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제적 피해 엄청난데도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
감수성-위법성 인식 부족 양형 사유...솜방망이 처벌로 범죄근절 요원

[공정뉴스_조나단 기자] 국가대표기업 삼성의 반도체 기술이 해외로 줄줄 새고 있다. 우리 수출 20%를 책임지는 간판 산업이자 전세계가 주목하는 국가 전략자원에 대한 보호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스파이에 대한 법정 형량이 그 피해 규모에 비해 너무 낮고, 법원마저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하는 솜방망이 처벌이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기술유출에 따른 기업 피해와 국가 경쟁력을 감소시키는 것에 형령이 너무 낮다는 것. 산업계는 법정 형량의 강화와 법원의 양형이 엄정해야만 산업스파이를 막을 수 있다고 요구한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3부(지귀연·박정길·박정제 부장판사)는 13일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SK하이닉스 협력업체 부사장 신모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법정구속하지 않았다. 법인에 벌금 4억원이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직원 7명에게는 징역 8개월에서 1년 6개월의 집행유예나 벌금형 등의 판결을 내려졌다.

삼성·SK 경쟁업체에 반도체 세정기술 유출

신씨는 2017년 3월부터 2020년 8월까지 삼성전자 자회사 세메스 전직 직원 등으로부터 반도체 세정정비 관련 기술을 취득해 중국 경쟁업체 PNC, XMC(現 YMTC)를 비롯한 중국 국영 반도체 연구소에 수출했다. YMTC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반도체공장을 시찰할 정도로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적인 국영기업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무섭게 추격하는 상황이다. 

세메스는 일본 도쿄일렉트론(TEL), 다이닛폰 스크린(DNS)과 함께 세계 3대 반도체 세정장비 제조업체이다. 2018년 차세대 반도체 세정기술로 알려진 초임계(액체와 기체를 구분할 수 없는 상태) 세정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삼성전자에만 독점 공급해 왔다.

SK하이닉스, HKMG 공정기술 유출

신씨와 함께 기소된 A사 연구소장 등은 2018년 8월부터 2020년 6월까지 SK하이닉스의 HKMG 반도체 제조기술, 반도체 세정 레시피 등 첨단기술과 영업비밀을 중국 반도체 업체에 누설한 혐의이다.

재판부는 "국가핵심기술인 HKMG 관련 공정 기술을 유출했다. 세메스 정보를 몰래 취득해 초임계 세정장비를 개발한 것도 공정한 경쟁질서를 위협한다"며 "국가 핵심 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는 범행은 상당히 무겁고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HKMG 공정은 유전율(K)이 높은 물질을 D램 트랜지스터 내부의 절연막에 사용해 누설 전류를 막고 정전용량을 개선한 차세대 공정이다. 기존 공정 대비 전력 소모와 감소한다. 데이터센터와 같은 전료율이 중요한 응용처에서 사용될 최적의 솔루션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HKMG 관련 기술에 대해서는 모두 유죄"며 "다만 케미컬별 시가 비율에 대해서는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HKMG는 누설 전류를 막고 정전용량을 개선한 차세대 공정으로 D램 반도체의 속도를 빠르게 하면서도 소모 전력을 줄일 수 있는 신기술이다.

재판부는 또 "반도체 세정 레시피 국외 유출 행위는 모두 유죄"라며 "레시피는 SK하이닉스의 세정기술을 구현하는 것이며 A사는 양산에 사용되는 레시피를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몰래 수집하거나 피고인이 양말에 USB를 몰래 넣어 빼내는 방법으로 취득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세메스 정보와 관련된 부분도 모두 유죄"라며 "관련회사 직원과의 관계를 이용하거나 다른회사에서 전직해온 직원들의 정보망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부정하게 취득했다"고 판단했다.

감수성·위법성 인식 부족 양형 사유 판결 논란

재판부는 솜방망이 처벌한 양형 이유가 논란이 되고 있다.

