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 美CIA, 韓 국가안보실 도·감청 정황 의혹" 보도
감청문건에 우크라 포탄 지원 … 韓대통령실 고위관계자 대화
美정보기관 신호정보 확보 명시… 美, 유출사실 두달동안 파악못해

2021년 9월 1일 파일 사진에는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있는 펜타곤 브리핑 룸에 펜타곤 인장이 표시되어 있음. @abc
2021년 9월 1일 파일 사진에는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있는 펜타곤 브리핑 룸에 펜타곤 인장이 표시되어 있음. @abc

[공정뉴스_김세영 기자] 미국 정보기관이 동맹국을 도·감청해 기밀정보를 수집한 의혹이 논란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 속에 미국의 기밀 정보 보안에 구멍이 뚫렸다. 미국이 동맹국에 대한 무차별 감청 정황이 드러나면서 외교적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韓 국가안보실 대화 美 감청 문건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보기관이 러시아 뿐만 아니라 한국, 이스라엘 등 동맹국들에 대해서도 첩보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외교관계에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유출된 문건은 총 100쪽. CIA와 미 국가안보국(NSA), 국무부 정보조사국 등 정보기관의 보고서를 미 합동참모본부가 취합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출된 문건 중에 한국과 관련된 문건에는 우크라이나 포탄 지원에 대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인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대통령 외교비사관의 대화 내용이 상세히 담겨 있었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달 전격 교체 둘은 지난달 1일 한미 정상 통화에 대해 논의하며 “정부가 미국의 포탄 요청에 응한다면 미국이 최종 사용자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강력한 요청에 정부가 살상무기 지원 금지 원칙 변경을 검토했으나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 등으로 인한 국내 정치적 부담으로 폴란드를 통한 ‘우회 지원’을 논의했다는 내용이다. 

다른 한 건은 미 중앙정보국(CIA)이 작성한 보고서의 정보 출처가 전화나 전자 메시지를 도청하는데 쓰이는 '신호 정보 보고'(시긴트)로 명기돼 있었다. 한국 정부의 내부 논의에 대해 감청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도청 사실 공개는 한국과 같은 주요 파트너 국가와의 관계를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서방 국가의 고위 관리는 "고통스러운 유출" 이라고 평가하며 "앞으로 미국과의 정보 공유에 제한을 둘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abc뉴스는 10일 "온라인에 유출된 문서에는 우크라이나, 북한, 이란 등에 기밀 문서가 포함됐다"면서 미국 관리의 말을 빌려 "국방부의 최우선 순위는 국가와 국가 안보의 방어이다. 이 문제를 법무부에 회부했고, 법무부는 범죄 수사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尹 국빈방문 문제 없다"

윤석열의 미국 국빈방문을 약 2주 앞두고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도·감청 의혹이 불거지면서 대통령이 곤혹스런 상황.  

대통령실은 해당 보도가 나온 직후 조태용 신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 윤 대통령은 관련 사안을 잘 살펴보라는 취지의 지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10일 “(제기된 의혹은) 사실관계 확인부터 시작이 돼야 힌디"면서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서로 커뮤니케이션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미국과 같이 공조하면서 얘기하고 협의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지금 (사건의) 배후에 러시아 관련 세력이 있다는 지적도 있지 않나”며 “사실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러시아측 연루 가능성이 제기된 만큼, 미국과 동맹국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시도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병준 의원"대통령실 미군기지 붙어있어 도감청 무방비"

미국이 동맹국을 감청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대통령실 보안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대통령 집무실이 청와대에서 용산 대통령실 이전 문제로까지 번졌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 의원은 1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통령실 졸속 이전을 하면서 시간에 쫓기다 보니 보안대책이 제대로 안 됐다"고 지적하면서 "대통령실 건물 안에서 이루어진 대화가 도·감청됐다고 봐야 한다. 옛말 같으면 창호지 문 바로 옆에 앉아 있는 꼴이다. 방 안의 목소리가 듣고 싶지 않아도 다 들리는데, 현재 그런 형상"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도·감청 등 보안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실이 '무방비 상태'라고 짚었다. 그는 "대통령실 담벼락과 연해서 미군기지가 있지 않나"며 "미군기지는 치외법권 지역이다. 그래서 100m 가까이 외국군기지 미군기지가 있는 경우는 도·감청하기에 너무나 쉽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인근에 위치한 미군의 드레곤힐호텔은 10층 이상 건물로, 거기서 보면 모든 것이 다 관찰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주권 침해이기 때문에 강하게 (미국에) 항의하고 원인을 분석하고 거기에 대한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해야 한다"며 "예전에 어떤 국가들은 미국이 이런 문제가 터졌을 때는 일부 국가는 국빈 방문까지 취소하고 그렇게까지 간 적도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군인이 2023년 4월 6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가운데 도네츠크 지역에서 훈련하는 동안 로켓 추진 수류탄(RPG)을 발사하는 장면
우크라이나 군인이 2023년 4월 6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가운데 도네츠크 지역에서 훈련하는 동안 로켓 추진 수류탄(RPG)을 발사하는 장면

유승민 “美 감청 항의 못해...대통령실 한심하고 비굴”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미국 정보기관이 한국 국가안보실 논의 내용을 감청에 대해 대통령실의 대통령실 태도를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우리 정부는 당장 미국 정부에 강력히 항의하고, <뉴욕타임즈> 등이 보도한 미국 기밀문건에 대한 모든 정보를 요구해야 하며, 미국 정부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런 엄중한 상황임에도 대통령실은 ‘제기된 문제에 대해 미국 측과 필요한 협의를 할 예정(이다). 과거의 전례와 다른 나라의 사례를 검토하면서 대응책을 한 번 보겠다’라고 반응했다니 한심하고 비굴하기 짝이 없다”면서 “항의해도 시원찮을 판에 무슨 협의를 한다는 말인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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