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 2014년 가습기메이트 출시...2011년까지 매년 60만병 판매
가습기 살균제 성분 물질 PHMG 폐 질환 원인...영화'공기살인' 진실 밝혀져

SBS'그것은 알고 싶다' 방송 중 실제 가습기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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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뉴스_조나단 기자]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가 폐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공식 인정했다. 2011년 4월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알려진 지 12년 만이다. SK케미칼 등 유해한 가습기살균제를 만든 기업의 처벌로 이어질지는 요원한 상황이다.

환경부는 5일  <제36차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위원회>에서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뒤 폐암으로 숨진 30대 남성 1명의 피해 인정을  의결했다.

폐암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인정받은 데는 고려대 안산병원 가습기 살균제 보건센터가 진행한 ‘가습기 살균제 성분 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 인산염(PHMG)에 의한 폐 질환 변화 관찰 연구’ 결과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환경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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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가습기 살균제 독성 물질에 오래 노출될수록 쥐에게서 폐 악성종양의 발생이 늘어난다는 것을 밝혀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독성연구를 통해 가습기살균제 노출 시 폐암이 발병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도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 신청자 중 폐암 진단을 받은 사람은 206명. 폐암피해 인정 시, 생존 피해자는 요양급여(치료비), 요양생활수당 등을, 사망 피해자는 특별유족조위금, 장의비 등을 특별법 규정에 따라 지급받게 된다.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 사용 후 폐암이 발병했더라도 타 유발요인이 있을 수 있어, 개별 폐암 피해 판정 시에는 사례별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햤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구제 판정을 받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2011년 4월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손상으로 산모, 영유아가 사망하거나 폐질환에 걸린 사건을 말한다.  

1994년 SK케미칼(舊 유공)이 가습기메이트를 출시한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손상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잇단 사망 사건이 1995년 처음 발생한다. 당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이라고 판단하지 못한다. 

2011년 4월 서울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중증폐렴 임산부 환자의 입원이 증가하고 있다는 신고와 조사 요청이 질병관리본부에 접수된다.  역학조사가 실시된다.

8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원인 미상의 폐손상 원인이 가습기살균제(세정제)로 추정된다는 내용의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기업에서는 확실한 인과관계가 입증되지는 않았다며 제품 수거에 나서지 않는다. 11월 역학조사와 동물흡입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옥시레킷벤키저와 롯데마트·홈플러스 등에서 파는 6가지 제품에 대해 위해성이 확인됐다며 수거에 나선다.

2012년 2월 동물실험 결과,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된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 인산염과 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디닌)의 독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PHMG 인산염·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디닌)는 살균제나 부패방지제로 사용되는 구아니딘 계열의 화확물질이다.  이 물질들은 피부 독성과 경구 독성이 다른 살균제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살균력이 뛰어나고 특히 물에 잘 녹아 가습기 살균제로 쓰이게 된 것이다.

피부독성과 경구독성은 낮지만 흡입독성에서의 유독성을 확인하지 않고 호흡기로 흡입하는 가습기살균제로 사용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당시 정부가 화학물질 유해성 심사 신청을 잘못 이해해 경구독성만 심사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2019년 9월 장하나 의원이 지적한바 있다. 

@질별관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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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방망이 처벌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책임에서 국가의 책임이 크다. ①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검사 없이 승인 ②솜방망이 규제와 처벌 등에서 자유롭지 않다.

SK케미칼이 1994년 가습기를 통해 공기 중으로 분무되도록 만들어진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를 출시할 때 제대로 된 유해성 검사를 하지 않았다.  유해성이 입증된 성분이 가습기 살균제로 이용되는 것을 허용했다. 다른 나라의 경우 PHMG에 별도 예외조항을 둬 살균물질을 흡입할 경우 고독성을 검증할 수 있도록 안정성 검사와 성분 표시를 의무화했다.

정부의 솜방망이 규제와 처벌도 국민건강을 위협했다. 

실제 2011년 11월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을 확인하고 제품 수거 명령 및 판매 중단이 내려졌음에도 기업을 상대로 솜방망이 제재가 내려졌다. 수천∼수백만원의 과징금 부과에 그쳤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12년 가습기살균제를 안전하다고 허위로 표시했다는 이유로 제조사인 옥시레킷벤키저와 홈플러스 등 4곳에 과징금 5,200만 원을 부과한 것이 전부였다.

기업의 입장에선 남는 장사였다. 

SK케미칼의  경우 1994년부터 판매가 중단된 2011년까지 20개 종류가 연간 60만개 가량 판매된 것으로 추산된다.  천문학적 이익을 남겼음에도 고작 수천만원 과징금으로 땜질한 셈이다. 솜방망이 규제와 처벌은 이윤만 추구하는 기업에게 모럴헤저드를 부추긴 면이 있다는 게 사회학자들의 전언이다.

@환경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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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를 만든 기업을 대기업들이다. 영국의 다국적 기업 옥시레킷벤저(옥시싹싹 가습기 당번), SK케미칼(가습기 메이트), 애경(애경 가습기 메이트), 롯데쇼핑(와이즐렉 가습기살균제), 홈플러스(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 클라나다(엔워드), 홈케이(베지터블홈 가습기클린업), 다이소(산도깨비 다습기퍼니셔), GS리테일(함박웃음 가습기세정제), LG생활건강(119가습기세군제거) 등이다.

가습기살균제는 살인도구

한국영화<공기살인>은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담고 있다. 주인공 태훈(김상경)의 아들 민우가 수영하다 갑자기 쓰러진다. 수술 중 급성 간질성 폐 질환이 원인으로 폐가 걷어진 것을 알게 된다. 아내 길주(서영희)가 집에서 쓰러져 사망한다.  태훈은 아내를 부검한다. 폐가 굳어져 있음을 확인한다. 태훈은 다른 피해자를 찾아간다. 그들 모두 가습기를 사용했음을 알게 된다. 태훈은 집에서 실험을 한다. 실험 결과 쥐들이 죽느다. PHMG라는 유독성 물질이 문제라는 것을 확인한다. 재판을 시작한다. 가습기살균제를 만든 오투는 국회의원, 피해자, 연구진을 조건과 돈으로 매수한다.  진실을 찾기 위해 태훈이 애를 쓰지만, 국가와 기업은 책임을 떠넘기고 사건을 묻으려 한다. 

공기살인은 현실 같다.  가습기 살균제의 위해성이 명백히 밝혀졌음에도 기업에 대한 제재나 피해자에 대한 구제 대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검찰 수사는 사건 발생 5년이 지난 2016년에서야 전담수사팀이 구성됐다. 최대 가해업체인 옥시 대표 등에 대한 처벌이 이뤄졌다. 이후 2017년 8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시행됐다. 하지만 폐암은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사실상 인정받지 못했다. 환경부 때문. 당시 환경부는  폐암을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인정하기에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다며 판정을 유보한다. 

환경부 폐암 인정..또 다른 시작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에게는 환경부의 폐암 공식 인정이 또 다른 시작.

현재 가습기살균제 구제급여 신청자 중 폐암 진단을 받은 사람은 206명.

정부가 전향적 판단한다고 밝힌 가운데 환경·유전적 요인과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암 발병에 인과관계를 따져 개별 심사한다는 방침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개별 폐암 피해 판정 시에 사례별 검토를 통해 구제 판정을 받아야 하기에 상당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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