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BlackRock)·스테이트 스트리트(State Street) 등 ESG 펀드 투자 삭감
ESG반대파 "좀비 아이디어" "중국 공산당"...미국 대선때까지 공화당-민주당 설전 예상

블랙록 
블랙록 

[공정뉴스_조나단 기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스테이트 스트리트(State Street) 등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펀드의 투자 비용을 삭감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지속가능경영 전략으로 주목받던 ESG가 위협받고 있다. ESG를 선도하던 블랙록의 변심은 미국 공화당이 연기금의 ESG투자 결의안을 상원 통과시키는 반대 등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값이 치솟으면서 투자자들의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 압박이 기업 경영환경과 수익창출을 위협하다는 회의론도 영향을 미쳤다.

23일 미국 현지 매체 FAST COMPANY는 <우파의 적(敵), 좌파에 버림받은 ESG 미래 '암울'>제하 기사를 통해 블랙록·스테이트 스트리트 등 자산운용사들의 ESG펀드 투자 방식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인상과 3월 실리콘밸리 은행의 붕괴 등이 발단이 되어 투자자와 정치권에 반발로 위기를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발 우크라아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문제와 에너지 가격 상승,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금리 상승 등은 ESG에 대한 회의론을 불러왔다. 초인플레이션과 에너지위기 등 단기 경제 현안들이 정책 우위에 서게 됐다. 특히 ESG펀드 위기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퍼스트리퍼블릭은행 파산에 기인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금융당국은 3월 10일 실리콘밸리은행(SVB)에 폐쇄를 명령했다. 은행 역사상 두번째 파산했다.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자금난을 겪게 된 IT스타트업들이 예금을 인출한 것이 단초가 됐다. 은행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미국 국채를 매각하면서 18억 달러에 손실을 기록했다.  뱅크런 사태가 파산을 불러왔다. 3월 27일 노스캐롤라이나에 본사를 둔 퍼스터시티즌 은행에 인수된다.  5월 SVB에 이어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파산한다. JP모건체이스에 인수된다. 

보수경제학자들은 실리콘밸리 은행·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붕괴가 ESG 탓으로 돌린다. 당시 ESG가 기업에서 월스트리트에 이르기까지 모든 곳에서 가장 인기있는 트렌드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에너지 가격 폭등이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 압박이 기업 환경과 수익 창출을 위협한다는 회의론에 나오는 상황에서 은행의 파산이 반ESG정서를 만들어냈다는 분석이다.

보수적인 정치 활동가 피터 틸(Peter Thiel)은 X(舊 트위터)를 통해 "ESG는 증오의 공장이다. 적의 이름을 짓는 공장이. 우리는 그들이 그렇게 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  ESG를 생각할 때 중국 공산당을 생각해야 한다."고 ESG를 이념적인 사회주의로라고 비판했다.

벤처 캐피털리스트 마크 안드레센(Marc Andreessen)은 웹사이트 드레센 호로비츠에 <테크노 낙관주의자 선언문(The Techno-Optimist Manifesto)>글을 통해 거짓말-진실-기술-시장-테크노캐피탈 머신-지성-에너지-풍부-유토피아는 아니지만 충분하다-기술 슈퍼맨 되기-기술적가치-인생의 의미-적-미래-테크노 낙관주의 등 14개 카테고리를 통해 ESG를 비판했다. 

일런 머스크 테슬라 CEO도 S&P가 4월 ESG 지수에 테슬라를 뺀 채 엑손모빌을 포함시키자 분노하며 "ESG는 사기(scam)다. 엉터리 사회정의 전사들이 그것을 무기화했다"고 ESG에 대해 비판했다.

