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직접 나서 KT지배구조 지적...구현모 사임 압박
공개모집 사외이사가 새 대표 선출 방식이라 연임 쉽지 않을 전망

구현모 KT대표
구현모 KT대표

[공정뉴스_조경호 기자] KT목장의 결투가 시작됐다. 서부영화<OK목장의 결투>는 1881년 미국 서부 개척시대에 유명한 결투 중의 하나로, 애리조나주 톰스톤 근처에 위치한 OK목장에서 보안관 와이어트 어프와 클랜턴 갱의 수장인 아이크 클랜턴과의 결투가 배경이다. KT목장의 결투는 구현모 대표의 연임을 두고, 집권세력이 배후에서 국민연금을 통해 연임 반대 압박하는 것이 배경이다. 구 대표는 다시 한번 최고경영자(CEO) 후보 공개 모집 카드를 승부수로 꺼내들었다.

KT 이사진은 지난 9일 회의를 열고 기존 CEO 선임 절차를 전면 중단하고 새로운 방식을 꺼내 들었다. 최고경영자(CEO) 후보를 공개  모집키로 결정한다.  공정성을 위해 사내이사는 참여하지 않고 공개 모집으로 사외 후보자군을 모집하기로 했다.

구 대표의 연임은 가시밭길. 2020년 문재인 정권에서 당시 대표에 선임된 뒤에 연임에 성공했다. 2022년 12월 대표이사 후보 심사위원회에서 연임 적격 판단을 받는다. 하지만 스스로 추가 공모를 통해 복수 후보와 경쟁하겠다며 경선을 자처했다. 대표 연임을 둘러싼 일각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서였다. 당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스튜어디십 코드 행사로 사실상 연임 포기 압박을 받았다.  KT 이사회는 내외부 인사 27명을 심사, 그해 말 또 다시 구 대표를 차기 대표 단독 후보로 확정한다.

그럼에도 구 대표의 연임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구 대표 단독 후보 선정 과정의 불투명성을 꼬집었다. 윤석열 대통령마저 지난달 KT와 포스코 등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집권세력의 강력한 공세에 KT 이사회가 흔들렸다. 문재인 정권과 친밀하다고 평가받던 이강철 사외이사까지 자리에서 물러났다. 구 대표는 포기하지 않는다. 몽골 정부의 디지털화를 지원하고 전략자원인 희토류를 국내에 수입하기로 하는 협약을 맺는다.  성과를 부각했지만 여권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결국 KT 이사회는 또 한 번 공개 경쟁을 시작하기로 한다. 

공개모집으로 사외 후보자군을 뽑는데 지원 자격은 ▲경영·경제에 관한 지식과 경력이 풍부하고 ▲기업경영을 통한 성공 경험이 있으며 ▲CEO의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정보통신분야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인물이다. 오는 10일부터 20일 오후 1시까지 우편·방문 접수를 받는다.

새 인선자문단이 후보자를 검증하고 압축할 예정. 자문단은 경제·경영, 리더십, 제휴·투자, 법률, 미래산업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맡는다. 최종 후보자는 오는 28일 공개된다.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다음달 7일 이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해 최종 1인 후보를 선정한다.

구 대표의 연임은 쉽지 않을 전망. 견제하는 여권의 움직임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국민연금을 전면에 내세워 배후에서 압박하고 있다.  구 대표가 이번 '공개 경쟁'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설령 연임에 성공한다고 해도 각종 인허가권이 정부의 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 등이 쥐고 있는 만큼, 경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치적 외풍 자유롭지 않았던 역대 KT CEO

KT의 역대 CEO들이 정치적 외풍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연임에는 성공했지만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좌의반 타의반 임기를 못채우고 중도에 그만뒀다. 

2009년 1월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KT 대표 자리에 앉았다. 정치적 외풍 논란이 본격적으로 일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  친 이명박계로 분류된 그는 2012년 연임에 성공한다.  이듬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뒤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가 시작되며 '자의반 타의반' 자리에서 물러난다.  

후임 황창규 회장 역시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삼성전자 CEO출신으로 '황의 법칙'으로 이름을 날렸던 반도체 전문가지만, 통신 서비스 산업에 대해서는 문외한으로 비춰졌기 때문. 임기 말에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전임자들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결국 연임 기간을 모두 채우고 물러났다.

구 대표도 사법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  국회의원에게 이른바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KT 법인과 전·현직 임원들은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회삿돈으로 상품권을 매입해 되팔아 현금화하는 ‘상품권깡’을 통해 약 4억 3800만 원을 19대, 20대 여야 국회의원 99명에게 불법 후원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정치자금법은 외국인, 법인 또는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와 법인이나 단체 관련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해서도 안 된다고 규정한다. KT는 이를 피하기 위해 임직원 개인 명의로 국회의원 측에 돈을 전달한다. 

KT 는 지난해 10월 달 26일 서울고법 형사7부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적용 법조가 헌법에 위반되므로 무효이고, 따라서 죄가 되지 않는다”며 “법인 또는 법인 관련 정치자금의 기부를 전면 금지하고, 형사처벌로 제재하는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 등을 과도하게 제한한다. 이는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 평등 원칙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구 대표의 연임 반대에 대통령까지 나선만큼 쉽지 않다. 다만 구 대표의  연임 성공 여부가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KT가 완전히 독립했는지를 가르는 리트머스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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