재판부는 "개인정보보호의 감수성이나 위법성 인식이 상당히 약했던 것으로 보이고, 일반 산업 스파이가 해외로 유출하는 것과는 궤를 달리한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가 신씨 등이 개인정보보호의 감수성(感受性)·위법성(違法性) 인식이 약했다는 점을 원용한 판결을 했다. 추상적 관념인 감수성과 위법성 인식이 약했다는 것을 형사 판결에 원용하면서 '봐주기 판결'을 했다는 지적이다. 형사 사건에서 감수성과 위법성 인식이 약했다는 것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법조계 일각에 주장이다.

실제 신씨 등은 반도체 업계에서 수십년 간 종사한 전문가라는 점 때문에 그렇다. 국가 핵심 기술을 빼돌리면서 몰래 수집하고 양말에 USB를 몰래 넣어 빼내는 유출 과정을 보면 그들이 감수성과 위법성 인식이 약했다는 점을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국가정보원
국가정보원

국가·애국은 뒷전...쩐의 전쟁된 산업스파이전

국가정보원이 산업스파이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1961년 국정원 창설이래 처음으로 산업기술 유출 피해 심각성·위험성을 알리는 라디오 공익광고를 시작했다. ‘산업기술 보호및 유출 근절’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사항이다. "방심하면 50년 기술이 5분 만에 다운로드 될 수 있습니다...오랜 연구와 노력을 통해 우수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만, 우리의 소중한 기술을 지키는 것은 더욱 중요합니다"고 홍보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5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적발한 산업 스파이들의 주타깃은 반도체였다고 밝혔다. 반도체 24건, 디스플레이 20건, 배터리와 자동차 각 7건 등 51건이다.  하나같이 한국을 대표하는 효자 산업이다. 직접적인 손해를 산정하기는 어렵지만 기업의 이미지와 향후 기업활동 등을 평가할 때 유·무형의 손해가 수십조원에 이를 정도로 손실이 크다. 무엇보다 계속 될 것 같던 세계 1위 LCD 디스플레이 산업을 중국에 빼앗긴 것처럼 방심하면 반도체 주도권이 역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전문가들은 이제 국가기관에서 본격적인 기술안보 전쟁을 벌여야 한다는 시각이다.

현재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은 '기업에 유용한 기술상의 영업비밀을 외국에서 사용하거나 외국에서 사용될 것을 알고 제3자에게 누설한 자는 7년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산업스파이의 폐해에 비해 법정형량이 이처럼 약한 것은 이 벌칙조항이 산업기술 수준이나 경제규모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미했던 91년에 신설됐기 때문.  당시보다 엄청나게 발전된 최근 상황에는 맞지않는 '솜방망이 벌칙'이 됐다. 

2022년말 산업스파이로 인한 피해가 점차 심각해지자 법을 개정, 징역형은 최고 7년을 그대로 두고 벌금만 피해액의 2배에서 10배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개정했다. 7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법원의 판결은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 범죄근절 효과는 요원해 보이는 상황이다.

법조계와 산업계는 ‘산업스파이 위험국가’를 지정해 정부 차원에서 직접 관리하고 ‘산업스파이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것. 기업과 국가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입히는 산업스파이에 대해 선고 형량을 높이거나 관련법의 개정 또는 특별법의 제정이 필요하다.  미국 등 선진 외국에서는 범죄에 강력히 대처하고 있다. 

국내외 반도체 산업의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최낙윤 전 DB하이텍 상무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 기술은 짧게는 몇년, 길게는 10여년 가까이 노력해 얻은 기술이다. 산업스파이에 의해 기술이 외국에 유출되면 국가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금액으로 산정할 수 없는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 보다 엄격한 처벌이 따라야 한다. 부당이득의 수익금 또한 징벌적 추징을 해야 한다. 산업스파이 범죄의 모든 것이 돈에서 시작된 만큼 징벌적 추칭과 법적 형량 강화만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산업기술보호법상(산업기술보호법 제22조의2) 고의적인 산업기술 침해행위에 대해서 손해로 인정되는 금액의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두고 있다. 실제 징벌적 손해배상이 이루어진 경우는 거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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