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이스라엘 전폭 지지에서 국제인도법 지켜져야 태도 변화
재앙 직전 식수 공급되지 않으면 수많은 민간인 목숨 잃을 것 전망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이 4주차에 접어들었다. 가자(Gaza Strip) 북부 지역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지상군 공세가 계속되고 있다. 가자 시티는 무장 테러집단인 하마스의 핵심 근거지 중 한 곳. 현재 이스라엘군이 최소 세 방향에서 포위하고 하마스 근절 작전을 펼치고 있다. 가자지구의 상황은 갈수록 절박해지고 있다.

31일 유니세프(unicef) 캐서린 러셀 총재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이스라엘에 공격을 즉시 중단하고 모든 이해 당사자가 국제법에 따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살고 있는 어린이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마땅한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인도주의적 휴전 결의안 체택을 강력히 촉구했다. 

러셀 총재는 "가자지구에 남아있던 적은 양의 깨끗한 물마저 이제 바닥이 나고 있다"면서 "200만명이 대단히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자지구의 식수 공급 시설의 55%가 수리 혹은 재건이 필요한 상태라고 보고 있다"며 "가자에 있는 6개의 모든 폐수처리시설은 연료나 전력 부족으로 작동을 멈췄으며, 단 하나의 담수처리시설은 5% 수준으로밖에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재앙이 되기 직전의 상태"라며 식수 공급이 복구되지 않으면 더 많은 민간인들이 탈수나 수인성 질환으로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들은 전쟁으로 인해 식수난에 더해 전쟁으로 '끔찍한 트라우마'를 경험하고 있다. 연일 이어지는 폭격에 어른들은 다친 아이를 안고 뛰는 일은 일상이 됐다.  자신의 몸보다 훨씬 큰 잔해에 깔려버린 어린 아이. 머리가 깨지고, 피 흘리며 쓰러진 어린이들이 병원에 밀려들고 있다. 심지어 당장 먹을 음식도, 마실 물조차도 고갈이 되면서 수천 명의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

러셀 총재는 "유니세프는 모든 어려움에 처한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가자지구의 봉쇄 상황과 직원들의 위험한 근무 환경 때문에 인도적 지원을 전달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니세프는 식수마저 고갈되면서 가자지구가 '대재앙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경고했다. 가자지구에는 1백만 명의 아이들이 지옥 속에 살고 있다. 그중 수천 명이 죽어가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지금까지 숨진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8000 명이 넘는것으로 추산된다. 사망자 10명 가운데 6명 이상이 여성과 어린이다.

가자지구 내 상수도 시설은 절반 넘게 파괴됐다. 바닷물을 담수로 만드는 시설은 5% 정도만 겨우 가동 중이다. 모든 폐수 처리 시설은 작동을 멈췄다. 가자지구에 오염된 물과 수인성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거란 경고가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도 나왔다.

필립 라자리니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 사무총장은 "가자 거리에는 오물 하수가 범람하기 시작했다. 이는 곧 엄청난 건강상의 위해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재앙의 위기'는 구호 단체도 빗겨가지 않았다. 3주 동안 구호 요원 64명이 사망했다.  상황이 이쯤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우호적 여론이 바뀌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4주 차에 접어든 가운데 이스라엘을 전폭 지지하던 미국 정부의 입장이 신중한 접근을 당부하는 쪽으로 점차 바뀌고 있다.

팔레스타인 주민이 처한 인도주의적 위기로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진 데다 미국 시민사회는 물론 자기 진영 내부에서도 새어나오는 불협화음이 이런 입장 선회에 한몫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가지지구 라파의 한 병원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부상을 당한 소녀가 치료를 받는 모습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30일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대한 분명한 지지를 계속 표명하고 있지만, 그와 군사·외교 관리들은 테러 공격과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응에 점점 비판적으로 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지상작전 준비를 위해 가자지구 공습을 시작할 때부터 '처음엔 비공개로, 나중에는 공개적으로' 이스라엘에 비판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패턴을 굳혔다고 신문은 짚었다.

이같은 입장 선회에는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에 전 세계가 분노하는 데다 미국 내에서 반유대주의 사건이 급증하는 등 여론이 분열 양상을 보이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를 전면 침공하는 대신 단계별로 군사 작전을 확대하는 식으로 공격 계획을 다듬은 배경에는 미국 고위 당국자들의 제안이 있었던 것으로 미국 언론은 본다.

전쟁 발발과 함께 좌초 위기에 처했지만 그동안 공들여온 '중동 데탕트'는 변함없이 단념할 수 없는 과제다.

NYT는 "바이든과 그의 참모들은 새로운 전쟁이 결국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정상화 협의를 재개하는 길을 열어 줄 것이라는 희망에 여전히 집착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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