스플러스 공동대표)·손상규(감사위원장·연세대 경영대학 교수)·김준기(평가보상위원·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7인 중 김성진 교수를 제외한 6인은  최 회장의 재임 기간 중 선임됐다.

이들은 회장 후보군을 추리고 심사·선발하는 전 과정에서 절대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 사실상 종전 '셀프 연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비판이다.

최 회장이 지난 연임 당시와 달리 거취를 표명하지 않는 것도 사규 변경으로 연임 의사를 밝히지 않아도 차기 회장 후보군에 오를 수 있기 때문. 

최 회장은 3연임을 욕심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11일 자사주 3억원어치를 매입해 책임 경영을 강조하는 것이 3연임 도전을 시사하고 있다는 추정이다. 

후추위는 국민연금의 날선 비판에  이날 새벽 1시경 긴급 보도자료를 냈다.  김 이사장의 발언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박희재 후추위원장은 "현 회장이 3연임을 위해 지원한다면 그건 개인의 자유"라며 "후추위는 현 회장의 지원여부에 관계 없이 오직 포스코의 미래와 주주의 이익을 위해 어느 누구에게도 편향 없이 냉정하고 엄중하게 심사에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지 않아도 차기 회장 후보군에 오를 수 있도록 사규를 변경한 것에 대해선 함구 했다. 

KT 리스크 악몽 재현 우려

포스코에서 KT에서 발생한 경영진 공백 리스크 악몽이 재현될 우려가 제기됐다. 구현모 전 KT사장이 연임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임을 추진한다. 결국 정치권과 국민연금의 압박에 연임을 포기한다. 대신 자신의 측근을 사장 자리에 앉히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다시 벽에 부닥친다. 결국 경영진 공백 리스크가 불거진다. 이와 같은 사례가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이사장도 포스코와 함께 대표적인 소유분산기업(지분이 분산돼 오너가 없는 기업)으로 꼽히는 KT의 CEO 선출 사례를 언급했다. 구현모 전 KT사장 처럼 연임을 추진하다 기업이 충격과 리스크만 안겨 줄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공단은 포스코홀딩스의 회장 선임 절차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민연금공단은 1일 기준 포스코홀딩스의 지분 6.71%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다.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유일한 주주다. 소액주주 비율이 75.5%에 달하는 만큼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소액주주의 표심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정우 회장 입장에서 포기하거나 아니면 국민연금과의 싸움에서 물러설 수 없는 상황.  국민연금공단에 대응할 백기사를 끌어들이거나 아니면 정치권 등의 힘을 얻어야 한다. 이도 쉽지 않다. 백기사를 잘못 끌여 들였다가 오히려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정치권의 힘을 얻는 것도 쉽지 않다. 현 정권에서 최 회장에 대해 못마땅하게 보기 있는 점도 문제다.

최정우 회장과 국민연금과의 전쟁이 어떤 결과로 마무리 될 것인가에 재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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