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이후 두 번째 사망 사고
4개월전 금산공장선 근로자 부상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공정뉴스_조나단 기자] 한국타이어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대전공장에서 12일 끼임 사고가 발생해 50대 근로자 1명이 숨졌다. 이 공장에서는 2020년 11월에도 40대 노동자가 옷이 기계에 끼이는 사고로 숨지는 일이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12일 오후 3시 35분쯤 대전시 대덕구 목상동 한국타이어 대전 1공장 성형 공정에서 작업하던 50대 근로자 A씨가 기계 설비에 끼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A씨는 2공장에서 근무하다 3월 화재로 2공장이 휴업에 들어가자 5월 초부터 1공장으로 전환 배치돼 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노동 당국은 목격자와 한국타이어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전환 배치 전후 A씨가 맡은 업무가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당국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이번 사건은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다. 2022년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건설 현장은 공사 금액 50억원 이상인 경우에 적용된다. 법정형은 1년 이상 징역형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이다.

'죽음의 사업장' 오명

한국타이어 공장에서는 끼임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 3월 13일 한국타이어 금산공장에서 타이어 압출 공정에서 작업을 하던 30대 근로자가 고무롤에 끼여 부상당했다.

또 2020년 11월 대전공장에서 40대 근로자가 타이어 성형기에 작업복이 끼여 기계에 부딪힌 뒤 병원에서 치료받던 중에 사망했다.

대전공장장 등 안전 관리 책임자들은 기계 설비에 덮개를 설치하지 않는 등 안전 조치를 하지 않아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한국타이어 법인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1심 법원은 안전 관리 책임자들에게는 무죄를, 한국타이어 법인에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항소한 상태다.

폐암 백혈병 사망자 190명

대전공장은 열악한 노동환경은 심각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가 2018년 기자회견을 통해 1996∼2017년 총 16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인은 암·심근경색·자살 등으로 기록됐다. 160명 중 25명이 산재 인정을 받았다.

산재협은 타이어를 찌는 '가류공정'과 타이어를 제조하는 '정련공정' 등 과정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조에이피렌' 등 유해물질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한국타이어 사망 노동자들의 유족이 개별적으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는 법원이 타이어 공정의 유해성을 인정한 바 있다. 2015년 사망한 고 안일권 씨 사건이 대표적이다.

서울중앙법원은 2017년 폐암 사망한 고 안일권 씨 유가족이 회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사망원인을  '고무흄'을 원인으로 지목하며  한국타이어의 작업 환경과 노동자 질환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인정했다.

재판부는 "한국타이어가 타이어 제조와 발암 물질 노출 연관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마스크 독려 행위만으로는 충분한 안전 배려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고, 작업 도중 가장 많이 노출된 고무가 폐암의 원인이라고 보는 것이 확실하다"고 판단했다.

한국타이어 노동자가 앓고 있는 백혈병이 산재로 인정받았다. 2021년 대전공장에서 33년간 근무한 김모(57)씨가 2020년말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것과 관련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상 연관이 있다고 인정했다. 

김씨는 1987년부터 33년간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근무하며 타이어 고무를 고루 분산시키기 위한 각종 약품 혼합 작업을 해왔다. 그는 지난 2019년 건강검진에서 이상 증상을 최초로 발견한 뒤 지난해 건강검진에서 백혈구 수치가 감소하는 증상이 나타났고 같은해 12월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진단받았다. 김씨는 업무 과정에서 유해물질에 노출돼 해당 질환으로 이어졌다며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 쪽은 “신청자가 하는 업무엔 유해물질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만장일치로 김씨의 질병이 업무에서 비롯했다고 판단했다.

판정위는 “과거 타이어 공장 역학조사에서 해당 백혈병과 관련해 유해인자 노출이 확인됐다. 고무산업 종사와 혈액암의 관련성이 역학 연구 결과를 통해 잘 알려진 점, 과거에 정련 공정 업무를 수행할 때 벤젠이 포함된 물질을 사용한 점, 30년 이상 장기간 고무산업에 종사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신청인의 병과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정했다. 

한국타이어 노동자 가운데 백혈병(혈액암)을 산재로 인정받은 사례는 2021년까지 김씨가 다섯번째.

2001년 한국타이어 노동자 이모 씨가 산업재해 불승인취소소송을 통해 백혈병 산재를 인정받았다.  2003년 정모 씨와 유모 씨도 법원 판결로 백혈병과 작업 환경의 연관성을 인정받았다.  2012년 한국타이어 협력업체 직원인 권모 씨는 같은 질병으로 소송까지 가지 않고도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인정을 받았다.

한국타이어 노동자 죽음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지난 2007년. 노동자 15명이 숨지는 집단 사망사건이 발생했다. 2007년 실시한 노동부 특별근로감독에서 1394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2008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대전지방노동청 의뢰로 역학조사에서 한국타이어 노동자의 심장질환 사망률이 일반 국민에 견줘 5.6배에 이른다는 사실을  발견했으나, '돌연사를 유발할 만한 공통적인 직업적 원인이나 작업환경적 위험요인을 찾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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