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임원 '괴롭힘' 조사 시기에 '스톡그랜트' 논란…징계않다가 뒤늦게 대기발령
프랑스는 경영진도 처벌...스웨덴 시작으로 유럽, 미국, 캐나다 등 직장내 괴롭힘 규제

포스코홀딩스 최정우 회장
포스코홀딩스 최정우 회장

[공정뉴스_조경호 기자] 포스코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Workplace Bullying) 의혹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직권조사에 나섰다. 회사가 사내 조사를 통해 해당 가해 임원의 행위를 파악했지만 필요한 조치를 제때 하지 않은 묵인한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임원에 수천만 원 상당의 스톡그랜트(stockgrant)를 안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업윤리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공정과 상식'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에서 연임에 성공한 최정우 회장에 대한 리더십에 대한 지적도 흘러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 서울강남지청이 지난 26일  포스코홀딩스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한 근로기준법 위반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직권조사에 착수했다고 30일 밝혔다.

고용부 서울강남지청은 지난 19일 포스코홀딩스에 근로감독관 2명을 파견해 피해 근로자 등 10여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여부와 사측의 은폐시도 등을 조사했다.

포스코홀딩스 A 임원은 2022∼2023년 직원 여러 명을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했다는 신고가 지난 3월 회사 측에 접수됐다. A임원이 다음날 건강검진을 앞둔 여직원에게 회식을 강요했다. 오랜 시간 공개적으로 한 직원을 무시했다는 내용 등이 피해 신고에 포함됐다. 한 직원은 A임원에게서 스트레스를 받아 만성 위염에 걸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조치도 되지 않았다. 피해자들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사내에서는 '괴롭힘보다 뭉개는 문화가 더 문제'라는 비판이 나왔다.

A 임원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조사했던 사내 감사 담당 부서는 이달 초 A임원에 대한 징계를 건의했다. 하지만 해당 임원에 대한 적절한 인사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뒤늦게 지난 25일 25일 A임원을 돌연 대기발령 조치했다. 피해 신고와 조사가 있은지 거의 한 달만에 이뤄진 일이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 5항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지체 없이 행위자에 대해 징계, 근무장소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사용자는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확인 결과 가해자로 지목된 임원의 혐의점이 있는 것으로 파악돼 직접 조사에 나선 것"이라며 "사측의 자체 조사에만 맡기지 않고 정부가 직접 조사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무너진 기업윤리

포스코홀딩스의 기업윤리가 무너졌다는 비판이다.

A임원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신고된 3월, 같은 달  31일 포스코홀딩스는 해당 임원에게 회사가 보유한 주식을 무상 지급하는 스톡그랜트(stockgrant)를 지급한다. 당시 포스코홀딩스는 최정우 회장 등 임원 28명에게 자사주 상여금, 이른바 스톡그랜트(2만7030주)를 지급한다. 지급 당일 기준 주당 36만 8000원이다. A임원이 받은 스톡그랜드는 100주이다. 현금가치는 3600만원이다. 

포스코홀딩스가 스톡그랜드를 지급하고 공시한 시기가 A임원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접소되어 피해 직원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던 시기에 겹친다. 당시 감사 기능 부서에서는 피해사실을 확인하고 최 회장에게 징계를 건의한 시점과도 겹친다. 

세계 각국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을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서는 정신적 괴롭힘도 괴롭힘으로 폭넓게 규정하며 형법으로 금지하기도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을 규제하는 법안을 가장 먼저 마련한 곳은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3국은 1980년대부터 이를 논의해왔다. 스웨덴은 1993년 세계 최초로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조례를 제정, 형법으로도 금지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할 경우 가해자와 회사 경영진까지 처벌 대상이다. 2년의 징역형과 3만유로(약 4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프랑스는 노동법과 형법을 통해 신체적 건강만이 아니라 정신적 건강에 해를 끼치는 괴롭힘도 금지한다.

영국과 미국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독자적으로 다루는 법은 없다. 다만 차별금지법에 따라 나이, 성, 장애, 인종, 신앙 등과 관련된 괴롭힘은 금지하고 있다.

영국은 평등법, 괴롭힘 방지법(스토킹 제재 목적), 고용권리법 등 다른 여러 법안을 통해 피해자를 보호하고 직장 내 괴롭힘을 부분적으로 금지 및 예방하고 있다. 미 캘리포니아 등 3개 주에서는 주정부 차원에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시행 중이다.

일본은 2018년 5월 기업의 괴롭힘 방지 조치를 의무화하는 법률을 가결시켰다. 일본 기업들은 상담 센터를 마련해 상담을 요청한 피해자에게 해고 등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했다.

직장 내 괴롭힘은 노동·인권 분야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지표를 가늠하는 이슈이다. ESG경영을 표방하는 기업의 진정성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대표 분야이다. 포스코홀딩스는 ESG경영을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홀딩스 내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으로 최정우 회장이 주창해 온 ESG경영은 거짓 워싱 ESG임이 드러났다.

최정우, 위싱ESG로 세계를 눈속임

최회장은 지난해 10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세계철강협회 총회에서 회장에 선출됐다. 올해의 CEO로도 선정됐다. 지주회사 전환 이후 경영구조 혁신하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비전과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8월 31일 발간한 '기업시민보고서'를 통해 기업시민 경영이념을 바탕으로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선도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 ‘Green Tomorrow, With POSCO’를 그룹의 새로운 비전 슬로건이자, ESG 비전으로 수립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그룹 차원의 ESG 전략과 정책, 성과는 물론 포스코,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건설, 포스코케미칼, 포스코에너지 등 주요 8개 사업회사의 ESG 경영 현황도 정리했다.

포스코그룹 최정우 회장이  지난해 10월 1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세계철강협회 총회에서 세계철강협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최정우 회장과 전임 세계철강협회장인 인도 JSW(Jindal Steel Works Limited) 사쟌 진달(Sajjan Jindal) 회장이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포스코홀딩스
포스코그룹 최정우 회장이  지난해 10월 1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세계철강협회 총회에서 세계철강협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최정우 회장과 전임 세계철강협회장인 인도 JSW(Jindal Steel Works Limited) 사쟌 진달(Sajjan Jindal) 회장이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포스코홀딩스

최정우 회장은 “거버넌스 측면에서 포스코그룹은 일찍부터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갖추고, 투명하게 운영해 왔다”며 “포스코홀딩스 출범과 함께 ESG 경영을 강화하고자 그룹 CEO 및 사업회사 대표가 참여하는 ‘그룹ESG 협의회’를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통해 이사회 ESG위원회를 지원하고, 주요 의사결정 및 경영 전반에 ESG를 내재화한 관리 체계를 갖춰나가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의 경영선포는 그럴싸하다. 하지만 A임원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 후 처리 과정과 스톡그랜트 지급 과정이 겹치면서 위싱 ESG가 사실로 밝혀졌다는 게 노동계의 지적이다. 포스코홀딩스의 홈페이지에 직장괴롭힘·성희롱 신고 게시판을 마련해 두고 있지만 한마디로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 외부에는 그럴싸하게 포장해 두고 있지만 실제는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포스코홀딩스 홈페이지 내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안내 게시판 @포스코 홈페이지 캡처
포스코홀딩스 홈페이지 내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안내 게시판 @포스코 홈페이지 캡처

한편, 포스코에서는 2022년 사내 성폭력 사건으로 직원 4명이 중징계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이들 직원에 대한 직·간접적 관리 책임이 있는 임원 6명도 징계 처분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솜방망이 징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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