ESG 점수나 등급은 환경보호과 사회 공헌, 지배 구조의 여러 세부 항목을 평가하고 이를 뭉뚱그려 총점을 내는 방식인 경우가 많다. 당시 테슬라는 공장에서 일어나는 인종차별 문제와 열악한 근무 환경 때문에 화석 기업인 엑손모빌보다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

ESG의 개념이나 정의 자체가 모호하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자마자 금융계에서는 민주주의와 평화를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무기 회사와 방산업체는 ESG에 부합하는 것으로 개념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실제 SEB은행은 지난해 방위산업 매출 비율이 5%를 넘는 기업과의 거래를 중단한다는 경영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4월 입장을 바꿔 자사의 펀드가 방위산업에 투자하는 것을 허용했다.

ESG 성과를 부풀리거나 허위로 홍보하는 ‘그린워싱(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 환경주의)’가 늘어나면서 ESG의 신뢰도도 떨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블랙록 ESG회의론

세계 각국 정부가 ESG 관련 규제를 적극 추진하는 이면에선 ESG 트렌드에 대한 역풍도 거세다. 에너지 공급망 위기와 금리 상승 등으로 비용 절감이 시급해지며 ‘ESG는 사치’란 주장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  

반ESG 캠페인은 미국을 중심을 확산 중이다. 친환경 정책을 펼치고 있는 민주당에 대항해 공화당이 반ESG 공세에 적극 나선 것. 공화당이 우세한 주(州) 18곳에서는 ESG 반대 법안(Anti-ESG)들이 제안·제정됐다. 대표적인 공화당 텃밭 텍사스주는 지난해 5월 '에너지 차별 철폐법’을 통과시켰다. 석유 산업과 거래를 거부하는 기업의 텍사스 내 사업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세계 양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뱅가드(Vanguard)도 반ESG 공세를 피하지 못했다.  

블랙록은 지난 6월 “우리가 투자한 기업들의 다음 주주총회에서 기후변화 대책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겠다”며 “과도한 기후변화 대책은 우리 고객사들의 재정적 이익에 일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은 2년 전 연례 주주 서한에서 “화석연료 기업에는 투자를 중단하고 ESG를 투자의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기후변화 대응에 미흡하다는 이유로 석유 기업 엑손모빌의 이사 3명을 교체하는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블랙록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 세계 에너지난이 심해지자 무리한 탄소 중립 정책이 기업의 성장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ESG 에 대한 태도를 바꾼 것. 특히 SVB 파산을 계기로 금융시장에서 번진 ESG회의론도 변심에 한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뱅가드는 결국 작년 12월 탄소중립 자산운용사 이니셔티브(NZAM)의 탈퇴를 선언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기업과 투자자, 정부 간의 이해상충은 E와 S, G 각각의 지표가 서로 경쟁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며 "예를 들어 유럽 정부들은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대한 제재라는 윤리적 목표를 달성하고,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화석연료에 의존해 친환경 목표 위반을 감수하는 모순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ESG 미국 대선 정치쟁점 

ESG 논쟁은 2024년 미국 대선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ESG와 관련 각각 찬·반 입장이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해 11월  ESG를 퇴직연금 투자전략에 반영할 수 있도록 투자 지침을 개정했다. 공화당이 반발하면서 개정 지침을 무효화하는 법안을 상하원에서 통과시켰다. 하지만 지난 3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해당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해 원점으로 돌렸다.

김선제 성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ESG는 미국 내 정치·경제·산업 방면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단기간 끝날 이슈는 아니다"며 "공화당 지지층에 안티 ESG를 지지하는 정유기업 등 이해관계자가 많기에 내년 대선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ESG가 정치 정쟁화가 장기화 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ESG는 현재를 사는 우리의 몫이 아니라 미래 후손의 몫이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약속이기 때문이다"고 했다.

이어 "ESG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해야 할 역할은 ESG 공시 체계 구축과 그린워싱 방지 방안 마련 등 기업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ESG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라며 "ESG을 활용해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거나 과도한 규제를 만들어 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ESG공시의무 강화 △그린워싱 규제 강화 등 ESG와 관련 지속가능한 투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재정의할 수 있는 ESG1.0에서 ESG2.0으로 진화의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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