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퍼스 회원들이 거리에서 주은 담배꽁초
와이퍼스 회원들이 거리에서 주은 담배꽁초

기후위기가 인류의 위기가 되고 있다. 환경이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환경정의(環境正義·Environmental Justice)가 필요하다.  환경으로 인한 이득과 피해가 공정하게 배분되어야 한다는 것. 환경정의는 의료와 떼어놓을 수 없는 개념이다. 기후 위기나 환경 문제가 인과관계상 의료의 문제이다. 흡연과 폐암의 관계가 그렇다.  누구나 흡연으로 인해 폐암이 유발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흡연자가 피우다가 무심코 버린 담배 꽁초도 환경문제가 되고 있다. 건강과 환경을 위협하는 담배와 관련해 담배회사가 그 쟁점에 있다. 담배회사가 친환경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그린워싱(greenwashing)’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플로깅으로 담배꽁초를 수거하는 와이퍼스 회원들 @와이퍼스
플로깅으로 담배꽁초를 수거하는 와이퍼스 회원들 @와이퍼스

흡연 환경 파괴 

세계보건기구(WHO·World health organization)은 담배로부터 인류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2015년 2월 담배규제기본협약(FCT·CFramework Convention on Tobacco Control)을 발표했다. 현재 182개국이 협약에 참여하고 있다. 

가이드라인 원칙은 ①업계 이익과 공중보건정책 간 근본적 타협할 수 없는 갈등이 존재한다. ②담배업계 또는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들과의 교류 시 책임이 있고 투명해야 한다. ③담배업계와 담배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들에게 책임성과 투명성을 요구해야 한다.④ 담배제품은 치명적이므로 담배업계의 설립 또는 운영상에 어떠한 특혜가 제공되어서는 안 된다.

WHO가 2022년 5월 세계 금연의 날을 맞아 정한 캠페인 포스터는 ‘지구를 병들게 하는 담배(Tobacco:Poisoning Our Planet)’를 주제로 한 포스터. 각국이 담배가 유발하는 환경 파괴와 건강 위협을 적극 알려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WHO
WHO가 2022년 5월 세계 금연의 날을 맞아 정한 캠페인 포스터는 ‘지구를 병들게 하는 담배(Tobacco:Poisoning Our Planet)’를 주제로 한 포스터. 각국이 담배가 유발하는 환경 파괴와 건강 위협을 적극 알려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WHO

WHO는 2022년 5월 <지구를 병들게 하는 담배>보고서를 통해 담배가 환경을 파괴하고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담배는 생산부터에서 유통, 소비, 폐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

담뱃잎을 말리고 가공하는 데 장작이 필요하다. WHO는 전 세계에서 한 해 동안 담배를 만들기 위해 벌목되는 나무가 6억 그루에 이른다고 밝혔다. 한 해 생산되는 담배의 양으로 환산하면 담배 15갑(300개비)을 만들 때마다 나무를 한 그루씩 베는 셈.

담배를 만들기 위해 매년 220억 L의 물을 사용한다. 흡연자들이 내뿜는 담배 연기도 환경오염의 원인이 된다. 담배 연기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연간 8400만 t에 이른다.

필터, 포장재 등은 플라스틱, 종이, 잉크, 셀로판, 호일, 접착제 등을 사용된다. 유통에 사용되는 종이 상자 및 상자의 폐기물 등을 남긴다. 담배제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 운송하면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흡연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연기가 노출된다. 호흡하는 공기 중의 독성 물질에 기여한다. 이 독성물질이 건강을 위협한다. 흡연은 심혈관계 위험 증가시킨다. 호흡기 질환, 암, 당뇨병, 고혈합 등의 질병으로 의료비 지출을 늘리게 한다. 

버려진 담배꽁초는 미세풀라스틱을 발생시킨다.  물에 닿으면서 배출되는 니코틴, 비소, 카드뮴, 휘발성 유기물질 등 각종 유독물질도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환경보호청(EPA)은 담배꽁초 한 개비를 96시간 동안 넣어둔 물 1L에서 민물고기, 해수어 모두 50% 이상 폐사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독일 브라운슈바이크 식물생물학연구소 연구팀은 담배꽁초가 있는 토양에서 자라난 작물에 니코틴이 흡수되는 것을 확인했다. 1㎡에 담배꽁초가 1개만 있을 경우에도 오염이 발생했다. 니코틴 오염이 높게 나타난 바질과 페퍼민트는 니코틴 최대 잔류량(MRL)을 20배 이상 초과했다. 니코틴 최대 잔류량은 1㎏당 0.01㎎이다.

이탈리아 나폴리페데리코대 연구팀은 흡연 직후에 버려진 담배꽁초에서 독성이 가장 높게 나타났지만, 일부 물질은 2~5년 후에도 독성이 높게 유지됐다는 연구결과를 밝혔다. 담배꽁초의 유독물질이 장기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담배 15갑당 나무 한 그루 베야

시중에 판매되는 궐련형 담배는 담뱃잎과 필터로 구성된다. 흡연자들은 담뱃잎을 피우고 나면 필터를 꽁초로 버린다. 필터는 플라스틱의 일종인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로 만든다. 필터 하나에 플라스틱 섬유 1만2000가닥이 들어 있다. 자연 분해되는 데 10년 이상 걸린다. 그런 담배꽁초가 바다와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면 미세 플라스틱이 된다. 

국제 환경단체 ‘플라스틱 추방연대(BFFP·Break Free From Plastic)’는 지난 2019년 한 해 전 세계 바닷가에서 쓰레기를 수거한 결과 음식 포장재 쓰레기가 477만1602개이다. 두 번째가 바로 담배꽁초다. 421만1962개를 수거했다.

WHO는 2001년 5월 <담배와 아동의 권리>보고서를 통해, 매년 400만 명이 담배 관련 질병으로 조기 사망하고 있다. 2030년까지 매년 100만명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2억5000만 명의 어린이가 현재의 소비 추세가 계속된다면 담배로 인해 사망할 것이라고 충격적인 경고를 했다.

당시 담배의 직접적인 사용으로 인한 영향 외에도 어린이는 간접 담배 연기의 유해한 영향에도 노출됐다고 밝혔다. 7억 명의 전 세계 어린이의 거의 절반이 간접흡연으로 오염된 공기를 마시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담배회사들이 아르헨티나, 브라질,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말라위, 미국, 짐바브웨 등 주요 담배 생산국에서 아동 노동에 연루되었다고 폭로했다.

생산자 책임제도

한 해 생산되는 담배 6조개 중 4조 5000억개가 담배 꽁초로 무단 투기된다.(WHO 보고서). 

담배 꽁초가 해양 환경과 수중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주요 국가들은 담배 꽁초에 대해 생산자 책임 제도를 법률로 규제하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담배 제조회사가 회수·처리하는 책임을 지우는 '생산자 책임제도(EPR)을 적용해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프랑스는 2020년 담배에 EPR을 적용하는 폐기물 방지법이 상원을 통과했다. 영국도 유사한 대책으로 '타도 꽁초'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재활용 불가상품을 생산자가 회수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연초 담배뿐만 아니라 일회용전자담배까지 범위를 넓혔다. 캐나다에서는 기존 플라스틱병 반납 제도를 변형한 보증금제도를 추진중이다.

담배꽁초 처리를 위해 미국은 연간 7억 5650만달러(1조원), 영국은 1억 3000만 파운드(약 2200억원)를 사용하고 있다.  

한국의 담배 꽁초 대책은 사실상 '방치' 수준. 한 해 담배의 국내 연간 소비량(640억개) 중  담배꽁초 320억개가 무단 투기되고 있다.

한국 환경 폐기물 무방비

한국은 꽁초를 생활폐기물로 판단하고 있다. 일반  쓰레기와 같이 취급하고 있다. 정확한 현황 파악마저 쉽지 않다.

각 지자체에선 흡연구역 설치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사실상 관리가 되고 있지 않아 흡연구역은 유명무실이다.

담배 제조사 역시 폐기물 자체에 대한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은채 판매가 가능하다. 주요국에서는 담배제조사가 꽁초의 수거, 처리를 책임지기에 공공장소 재떨이 설치비용역시 부담한다.

<담배꽁초 무단 투기 각국 처벌 규정>

한국 벌금 5만원
미국(메릴랜드주)

공공장소 흡연 벌금 1500달러(200만원), 구류 30일

일본

벌금 1000~1만엔(9200원~9만2000원)

재범 10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5년 이하 징역

호주

운전 중 담배꽁초 창밖 투기 660호주달러(57만원)

산불예방 기간 담배꽁초 투기  최대 1만1000호주달러(948만원)

프랑스 벌금 68유로(9만9000원)
싱가포르

내-외국인 관계없이 기소

적발시 최대 200싱가포르 달러(196만원)벌금

공공장소 흡연과 꽁초무단투기에 관한 처벌 규정역시 지나치게 가볍고 단속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실정이다.

미국 버지니아 주는 꽁초를 바깥으로 던지면 1000달러 벌금 또는 6개월 징역형을 받는다. 싱가포르에선 내.외국인 관계없이 꽁초를 함부로 버리면 처벌을 받는다. 옆 나라 일본다 벌금 1000-1만엔을 물고 반복시 1000만엔 이하 벌금 혹은 5년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러나 한국은 벌금 5만원이 전부이다.

이렇게 버려진 담배 꽁초는 환경과 국민에게 지대한 피해를 미친다. 한국해양구조단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전국 32곳의 해변과 해저에서 수거한 쓰레기 중 21%를  담배꽁초가 차지했다. 작년 8월엔 서울 집중호우 당시 꽁초가 빗물 받이를 막으면서 홍수 피해가 커졌다.

지용승 우석대 교수는 "담배 꽁초로 인해 분명히 피해를 받고 있음에도, 국민들의 피해 역시 방치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담배 제조사의 책임을 강화하고, 무단투기하는 흡연자에 대한 벌칙도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 고 의견을 냈다.

와이퍼스 대표 황승용씨가 시민들이 보내온 담배꽁초를 들고 서 있는 모습 @와이퍼스
와이퍼스 대표 황승용씨가 시민들이 보내온 담배꽁초를 들고 서 있는 모습 @와이퍼스

꽁초 길거리 투기...KT&G 생산자 책임 

시민들이 길에 무분별하게 버려지고 있는 담배꽁초 처리를 위한 시민단체 와이퍼스가 해결책 모색에 나섰다. 와이퍼스는 산, 바다에 다니며 쓰레기를 줍고 산불 피해지에 나무를 심고, 길거리에 버려진 꽁초를 주워 제조사로 보내 해결책을 촉구하는 일명 '지구를 닦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와이퍼스의 활동에 영향을 받고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조깅 중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참가자가 늘어나고 있다. 각종 SNS에는 #플로깅 #줍깅 #쓰줍 등으로 플로깅 활동을 인증하는 사진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그중 담배꽁초는 플로깅 수집 쓰레기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와이퍼스는 2023년 1월까지 2650명의 팀원과 함께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봉사활동을 펼쳐오고 있음 @와이퍼스
와이퍼스는 2023년 1월까지 2650명의 팀원과 함께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봉사활동을 펼쳐오고 있음 @와이퍼스

국내 최대 담배 제조회사인 KT&G는 도심 거리에 버려지는 담배 꽁초를 줄이기 위한 ‘쓰담쓰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쓰담쓰담’은 ‘쓰레기통에 담배꽁초를’의 줄임말로, 거리 환경 개선과 꽁초 투기 방지를 통한 환경보호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KT&G는 “환경개선 캠페인 등을 비롯해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을 통해 친환경 경영에 앞장설 것”이라며, “선진화된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해 ESG 선도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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